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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돌을 던져주고 구슬을 끌어내라(抛磚引玉)

미군의
‘포전인옥’ 전술은
미드웨이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는 데
크게 공헌했다

전라매일 기자 / 입력 : 2018년 12월 18일
ⓒ 전라매일·제이엠포커스
이 고사는 당나라 현종(玄宗-이융기(李隆基) 개원 연간(713~741년)에 진사(進士)를 지냈던 상건(常建)의 ‘상건집 常建集’에 나온다.
상건은 조하의 시를 너무 좋아했다.
그러던 어느 날 조하가 오(吳) 지방 영은사(靈隱寺)로 유람을 온다는 소식을 듣고는 먼저 영은사로 가서 담벼락에 두 구절의 시를 적어놓아 조하가 보면 시흥이 일도록 했다.
이윽고 조하가 영은사에 와서 미완성의 시를 보고는 뒤에 두 구절을 덧붙여 완전한 한 수를 만들었는데, 상건의 앞 두 구절보다 한결 좋았다.
당시 사람들은 상건의 이런 수법을 ‘포전인옥(抛磚引玉)’이라는 말로 평했다.
정등길(程等吉)의 ‘유학구원 幼學求源’에도 이 이야기가 인용되어 있는데, 거기에는 다음과 같은 고증이 덧붙여져 있다.
상건은 개원 15년(727년)의 진사고, 조하는 당 무종(武宗) 회창(會昌) 2년인 842년의 진사로 두 사람이 살았던 시간적 간격은 백 년이 넘는다.
그러니 상건이 조하라는 사람을 알았을 리 만무하다.
상건집의 내용은 후세 사람이 지어낸 얘기에 두 사람의 이름을 갖다 붙인 것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야 어찌 되었건 이 고사가 뜻하는 바는 아주 분명하다 하겠다. 또한 이 말은 북송 때 도원(道原)이 지은 ‘경덕전등록 景德傳燈錄’에도 보인다.
조주임(趙州稔)이 대중을 향해 세상 문제에 해답을 구하는 자는 나오라고 말했더니 중 하나가 나와 절을 올렸다. 그러자 조주임은 ‘포전인옥’하려 얘길 꺼냈더니 벽돌을 얻었구나 라고 말했다.
‘경덕전등록’은 송나라 진종(眞宗) 경덕 원년인 1064년 불교도 도원이 편찬한, 불교의 법어록과 전설을 모은 책이다.
조주임은 당나라 후기의 고승인 종임(從稔) 선사(778~897년)를 가리킨다. 조주(趙州)에 있는 관음원(觀音院)에 기거했기 때문에 조주임이라 불렀다. 그가 한 번은 대중들을 모아놓고 세상의 의심나고 어려운 문제에 해답을 구하려는 자는 나와서 말해보라고 했다.
그러자 한 중이 나와 절을 올렸다.
이에 조주임은 내 본디 ‘포전인옥’해볼까 했더니 뜻하지 않게 벽돌덩이 하나를 얻었구나 라며 혀를 찼다는 것이다.
뜻인즉, 자기 같은 중(벽돌)이 여러 사람들로부터 세간의 문제에 대한 고견(옥)을 얻으려고 말을 꺼냈더니, 중(벽돌)이 나오더라는 것이다.
‘포전인옥’이 정치 계략으로 활용될 때는 흔히 그 자신에게 확실한 의견이 없지만 우선 나름대로의 의견을 발표하여 다른 사람들의 좀 더 좋은 견해를 끌어내는 것으로 나타난다.
또는 다른 사람의 의도와 견해를 끌어내기 위해 자기가 먼저 ‘미끼’가 될 만한 의견을 제기해서 모종의 목적을 달성하기도 한다.
오늘날 일상생활에서 ‘포전인옥’은 겸손함의 의미로도 받아들여지고 있다. 고대 병서인 ‘삼십육계’에서는 ‘포전인옥’을 ‘공전계(攻戰計)’의 하나로 분류하고 있다.
적이 의심하지 않는 사이에 늙고 약한 잔병이나 식량 군수품을 이용하여 적을 유인하는 경우를 들 수 있다.
근대에 들어와서 ‘포전인옥’의 계략은 갈수록 많이 활용된다.
일본이 진주만을 기습한 후, 미국의 한 통역 팀은 일본이 태평양 쪽으로 보내는 많은 무선 전보들 중에서 ‘AF’ 두 글자가 유달리 많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들은 이 AF가 미드웨이 섬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더 확실한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 그들은 미드웨이 섬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 해군 사령부로 하여금 간단하고 쉬운 영어로 된 거짓 ‘미끼’를 단 무선 전보를 치도록 했다.
그 내용은 미드웨이 섬에 있는 담수 시설에 고장이 발생했다는 보고였다.
얼마 후 미국 공군은 일본군의 암호 전보 중에서 과연 ‘AF에 담수가 부족할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을 탐지해냈다. 당초의 추측과 판단이 옳았던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일본군이 미드웨이 섬을 공격하기 위해 전진하려 한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미군의 ‘포전인옥’ 전술은 그 뒤 미드웨이 전투에서 승리를 거두는 데 크게 공헌했다.
/이정랑 언론인
前 조선일보 기자
(서울일보 수석논설위원)


전라매일 기자 / 입력 : 2018년 12월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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