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중이 모여 책략을 짜면 그 책략이 다중의 힘을 한데 모은다(群策群力)
그저 ‘혼자의 능력’만 믿는다면 그런 지도자는 지도자라 할 수 없다
전라매일 기자 / 입력 : 2019년 01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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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나라 때 양웅(揚雄)이 지은 ‘법언 法言’ ‘중려 重黎’에 나오는 말이다. 진나라 말기 초와 한이 천하를 놓고 겨루다 결국은 유방의 한이 승리한다. 초 패왕 항우는 해하 싸움에서 대패하여 오강에서 자살한다. 그는 죽기 전에 끝까지 남은 28명의 기병들에게 이런 말을 남겼다. “내가 군사를 일으킨 지 8년, 실전에 직접 참가한 것이 70여 차례나 된다. 나는 상대를 모두 쳐부수었고, 내가 공격하면 모두가 항복했다. 지금껏 나는 한 번도 패배라는 것을 모르고 지내왔다. 그래서 천하의 패자로 군림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이렇게 궁색해지다니, 이는 하늘이 나를 버려서 그런 것이지 내 전술이 서툴렀기 때문이 아니다. 오늘은 죽음을 각오하고 너희들을 위해 가슴이 툭 트이는 싸움을 해서 반드시 세 번 승리해 보이겠다. 너희들을 위해 이 포위망을 뚫고 적장을 베고 군기를 찢어버림으로써 하늘이 나를 버린 것임을 똑똑히 보여주겠다” (중략) 애초에 항우는 동쪽 오강에서 강을 건너 강동으로 달아날 생각이었다. 오강의 선착장에는 정장(亭長)이 나룻배를 준비하고 기다리고 있다가 항우에게 말했다. “강동은 비록 땅이 좁기는 하지만 땅은 사방 천 리, 인구가 수십만이나 됩니다. 거기에서 다시 왕이 되시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입니다. 자, 어서 배에 오르십시오. 지금 이곳에 있는 배는 이 한 척뿐입니다. 한나라 군사가 뒤쫓아 오더라도 강을 건널 수 없을 것입니다” 항우는 웃었다. “아니다 하늘이 나를 버렸는데 내가 강을 건넌들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강동으로 말하자면 일찍이 내가 그곳 강동 젊은이 8천 명을 이끌고 서쪽으로 진격한 적이 있다. 그런데 지금은 다 죽고 나 혼자만 남았다. 설령 강동 젊은이들의 부모가 나를 불쌍히 여겨 왕으로 삼아준다 해도, 내가 무슨 얼굴로 그들을 대할 수 있겠는가. 그들이 입으로 말하지 않는다 해도 내 자신이 부끄러워 견딜 수 없을 것이다” (이상은 ‘사기’, ‘항우본기’에서 발췌 정리) 양웅은 ‘법원’에서 유방과 항우의 흥망을 평하면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초와 한이 서로 다투다 한이 이기고 초가 망한 것은 “한은 여러 사람의 책략을 다 짜냈고, 그 책략이 여러 사람들의 힘을 남김없이 끌어모을 수 있었다” 요컨대 양웅의 말은 한왕 유방이 여러 사람의 지혜와 힘을 최대한으로 발휘한 반면, 항우는 한 사람의 ‘평범한 용기’에만 의존하고 부하들의 적극성과 건의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바람에 실패한 것인데 ‘하늘이 나를 망하게 했다’는 말이 대체 무슨 소리냐는 것이다. 그 뒤로 양웅의 이 말은 ‘군책군력’이라는 성어로 변했고, 지도자가 한시라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책략이 되었다. ‘한 울타리에 말죽통이 세 개요, 한 영웅 밑에 파(派)가 세 개’라는 속어가 있다. 지도자가 군중의 지혜를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집단의 역량을 이용하지 않고 그저 ‘혼자의 능력’만 믿는다면 그런 지도자는 지도자라 할 수 없다.
/이정랑 언론인 前 조선일보 기자 (서울일보 수석논설위원) |
전라매일 기자 / 입력 : 2019년 01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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