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연고 참전유공자를 보내드리며
‘따뜻한 보훈’은 국민들의 따뜻한 관심 속에 이루어지는 것이다
전라매일 기자 / 입력 : 2019년 03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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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비가 내리더니 날씨가 제법 쌀쌀하다. 그래도 하나둘씩 앞 다투어 피어난 청사 앞 매화는 의연하다. 얼마 전 매화처럼 추위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의연했던 6.25 참전유공자 어르신 한분(88세)이 가족의 배웅도 없이 혼자서 쓸쓸히 돌아가셨다. 어르신은 부인과 일찍 사별하시고 슬하에 남매를 두셨지만,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자녀들과는 뿔뿔이 흩어져 왕래도 전혀 없이 외롭게 사셨다. 기초생활수급비를 받으실 정도로 어려운 형편이셨으나, 보훈처 등으로부터 받는 참전명예수당과 의료지원 덕분에 주위 이웃들과 어울리면서 비교적 밝고 건강한 노후생활을 해왔다고 한다. 특히, 매주 두 번씩 방문하여 청소 등 가사를 도와줄 뿐만 아니라, 말벗이 되어주기도 하는 보훈섬김이의 활동이 어르신의 정서적 안정을 도왔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행히 어르신이 돌아가신 지 바로 다음날 주변 이웃에 의해 발견되었지만, 가족들과의 연락두절 등으로 장례를 치러줄 사람이 없어 향 한번 피우지 못하고, 누군가의 작별인사도 없이 무연고 묘역으로 가실 안타까운 상황에 처했었다. 이에 우리지청은 어르신이 무연고 사망자로 확정이 되자 국가유공자로서 명예롭게 보내드리기 위한 방안 등을 찾아 노력했다. 먼저, 군산시 보훈회관에 임시분향소를 설치하고 6.25 참전유공자 어르신 30여분과 보훈단체장, 군산시청 관계자 등과 함께 추모식을 가졌다. 엄숙한 분위기에서 헌화와 분향이 이루어지고 내가 상주 아닌 상주 역할을 맡게 되었지만, 추모식이 끝난 후 내 손을 꼭 잡아주며 ‘전우의 한 사람으로서 고맙고, 나도 국가유공자의 한 사람으로 대우받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느낀다.’는 어느 참전유공자 어르신 말씀에 가슴 한편이 뭉클해졌다. 오랜 기간 보훈공직자로 일하며 몇 번 느끼지 못한 뭉클함이자, 기분 좋은 뭉클함이었다. 이튿날은 어르신이 모셔진 장례식장의 도움과, 무공수훈자회 선양단의 협조로 입관 후 영구용 태극기를 덮어드리는 관포식을 가졌다. 무공수훈자회 선양단은 운구까지 도맡아 고인에 대한 예우에 최선을 다했다. 장례식장 측에서도 그동안 유공자임을 인지하지 못하고, 무연고 묘역으로 가신 분도 계셨을 거라며 안타까워했고, 고인을 배웅하는 길에 최대한의 협조와 배려를 해주었다. 참으로 고마운 ‘이웃’들이다. 무공수훈자회 선양단의 에스코트 아래, 직접 고인의 영현을 봉송하여 국립임실호국원에 모시고 돌아오는 길에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처음 발견하여 신고한 주변의 이웃, 추모식에 참여해준 군산시 보훈단체장님들, 6.25참전유공자 어르신 분들, 군산시청 관계자 분들. 고인의 입관, 발인 등의 과정에서 최대한 배려해준 장례식장, 호국원까지 에스코트와 안장식을 협조해준 무공수훈자회 전북도지부 선양단까지. 어르신 가시는 길을 배웅하기 위해 도움을 준 사람들의 모습이 머릿속에 스쳤다. 사망한 지 몇 달 만에야 발견되는 고독사 사건들을 종종 뉴스를 통해 접한다. 아흔 가까이 되는 6.25 참전유공자들의 평균 연령을 생각하면 그러한 뉴스들이 남의 일 같지 않다. <재가복지서비스>, <나눔플러스사업> 등을 통해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보훈가족을 발굴하고 맞춤형 서비스 지원을 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지만, 보훈지청의 힘만으로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이번 일처럼, 주변 이웃들의 따뜻한 사랑과 관심이 필요하다. “따뜻한 보훈”은 국민들의 따뜻한 관심 속에 이루어지는 것이다. 소외된 우리 이웃과 보훈가족들에 대한 관심과 배려 부탁드린다.
/황선우 전북서부보훈지청장 |
전라매일 기자 / 입력 : 2019년 03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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