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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고을 문학산책]물푸레나무 아래서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0년 07월 01일
ⓒ e-전라매일
물푸레나무 밑에 들었다. 시야가 온통 초록 물결이다. 어떤 이파리는 햇빛에 투영되어 연초록으로 맑게 빛났다. 햇살의 일렁임과 그림자의 명암에 따라 청록, 녹색, 연두로 반짝이는 잎사귀들은 오월의 푸름으로 싱그러웠다.
아들을 만나러 김천 가는 길에 무흘구곡에 들렀다. 평평한 반석 위에 누워 물푸레나무를 올려다보니 마음이 새털처럼 가벼워진다. 초록 지붕 아래 고요히 있으니 계곡 물소리가 청아하게 들린다. 푸른 잎과 청량한 물소리는 도시의 여자를 명상 속으로 데려간다.
보리수 아래서 석가모니는 깨달음을 얻고 부처가 되었다고 했던가. 석가모니는 인간이 욕망과 어리석음을 다스리려면 명상을 하고 바른말과 행동을 하여야 마음의 평화를 찾는다고 했다. 물푸레나무 아래 있으니 신록으로 물든 숲은 흐릿한 내 눈을 맑게 하고, 어디선가 우는 새소리는 소음에 멍든 귀를 씻어준다.
암반 위를 흐르는 물은 저만치 절벽이 있는 줄도 모르고 재잘거리며 흘러간다. 문득 노자의 말이 떠오른다.
그는 ‘최상의 선은 물과 같다.’고 했다. 물은 자기주장을 하지 않고 누구나 싫어하는 아래로 흘러간다. 모두 높은 곳을 향하여 질주하는 요즘, 물처럼 낮은 곳으로 내려가는 겸손함을 일깨우는 말이다. 흐르는 물과 같이 산다면 세상은 저절로 평온해질 것이다.
사람이 어찌 항상 바른말과 행동만 할 수 있겠는가. 때로는 욕심도 내고 화도 내며 가끔은 유치하고 어리숙해, 돌아보면 조금씩 부끄러워지는 게 우리네 인생살이 아니던가. 아직은 시리도록 차가운 계곡물에 손을 씻었다. 지난 세월 동안 세사에 찌든 얼룩진 마음 자락을, 맑은 물에 씻고 또 씻어 깨끗한 영혼으로 헹구어내고 싶다. 그리하여 밝은 눈으로 세상을 보는 혜안이 내 안에 둥지를 틀 면 얼마나 좋을까?
산속에 나를 내려놓고 있으니 잡념이 사라지고 눈앞의 사물이 그대로 눈에 들어왔다. 자연에 파묻혀 나도 초록으로 물들었다. 푸른 잎과 쏴르르 흐르는 물소리는 일상에 시달린 심신을 맑게 해 준다. 숲속에서 사유하는 일이야말로 내 영혼을 치유하는 시간이었다.

/*박일천 수필가 약력

•전북 수필 이사
•2016년 토지문학 수필 대상
•2019년 해운 문학상 본상(수필) 수상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0년 07월 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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