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용 쓰레기 업체 간 `담합`해 86억 챙겨…13명 기소
염형섭 기자 / 입력 : 2019년 05월 0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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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내에서 재활용제도의 허점을 악용해 수십억원의 지원금을 가로챈 수거 업체가 무더기로 적발된 가운데 이번 사건의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폐비닐의 회수·선별 및 재활용 업체가 제출하는 실적서류 심사에 따라 지원금을 지급하는 '생산자 책임 재활용제도(EPR)'의 허점을 악용해 수십억원의 지원금을 가로챈 수거 업체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전주지검 형사2부는 최근 3년간 증빙서류를 허위로 제출하는 수법으로 폐비닐 4만2400t 규모의 회수·선별 및 재활용 지원금 86억원을 가로챈 혐의(특경법상 사기)로 관련 업체 10곳을 적발하고 업체 대표 8명을 구속기소 했다고 8일 밝혔다. 또 지원금 편취 증거를 확인하고도 허위의 현장 조사 확인서를 작성·제출한 혐의(업무방해)로 한국환경공단 과장도 구속기소하고 청탁을 받고 뇌물을 수수한 혐의(배임수재)로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 팀장을 불구속기소 했다. 검찰은 이 사건과 관련해 총 9명을 구속기소 하고 4명을 불구속기소 했다.
검찰에 따르면 수도권 지역 최대 규모의 회수·선별업체 2곳을 운영하는 A(59)씨는 2015년 1월~지난해 10월 폐비닐 2만7600t을 재활용업체에 인계한 것처럼 허위계량확인서를 제출해 22억7600여만원 상당의 지원금을 부정수급한 혐의를 받고 있다.
3개 회사 회수·선별업체 대표도 같은 수법으로 13억7000여만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호남권 지역 최대 규모의 재활용업체 2곳을 운영하는 B(58)씨는 회수·선별업체로부터 폐비닐을 인계받지 않았음에도 1만2725t 규모의 재생원료 등을 생산한 것처럼 재활용 실적을 신고해 지원금 21억4000여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회수·선별 및 재활용 업체 10곳은 이 같은 수법으로 3년간 총 4만2400t 규모의 회수·선별 및 재활용 지원금 85억9300여만원을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폐비닐 4만2400t은 국내 연간 라면 소비량 약 36억개보다 3배 많은 라면봉지 90억개 규모라고 검찰은 설명했다.
이번 사건은 회수·선별, 재활용, 제조업체 간 매입·매출 실적을 일치시킨 계획된 범행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시스템상 각 업체의 매입·매출 실적이 일치해야 회수·선별업체에 회수·선별 지원금이 지급돼 각 업체의 매입·매출 신고 물량을 월별로 맞춰 신고하기 위한 '사전공모'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실제 회수·선별업체는 매월 재활용업체에 대한 '매출실적'을, 재활용업체는 매월 회수·선별업체로부터의 '매입실적'을 유통센터 시스템에 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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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히 이들의 범행이 3년간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은 감독기관 직원들의 묵인과 조장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환경공단과 유통센터는 정기 현장 조사를 통해 회수·선별, 재활용 설비의 용량, 규격을 확인한 후 '연간 회수·선별 및 재활용 가능량'을 점검한다. 하지만 이들 기관 담당자들은 업체의 '회수·선별 및 재활용 가능량' 대비 2~3배 이상의 실적이 신고됐음에도 지원금을 지급했다.
당시 한국환경공단 호남지역본부 과장과 팀장은 지원금 편취 증거를 확인하고도 2016년 7월 현장조사 시 업체의 시간당 재활용 가능량을 부풀려주는 수법으로 허위보고서를 작성했다.
또 해당 과장은 지난해 10월 업체로부터 지원금 단가가 인상될 수 있도록 품질등급을 높여달라는 청탁을 받고 평가 점수를 과다부여한 혐의도 받고 있다.
유통센터 팀장은 지원금 편취 정황을 확인했음에도 2017년 12월 업체의 허위 소명자료를 조사하지 않고 해당 업체에 대해 무혐의 조치했다. 또 한 업체로부터 제재를 경감시켜달라는 청탁을 받고 금품을 받았다. 환경부는 지난해 유통센터 등에 대한 지도·점검을 비롯해 재활용업체의 실적자료 등을 살펴본 결과 EPR 재활용 실적인정과정의 부적정인 사례를 발견하고 전주지검에 수사를 의뢰해 지난해 11월부터 합동 수사에 나섰다.
이번 수사 결과에 따라 EPR 지원금 편취 등 불법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재활용 실적관리 체계를 올해 하반기부터 전면 개편할 방침이다.
허위실적이 적발될 경우 관계법령상 행정처분과 경제적 제재를 강화해 동일한 위반행위의 재발을 방지하는 한편 적발 즉시 유통센터에서 지급하는 EPR 지원금의 지급을 중단하고 금액을 환수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할 계획이다.
환경부는 적발업체 10곳에 대해 유통센터와 계약해지를 하고 편취 지원금도 환수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회수·선별 및 재활용 업계 전국 1위 업체 간 공모를 시작으로 진안, 광주 등 전국에 분포된 기타 주요 업체 대표들과의 공모로 확대됐다"면서 "지속해서 관련 사안에 대한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염형섭 기자 / 입력 : 2019년 05월 0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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