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갔다와 너는 1학년 7반이야 알았지?”

2차 등교가 시작된 27일 전주효천초등학교에서는 시차를 두고 등굣길에 오른 1~2학년 학생들이 오전 8시40분이 되자 하나 둘씩 모습을 드러냈다.
조부모나 부모님의 손을 잡고 등교하는 학생들의 ‘설렘’ 가득한 표정과는 달리 배웅을 나온 학부모들의 표정은 '걱정'이 가득해 보였다.
이날 효촌초등학교는 학교 방역지침에 따라 학부모는 학교 정문에서 들어 올 수 없도록 통제했다. 생에 처음으로 학교에 가는 1학년 신입생들은 학교 정문까지 학부모의 손을 잡고 온 뒤 교문 앞에서 부모와 이별을 하고 학교로 들어서야 했다.
“잘갔다와 너는 1학년 7반이야 알았지?” 1학년 학생의 뒷모습을 보며 소리치는 학부모의 표정에는 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얼떨떨한 이런 상황에 울음을 터뜨리는 신입생도 있었다.
학부모들은 학교로 들어서는 아이들이 안쓰러운 듯 꼭 안아주거나 첫 등교모습을 평생간직하려는 마음에 스마트폰에 아이의 첫 등교 모습을 담기도 했다.

1학년 신입생을 학교에 등교시킨 학부모들은 걱정스러움에 발길을 돌리지 못하고 한참을 학교 밖에서 지켜보는 모습도 보였다.
교문 앞에서 아들과 첫 등교 기념촬영을 한 학부모는 "아이가 첫 등교를 하게 돼 기쁘지만 생애 한번뿐인 입학식을 하지 못해 안타깝다"며 “그래도 등교해서 마스크 잘 쓰고 잘 뛰어 노는 게 더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코로나19에 대한 질문에는 “이미 등교가 시작됐으니 이제는 학교를 믿고 맡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고 답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학교 정문 앞에 모여 있는 학부모들의 모습을 보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무색하다”면서 "본격적인 등교가 시작되면서 코로나19가 다시 지역사회에 확산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올해 첫 개교한 효천초에서는 1학년 학생들의 혼란과 불안감 해소를 위해 운동장에서 반별로 모여 이동할 수 있도록 진행하는 세심함도 보였다.

1·2학년 학생들은 학교 건물 안팎 동선을 따로 분리해 접촉 가능성을 최소화했다. 소독제와 발열검사를 마치고 마스크를 착용한 학생들은 교사의 안내에 따라 차근차근 교실로 이동했다.
1학년 김 모군은 “학교에 오니 좋아요”라고 말했다. 또 2학년 최 모양은 "친구들을 오랜만에 보니까 좋아요.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도 마스크는 꼭 쓸게요."라고 말했다.
교실에 들어간 일부 학생들의 표정에는 긴장감이 역력했다. 친구들과 환하게 인사하는 학생들도 보였다. 하지만 담임교사의 환한 인사에 학생들의 표정은 이내 밝아졌다.

이날 첫 교시는 아이들의 안전한 학교생활에 필요한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수업으로 진행했다. 3교시엔 입학식도 진행됐다. 하지만 입학식은 방송으로 대체됐다.
효천초등학교 신병기 교장은 “저희 학교는 올해 개교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80여 일만에 학생들이 등교해 너무 반갑다”면서 “교사들과 수차례 협의 하에 1학년 학생들을 운동장에 모여 이동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신입생들의 철저한 방역과 학교시설을 몰라서 오는 혼란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며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상황이 바뀌었지만 학생들이 혼란스럽지 않고 수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안전에 철저를 기하겠다”고 말했다.
전북은 이날 효천초를 비롯해 유치원과 초중고 총 924곳이 첫 등교와 등원 수업에 돌입했다.
이미 등교수업을 시작한 소규모 학교 학생과 고3을 포함할 경우 27일 등교하는 학생은 총 9만5762명에 달한다. 이는 도내 학생 중 43%가 등교하는 셈이다.
하지만 코로나19 감염이 전국적으로 산발적으로 일어나고 특히 학생감염도 잇따르며 다시 휴교에 들어가는 학교도 늘고 있는 등 개학에 따른 우려가 적지 않다.
이처럼 코로나19가 지속되고 있는데다 개학이 이어지고 있어 지역감염과 학생감염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와 교육당국의 철저한 방역지침 준수와 관리가 요구되고 있다.

염형섭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0년 05월 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