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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먹먹함·감동, 제대로 전달할까

한일갈등 최고조… 오늘 개봉
관심 쏠리지만 몰입도 미지수

뉴시스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19년 08월 07일
ⓒ e-전라매일
현시점 한일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다. 어느 때보다도 한일 대결 구도가 형성돼 있다. 영화 연출을 맡은 원신연(50) 감독은 기획기간이 상당히 길었고, 촬영 또한 작년에 시작해 올초 끝났기 때문에 현 상황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제작진이 의도하진 않았겠지만, 현 시류로 인해 ‘김복동’, ‘주전장’, ‘봉오동 전투’에 관심과 지지가 쏠리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영화 ‘봉오동 전투’는 관객들에게 반성하지 않는 일본에 통쾌한 한 방을 선보여 대리만족을 통한 ‘카타르시스’를 주고자 했던 영화로 보인다. 다만 이 영화가 관객에게 ‘분노’, ‘먹먹함’, ‘감동’ 어느 것 하나라도 제대로 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영화 ‘봉오동 전투’는 1920년 6월 죽음의 골짜기로 일본 정규군을 유인해 일궈낸 최초의 독립군 승리를 그린 영화다. 백전무패로 악명 높은 일본군 월강추격대를 필두로 남양수비대와 각종 신식 무기로 무장한 일본 정예 병력을 상대로 독립군은 자신들이 가장 잘 아는 봉오동의 지형을 활용해 필살의 작전을 세운다.
영화 ‘봉오동 전투’가 승리의 전투로 이미 기록돼 있는 만큼 보는 관객들도 영화의 결말을 이미 안다. 따라서 영화는 과정에 집중한다. 제작진은 봉오동 전투가 독립군의 선제공격과 험한 지형, 기후 조건을 이용한 전투였다는 기록을 기반 삼았다. 독립군의 필사적인 달리기와 그들의 유인책, 시시각각 다가오는 위험을 사실적으로 담아내는데 방점을 뒀다.
하지만 그 과정이 재밌게 그려졌나에는 의문이 든다. 이 작품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134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에 비해 관객들의 긴장감을 유지하지 못하는 전개다. 2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영화는 줄곧 중소규모의 전투에서의 희생과 승리를 반복해 보여준다. 이 사이에서 어떤 갈등의 고조나 긴장감을 줄만한 한 방이 없다 보니, 극의 후반부로 갈수록 예견되는 마지막 전투신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엉덩이를 들썩들썩 거리게 한다. 일본군을 봉오동으로 유인하는 모습도 긴장감 있게 그려지기 보다, 역사에 대한 착실한 고증처럼 다가온다.
차라리 ‘해철’과 ‘병구’를 포함한 독립군들의 사연을 더해 인물에 대한 몰입도를 더해줬더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도 든다. 극중 ‘장하’의 비하인드 스토리만 공개되는데, 기시감이 들만큼 특별한 임팩트를 주지 못한다. 유일한 여성 독립군으로 등장하는 ‘자현’ 역은 이 캐릭터가 ‘꼭 필요했을까’라는 생각이 들 만큼 존재감이 없다.
원 감독은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영화를 만들면 항상 메인캐릭터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만든다. 이번에는 그 작업만 한 달 넘게 걸렸다. 현대 장르영화를 만드는 게 아니라, 역사적 실화를 근거로 하는 영화기 때문에 시대적 특성을 알지 못하면 나아갈 수가 없었다. 그러다보니 한 인물을 만드는 데 있어 과거가 있어야 했다”라고 밝혔던 만큼, 그 아쉬움은 더 크게 다가온다.
일본군이 마을을 습격해 살육하는 장면은 다소 적나라하게 그려진다. 마을 주민을 묶어놓고 낄낄대며 재미있다는 듯이 누가 죽일지 장난식의 대화를 나누는 장면, 목을 잘라 죽인 마을 주민의 머리채를 잡고 늘어뜨려 보여주는 장면, 임신한 여성을 겁탈하려는 장면 등이 노골적으로 그려진다.
15세 이상 관람가라는 상영 등급을 고려해 볼 때, 좀 더 은유적으로 세련되게 표현할 수 있을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살아있는 호랑이를 칼로 난도질해 보이는 장면은 일본인의 악랄함을 보여주기에 충분했지만, 매우 잔인하고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에 충분했다.
특별한 누군가가 아닌 ‘민초들의 저항 정신’을 보여주는 영화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과정 또한 극의 전개를 통해서보다 극중 유해진이 맡은 ‘해철’ 등 등장인물들의 대사를 통해 드러나는 점도 세련되지 못하다.
해철은 “어제 농사짓던 인물이 오늘은 독립군이 될 수 있다”라고 말한다. 3명의 주연인물이 극의 중심을 잡고 전개해 나가는 구도상 한계가 있었겠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배경도 나오지 않을뿐더러, 주변인의 희생에 분노해 독립군에 합류하는 다른 등장인물의 모습은 한 번, 잠깐 그려질 뿐이다.
물론 영화가 지닌 강점도 있다. 이 작품이 앞선 역사 영화들과 가장 차별화되는 점은 이순신 장군, 세종대왕 등 과거의 이름난 인물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다는 점이다. 봉오동 전투의 승리는 홍범도 장군의 업적으로 평가받는 게 보통이지만, 이 작품은 일제 치하 당시의 평범한 민초들을 주인공으로 한다. 영화의 중심인물인 항일대도를 휘두르는 전설적인 독립군 ‘황해철’(유해진), 비범한 사격 실력의 발 빠른 독립군 분대장 ‘이장하’(류준열), 총과 언변으로 일본군을 상대하는 마적 출신의 저격수 ‘마병구’(조우진) 모두 허구의 인물이자 주류 역사에 기록될 만한 인물들이 아니다. 그들은 일본의 압제에 항거해 총과 칼을 든 일반 백성들이기 때문이다.
원 감독이 영화를 찍으면서 가장 중시한 점은 ‘진정성’이었다. 봉오동 전투가 민초들의 힘으로 거둔 독립군 최초의 승리였다는 영화의 진정성을 표현하고자, 장소섭외에도 최대한의 진정성을 담고자 노력했다. 제작진은 실제 봉오동에서 촬영코자 했으나, 사드와 관련한 외교 문제로 봉오동 섭외에는 실패한다.
대신 봉오동과 가장 유사한 장소를 섭외하기 위해 로케이션에만 15개월이 넘는 시간을 투자했다. 일본군 역할로는 실제 일본인 배우들이 출연한다. 월강추격대의 대장 ‘야스카와’는 기타무라 카즈키(50), 야스카와의 오른팔로서 월강추격대의 중위인 ‘쿠사나기’는 이케우치 히로유키(43)가 연기했다. 독립군의 포로가 된 소년병 ‘유키오’는 다이고 코타로가 맡았다.
특히 ‘유키오’는 작품에서 전달코자 메시지의 한 축을 담당한다. 유키오는 ‘제국의 총과 칼이 어떻게 쓰이는지 보기 위해’ 군에 자원한다. 국경 초소에서 헌병으로 근무하다 ‘해철’에게 잡혀 포로가 되는데, 독립군들과 함께 다니며 일본군이 지나간 학살 현장을 마주하고 충격을 금치 못한다. 그는 끝에 “일본군이야말로 미개하다”는 말을 남기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인다. 과거사에 대해 뻔뻔한 일본 정부와 달리, 과거사를 부끄러워하는 일본인도 존재할 수 있다는 확신과 희망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시의적절한 타이밍은 이 작품의 흥행에 유리하게 작용하겠지만, 입소문을 낼 만큼의 흡입력은 장담할 수 없어 보인다. 7일 개봉. 134분, 15세 이상관람가.


뉴시스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19년 08월 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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