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곳으로 올라가게 한 다음 사다리를 치운다(上屋抽梯)
전라매일 기자 / 입력 : 2018년 12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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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라매일·제이엠포커스 |
| ‘상루추제(上樓抽梯)’ 라고도 한다. 손자병법 구지편(九地篇)을 보면 “장수가 병사들과 더불어 전투를 하는 것은 마치 사람을 높은 곳에 올라가게 한 다음 사다리를 치워버리는 것과 같다”는 대목이 나온다. ‘삼국지(三國志)’ ‘촉서(蜀書) 제갈량전(諸葛亮傳)’에 이런 일화가 기록되어 있다. 유표(劉表)는 막내아들 종(琮)을 아끼고 큰아들 기(琦)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유기는 늘 제갈량에게 자신을 보전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달라고 졸랐다. 제갈량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가르쳐주지 않았다. 어느 날 유기는 제갈량을 뒤뜰로 초청해 놀다가 함께 높은 누각으로 올라갔다. 유기는 술자리를 차려놓고 대접하다가 사람을 시켜 누각으로 오르내리는 사다리를 치우도록 했다. 그러고는 제갈량에게 물었다. “이제 올라가지도 내려가지도 못합니다. 무슨 말씀이든 제 귀로만 들어가고 새어나가지 않을 텐데 못하실 이유가 없겠지요?” 그러자 제갈량은 춘추시대 진(晉)나라 헌공(獻公)의 비 여희(驪姬)가 태자 신생(申生)과 중이(重耳)를 음해시킨 사건을 예로 들며 말했다. “신생은 궁중 안에 있다가 화를 당했지만, 중이는 밖에 있었기 때문에 안전했지요” 유기는 정신이 번쩍 들어 즉시 아버지 유표에게 자신을 강하(江夏)로 보내줄 것을 요청했다. 이렇게 해서 그는 지배 계층 내부의 권력투쟁으로부터 화를 면할 수 있었다. 이 계략은 사람을 높은 곳으로 유인, 사다리를 치워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에서 상대를 꼼짝 못 하게 만드는 것이다. 일부러 편하게 만들어 앞으로 나아가도록 사주한 다음 응원군을 끊어 사지에 몰아놓는다. 이런 독수에 걸리면 제자리를 지키지 못한다. 이 계략은 고의로 약점을 드러내고 적에게 유리한 조건을 제공해 적을 우리 쪽 깊숙이 유인한 다음, 적의 전후방 응원군을 차단하고 미리 준비한 ‘자루’ 속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상옥추제’를 잘 활용하려면, 먼저 적을 유인할 수 있는 ‘사다리의 설치’가 필요하다. ‘사다리의 설치’로 적을 유인하는 것은 전기를 마련하는 과정이며, 때로는 상당한 인내심을 요구하는 계략이다. 이와 비슷한 것으로는 ‘관문착적(關門捉賊)’이 있다. 그러나 관문착적이란 아군 내부로 침투한 적의 퇴로를 철저히 차단하여 하나도 남김없이 쳐부순다는 것이고, 상옥추제는 적을 먼저 위험한 곳으로 유인하여 응원을 받지 못하도록 한 뒤에 쳐부순다는 것이다. 전자는 나무에 올라가 있는 적을 꼼짝 못 하게 해 잡는다는 것이고, 후자는 나무 위에 올라가도록 유인해 흔든다는 것이다. ‘상옥추제’에는 세 가지 작전이 있을 수 있다. 첫째, 적을 유인하여 맹렬히 쳐들어오게 한 다음 그 퇴로를 차단하여 격파한다. 둘째, 스스로 퇴로를 차단하여 배수진을 쳐 부대를 위험한 상태로 몰아놓고 전원이 필사적으로 싸우게 한다. 셋째, 자기만 유리한 곳으로 가고 다른 사람은 오지 못하도록 길을 차단하는 방법 등이다.
/이정랑 언론인 前 조선일보 기자 (서울일보 수석논설위원) |
전라매일 기자 / 입력 : 2018년 12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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