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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수습이 더 급한 산불사고

모든 국민이 앞장서
정부를 압박하고
국민의 대변기관인
국회를
닦달해야만 한다

전라매일 기자 / 입력 : 2019년 04월 08일
ⓒ e-전라매일
양간지풍(襄杆之風)이 무섭긴 하다. 양양과 간성(고성) 사이에 부는 국지성강풍을 일컫는 이 말은 간혹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 한다. 지난번 천년고찰 낙산사를 하나도 남김없이 태워버린 바람도 양간지풍이었다.
평균초속 17m 이상이면 태풍으로 규정하고 있는 기상청은 이번 산불을 키운 바람은 초속 31.2m에서 순간풍속이 35.6m를 기록하는 엄청난 것이었다고 발표했다. 태풍의 2배 수준이었으니 소방당국으로서도 불끄기에 사투를 벌일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간혹 미국의 산불이 몇날 며칠씩 계속되며 엄청난 피해를 줬다는 보도를 보면서 우리와는 아무 상관없는 먼 나라 미국의 재해를 남의 얘기로만 건성으로 들어왔다. 그러나 그것이 아니었다. 막상 우리에게 닥친 이 무서운 산불이 현실로 다가왔을 때 어떻게 대처하느냐 여하에 따라 우리의 능력이 백일하에 드러나는 것이다. 작년 미국의 샌프란시스코 북쪽지대를 휩쓴 초대형 산불이 발생했을 때에도 초속 22m~30m의 강풍이었다고 하지만 이번 고성 속초 강릉 인제지역을 강타한 강풍에 비하면 약했다.
그나마 전국의 소방차가 총동원되는 기록까지 남기며 수많은 피해를 안긴 채 일단 진화되어 한숨을 돌리게 되었다. 워낙 넓은 지역이 화상을 입었기 때문에 행여 남았을지도 모르는 잔불과 불씨 제거에 소방대원과 군경 그리고 공무원들이 잠 한숨 못자고 애쓰는 모습이 참으로 장해 보인다.
이 와중에도 국회에서는 청와대 안보실장을 상대로 산불대책 등에 대한 질의응답을 실시했다. 물론 국가안보실장은 국가의 안위에 관한 총책임을 지고 있다고 볼 수 있겠지만 화재사고는 따로 소방청장이 있어 전문적인 지식을 활용해야 하는 분야 아닌가. 안보실장은 국가 간의 대치와 갈등을 풀어내고 전쟁을 미연에 방지하는 등 더 큰 분야의 국가안보에 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다. 외교 국방에 주안점을 둔 자리라는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당이 안보실장을 상대로 하는 것은 제대로 짚은 것이 아니다. 게다가 여당에서는 산불 현장에 안보실장이 빨리 가야된다고 야당 질의를 억제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은 산불을 정치적으로 여야가 이용하는 것이 아니냐 하는 생각이 들어 씁쓸하기만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재빨리 현장에 달려가 참혹한 실태를 파악하고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한 것은 참으로 잘 한 일이다.
한밤중 강풍 속에서도 침착하게 대처한 주민들의 질서정연한 모습은 평소 화재 대피훈련을 했다고 하더라도 인적피해를 줄이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연기에 질식한 1명의 희생자 역시 누나를 먼저 대피시키고 자신은 빠져 나오지 못한 것이라고 하니 살신성인의 안타까운 모습이다.
하마터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한 일화까지 생겼다. 평택시 현화중2학년 학생들은 양양군으로 수학여행을 와 한화리조트에 묵었다. 필자도 지난여름 이 리조트에서 가족휴가를 보낸 인연이 있지만 4일 밤 리조트 앞까지 불길이 번지자 버스7대에 옮겨 타고 급히 숙소를 탈출했다. 속초 시내를 지날 때 바람에 날려 온 불씨가 버스 한 대에 옮겨 붙었다. 학생 29명과 교사 4명이 버스에서 탈출하는 장면이 동영상으로 찍혔다. 서로 먼저 내리려고 아우성을 쳤다면 어떤 사고로 번졌을까. 그러나 선생님과 학생들은 침착했다. “천천히” “천천히”를 외치며 한 사람도 덤비는 모습이 없었다. 위기에 닥쳤을 때 평소의 교육은 빛난다. 중3이면 아직 철없는 어린애로 보기 쉽지만 현화중 학생들은 달랐다. 세월호 참사가 생각날 즈음 그들이 탔던 버스는 3분도 못되어 전소했다. 이제 속초일대는 재난 수습에 전력할 일만 남았다. 다행히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었지만 이재민과 현장을 수습하는 책임은 정부당국이 질 수밖에 없다.
특별재난지역에 대해서는 우선적으로 주민 생계안정 비용과 복구에 필요한 비용을 예산으로 지원할 수 있게 된다. 대기업들도 거금을 기부하여 우선적으로 이재민들을 돕고 있다.
국민들도 성금을 내는데 인색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강원지역 피해는 상상 이상으로 불어날 가능성이 크다. 워낙 넓은 지역을 초토화시켰기 때문에 재난 복구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가뜩이나 포항지진의 여진이 아직도 그대로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모두 우리 국민들의 따뜻한 손길을 기다린다. 피해지역은 525ha의 산림 황폐화다. 쉽게 풀면 여의도의 약2배다. 국민이 좋아하는 축구장 735개 크기라고 하니 상상하기도 어렵다.
주택과 창고 등 280여 채가 불탔다.
4000여 명의 이재민이 집을 잃고 인근 학교와 체육관 등 대피시설과 친척집, 숙박시설 등으로 몸을 피해 하룻밤을 보냈지만 새로운 보금자리가 마련될 때까지 막막하다. 이런 대형사고가 발생했을 때에는 모든 국민이 앞장서 정부를 압박하고 국민의 대변기관인 국회를 닦달해야만 한다. 정쟁에 사로잡혀 피곤한 쌈질을 지양하고 헌신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 우리 정치의 질을 업그레이드 시키는 기회가 된다. 안면도 앞바다가 기름에 덮였을 때 보여준 국민적 봉사가 생각난다.

/전대열 大記者
(전북대 초빙교수)


전라매일 기자 / 입력 : 2019년 04월 0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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