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량환주(偸梁換柱)
수시로 진용을 바꿔 주력을 딴 곳으로 빼돌린 다음 기회를 틈타 상대를 굴복시키는 것 이것이 수레바퀴를 꼼짝 못하게 묶어두는 전술이다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19년 08월 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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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들보도 훔치고 기둥도 바꿔친다. 비장의 병서 ‘36계’ 중 제25계다. 그 원문에는 이렇게 되어있다. 수시로 진용을 바꾸어 주력을 딴 곳으로 빼돌린 다음 기회를 틈타 상대를 굴복시키는 것, 이것이 수레바퀴를 꼼짝 못하게 묶어두는 전술이다. 이에 대한 해설은 이렇다. 진용을 종횡으로 변화시켜 천형(天衡.-진의 전부와 후부)을 대들보로 삼고 지축(地軸.-진의 중앙부)을 기둥으로 삼되, 강력한 군대가 대들보와 기둥을 이룬다. 따라서 진을 보면 그 군대의 어디가 강한지 알 수 있다. 다른 적과 싸울 때는 수시로 진을 바꾸면서 몰래 그 정병을 빼내 바꾸거나, 결국에 가서는 대들보와 기둥을 대신함으로써 진이 절로 무너지게 한다. 이 적으로 저 적을 공격하게 하는 것, 그것이 으뜸가는 책략이다. 요컨대 다른 부대와 함께 적과 맞싸운다면 몰래 주력을 빼내고 자기 부대로 대체시킨다는 것인데, 이는 이 적군으로 저 적군을 쳐서 아우르는 으뜸가는 책략이라는 것이다. 기원전 205년, 한신은 위(魏) 왕표(王豹)를 공격하다가 위나라 왕이 포판(蒲坂)에 주력 부대를 포진시켰음을 알게 되었다. 그는 곧 포판 서안의 임진(臨晉)에다 군을 총집결시켜놓고, 임진에서 황하를 건너 포판을 공격하겠노라고 공개적으로 선포했다. 그러고는 몰래 주력부대를 빼돌려 임진북쪽의 하양(夏陽)에서 나무로 된 앵부(罌缶.-아가리는 작고 머리 부분이 큰 고대의 나무로 만든 용기를 말한다.)를 타고 황하를 건너 위왕을 공격했다. 위왕은 미처 손쓸 겨를도 없이 산 채로 붙잡혔다. ‘36계’에서는 .투량환주‘를 군사 책략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사실 이 책략은 정치영역에서 더 많이 운용되고 있다. 그것은 넓은 의미에서 사물의 내용을 대신하거나 바꿈으로써 상대를 속이는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다. 그것에 반영되어 있는 사상은 서로 속고 속이며 기회를 틈타 다른 사람을 굴복시키는 정치적인 권모술수다. 소련은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하여 인도양으로 남하하려는 숙원을 실현시키기 위해 50년대 중반부터 여러 측면에서 아프가니스탄에 침투했다. 그중 가장 중요한 침투는 군사고문을 파견해 친소 세력을 심는 것이었다. 소련은 전후 6천여 명에 달하는 고문과 전문가를 파견하여 아프가니스탄의 당 기관과 군대를 통제해나갔다. 이와 동시에 갖가지 수단으로 정치적 견해를 달리하는 사람들을 위협하여 친소 분자로 바꾸어나갔다. 국가와 군대의 ‘대들보’와 ‘기둥’을 도둑맞은 아프가니스탄이 1979년 12월 27일 공개적으로 침공해온 소련군에게 맥도 못 추고 무너진 것은 당연했다.
/이정랑 언론인 前 조선일보 기자 (서울일보 수석논설위원) |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19년 08월 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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