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슬픈 추석 특집드라마 ‘생일편지’
1945년 일제 침략기배경의 슬픈 드라마. 민족의 대명절로 불리우는 추석보다 오히려 3ㆍ1절이나 8ㆍ15 광복절 특집 드라마여야 그날의 의미와 함께 주제의식이 돋보일 법하다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19년 09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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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방송사마다 설과 추석 명절에 한 편씩은 선보이던 특집드라마들이 사라지고 있다. 이번 추석에도 지상파 3사중 유일하게 KBS만 2TV로 추석 특집드라마 ‘생일편지’(극본 배수영, 연출 김정규)를 11~12일 밤 10시에 방송했을 뿐이다. 지상파 3사중 유일하게 KBS만 추석 특집드라마 ‘옥란면옥’을 방송했던 지난 해와 같은 편성이다. 위키 백과에 따르면 SBS는 2015년 추석 ‘나의 판타스틱한 장례식’과 2016년 설 ‘영주’를 끝으로 명절 특집드라마를 내보내지 않고 있다. MBC 또한 2013년 추석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일’과 2016년 설 ‘퐁당퐁당 러브’를 끝으로 명절 특집드라마가 없다. 그나마 ‘퐁당퐁당 러브’는 2015년 창사54주년 특집드라마로 제작해 그해 말 방송한 재탕이다. 명절 특집드라마가 귀해진 건 돈을 들인 만큼 시청자 호응을 받지 못해서다. 속된 말로 돈이 되지 않아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그 점에서 먼저 KBS 에 박수를 보낸다. PD와 작가, 그리고 배우들과 함께 참여한 기자간담회에서 “KBS로서 최소한의 사명감을 갖고 ‘생일편지’를 편성했다”는 문보현 KBS 드라마센터장 말이 울림을 주는 건 그래서다. 그는 “수익성이 드라마 제작 환경에 중요한 지표가 되면서 의미 있고 시대의 아픔을 담았거나 진정성 있는 드라마들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것 같다”는 말도 했는데, 자취를 거의 감춘 단막극 사정과 무관치 않다. ‘자취를 거의 감춘’이라 말한 것은 해마다 ‘KBS 드라마 스페셜’이 방송되고 있어서다. 올해는 9월 27일부터 매주 총 10편의 단막극이 방송된다. 드라마 위축은 그뿐이 아니다. 현재 SBS는 밤 10시대 월화드라마 대신 예능 프로를 방송하고 있다. MBC 또한 ‘웰컴2 라이프’를 끝으로 월화극을 중단한다. KBS 역시 현재 방송 중인 ‘너의 노래를 들려줘’와 후속작 ‘조선로코-녹두전’을 끝으로 월화극을 중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상파 3사가 스스로 포기할 만큼 드라마 여건이 예전같지 않음을 보여준다. 한편 지난 해 수목드라마 ‘오늘의 탐정’을 결방하고 ‘옥란면옥’을 방송한 것과 다른 특집극 편성이 돋보이기도 한다. 수목드라마 ‘저스티스’ 종영 후 후속작을 1주 늦추고, 그 시간대에 추석 특집드라마 ‘생일편지’를 방송해서다. 일요일(15일) 낮(11시 45분) 시간대 재방송도 이른 아침이나 심야 이후 이루어진 이전 특집드라마들에 비해 나아 보인다. 1945년 김무길(전무송, 젊은 역 송건희)은 여일애(정영숙, 젊은 역 조수민)를 만나기 위해 징용 당한 형 대신 히로시마로 간다. 일애를 만나지만, 미국이 히로시마에 투하한 원자폭탄으로 인해 그들의 운명은 엇갈린다. 무길이 고향으로 돌아오는데 비해 일애는 그렇지 못한 것. 다시 헤어지지 말자던 연인이건만 이후 그들은 살아서 만나지 못한다. 완전 꼬여버린 인생을 살다 죽어간 무길과 치매 환자로 사는 일애의 그런모습은 현재 시점에서 손녀 김재연(전소민)을 통해 회상 형식으로 펼쳐진다. 원폭 피해자가 되어 고향에 온 무길은 임신한 조영금(김이경)을 맞이해 살지만, 뱃속 아이는 자신의 핏줄이 아니다. 그러니까 무길의 친손녀가 아닌 재연인 것이다. 일제 침략이 낳은 또 다른 민족의 비극적 모습이다. 하긴 무길과 일애의 이루지 못한 사랑 자체가 그렇다. 그로 인한 안타까움은 특히 무길이 배에 탔는데, 이미 승선했던 일애가 그를 찾아 내리는 장면에서 두드러진다. 일제의 잔학한 야만성을 직접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그 시대를 산 우리 민족의 비극이 이어진 시작점이라서다. 이토록 슬픈 추석 특집드라마를 언제 또 본 적이 있나! 그러나 ‘생일편지’가 추석 명절에 맞는 특집드라마인지는 의문이다. 1945년 일제 침략기를 배경으로 한 참 슬픈 드라마여서다. 민족의 대명절로 불리우는 추석보다 오히려 3ㆍ1절이나 8ㆍ15 광복절 특집드라마여야 그날의 의미와 함께 주제의식이 돋보일 법하다. 방송 첫날 2.8% 시청률이 다음날 반토막난 것도 시의적절성에 부합하지 못한 때문이 아닐까. CG인지 모르겠으나 원폭투하로 폐허가 된 도시의 모습이라든가 군더더기없는 깔끔한 전개와 “피보다 더 무서운게 정” 같은 주제의식이 그럴 듯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배우들 대부분이 경상도 사투리로 대화해 타지역 시청자들로선 다소 알아듣기 힘든 점이 그것이다. 표준어 자막을 삽입했더라면 훨씬 몰입감이 높아졌을 것으로 보인다. 일애가 히로시마에서 겪는 피해상황이 너무 피상적으로 그려진 점도 마찬가지다. 병든 할아버지를 손녀가 간병하는 설정이 예사로워 보이지 않는 것과 별개로 의문도 있다. 왜 손녀가 할아버지에게 사뭇 반말투로 얘기하나? 그럴망정 “내년에도 이런 작품 만들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시장에도 이런 메시지를 담을 수 있는 드라마들이 존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문보현 KBS 드라마센터장 말대로 되었으면 한다.
/장세진 방송 · 영화 · 문학평론가 |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19년 09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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