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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제례축문을 한글로 바꾸자

세계제일의 과학적인 글자라고 자부하면서 쉽게 바꿀 수 있는
관공서의 제례의식
에서는 한문을
고집한다면 이는
세계화의 역행이다.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19년 10월 23일
ⓒ e-전라매일
10월 9일 한글날이 또 한 차례 지나갔다.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창제한 후 수백 년이 지났지만 한글이 제대로 대접을 받게 된 것은 아마도 1945년 일제로부터 광복을 쟁취한 후부터였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말은 있었지만 글자가 없었기 때문에 한민족은 중국글자인 한자를 공부하지 않으면 소통이 어려웠고 한자를 배운다는 것은 양반계급의 전유물이었지 일반 상인들에게는 언감생심 흉내조차 내기 어려웠다. 지배계급인 양반들은 그나마 모든 문서를 한자로 표기하였기 때문에 어깨너머로 배운 한글 지식으로는 글을 안다고 할 수 없었다. 더구나 한글로 쓴 사발통문이나 체제에 반대하는 글들이 시중에 소통되자 연산군 등 독재군주들은 한글 보급을 철저히 막았다. 그래도 남몰래 훈민정음이 유통되기 시작한 것은 배우기 쉽고 쓰기 쉬운 한글의 출중한 장점 때문이었다. 부녀자들도 쉽게 익혀 장화홍련전이나 춘향전 심청전 등 말로만 전해져 오던 얘기들이 소설 형식으로 나돌 수 있었다. 이때는 한글이라고 하지 않고 언문(諺文)이라고 비하하였고 한글이라는 말도 1928년 조선어학회에서 처음으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글날이 1926년 제정될 때는 ‘가갸날’이었으나 2년 후 ‘한글’로 통일시켰다.
한글은 하나의 글이라는 뜻으로 알려졌으나 원래 ‘한’은 크다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한국이라는 국호도 거기에서 유래했기 때문에 한글이 韓글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우리는 세종의 거대한 꿈에 의해서 글을 가진 나라가 되었고 그것도 세계의 많은 어문학자들이 인정하는 바와 같이 어떤 나라의 언어보다도 더 과학적이고 이름다운 글자로 각광을 받고 있는 게 사실이다. 다만 한글 창제 이전에 한문을 써왔기 때문에 많은 표현이 한자화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가능한 한 숨겨진 우리말을 찾아서 표현을 바꾸고 있긴 하지만 전체적으로 바꿀 수 있을지 한글학자가 아닌 나로서는 가늠이 가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가 얼마든지 자체 노력만으로도 바꿀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과감하게 바꿔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 중의 하나가 제례문화 부문이다. 우리는 유교사상 속에서 오랜 세월 살아왔다. 유교는 학문과 도덕 예의 등 우리의 삶을 지배하는 수많은 격식을 제정하고 강요해 왔다. 특히 조선왕조 500년 역사는 향교(鄕校)와 서원(書院) 등 지배계급의 동아리들이 똘똘 뭉쳐 자기네만의 세계를 구축해 놓고 있었다.
여기서 가장 중요시하는 것이 이른바 예법(禮法)이다. 결혼과 장례 그리고 제사 등 극히 사소한 부분까지 이들이 만들어 놓은 예법의 굴레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바로 징벌의 대상이 되었다. 이것은 왕조에서도 어쩔 수 없이 따를 수밖에 없는 고리가 되어 절대 권력자인 임금까지도 옭아매는 수단이었다. 이를 함부로 어기면 곧 탄핵의 대상이 되어 왕의 위상이 흔들릴 정도였으니 얼마나 무서운가. 예송(禮訟)은 수많은 당쟁과 사화를 야기했던 장본이었다. 송시열 같은 당대의 권력자도 예송에는 당하지 못하고 유배를 가야했으며 해배(解配)되어 돌아오는 길에 정읍에서 불의의 죽음을 당해야 했다. 이처럼 까다로운 양반계급의 룰은 필요할 때에는 언제든지 상인계급에게도 적용되어 가렴주구의 수단으로 사용되었으니 그 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상인(常人)들은 한문을 잘 모르기 때문에 제사가 돌아와도 축문을 쓸 수가 없었기에 양반에게 부탁해야만 했고 적지 않은 글 값을 치렀다. 이 제례축문이라는 것이 지금도 그대로 내려와 사용되고 있으니 어찌 한심하다는 말이 나오지 않을까.
제례축문은 우리 일상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생활문화다. 어느 집에서나 제사를 지내려면 지방을 쓰고 축문을 준비한다. 요즘 극성스러울 정도로 널리 퍼진 전국의 온갖 산악회는 연초(年初)에 반드시 시산제를 지낸다. 축문을 준비하여 격식에 맞는 제례를 올리는데 대부분 상투적인 한문을 버리고 순수한 우리말로 고쳐 읽는다. 알아듣기도 좋고 길게 내빼는 ‘소리’를 내지 않아도 된다. 참으로 권장할만한 일이다. 그런데 관공서가 주관하거나 기관에서 하는 제례에 가보면 조선시대 그대로다. 나는 올 가을 들어 서울도봉구 도봉서원 추향제와 전남 영암 남해신제에 갔다가 똑같은 구태를 잘 봤다. 양복을 벗고 도포에 갓을 쓰는 것은 이해되지만 절을 드리는 안내말씀과 제문을 꼭 옛날식으로 해야만 되는 것일까. 산신제처럼 우리말로 고쳐진 제문을 읽는다면 관객들의 호응도도 훨씬 나아질 것이다. 심지어 한문으로 쓰인 제문을 읽을 수 없어 한글로 바꿔 써서 읽는다면 이는 난센스가 아니고 무엇인가. 한글을 배우기 위해서 158개국의 청년들이 매해 한글 토픽시험에 도전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를 통과하려고 대리시험을 치다가 적발된 사람도 엄청나게 많다. 세계제일의 과학적인 글자라고 자부하면서 쉽게 바꿀 수 있는 관공서의 제례의식에서는 한문을 고집한다면 이는 세계화의 역행이다. 교육부와 문화부에서 이에 대한 모범답안을 준비하라고 권하고 싶다.

/전대열 大記者
(전북대 초빙교수)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19년 10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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