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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례 없애고 결혼식 건너뛰고, 새로운 결혼풍속도

이처럼 달라진 결혼
풍속에 우리는 어떤
자세로 임해야 옳은
가? 달라진 세태에
다르게 대응해야하
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이렇게 달라
진 세태에 우리의
마음도 달라진다.
이렇게 달라진 세태
에서도 함께 살아가
는 소중한 마음만은
달라지지 말았으면
좋겠다.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0년 01월 16일
ⓒ e-전라매일
얼마 전 아는 사람의 결혼식 이야기에 놀랐다. 이 사람은 결혼식을 생략한 채 혼인신고만 했다. 결혼기념일은 혼인신고를 한 날로 정했다. 늦은 겨울휴가로 신혼여행을 대체하고, 스튜디오 촬영은 여행지에서 스냅촬영으로 갈음했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것도 아닌데 굳이 결혼식을 하지 않은 것이다. 이들 부부는 자신들이 행복하게 살면 되는데 남들을 불러놓고 과시하는 결혼식을 하고 싶지 않았다. 결혼식을 준비하며 받는 스트레스도 피하고 싶었다. 2030 밀레니얼 세대가 결혼 문화를 새로 쓰고 있다. 처음엔 ‘주례 없는 결혼식’이 늘다가 클럽하우스나 근교 웨딩홀에서 가족 및 친지만 부르는 스몰웨딩이 유행하더니 급기야 ‘결혼식 없는 결혼(노웨딩)’까지 등장한 것이다. 과거 “물 떠놓고 결혼했다”는 말이 어려운 시절을 회상하는 진부한 표현이었을 만큼 ‘노웨딩=빈곤’으로 생각했던 인식이 무색한 풍경이다.
앞서 결혼한 선배들을 보고 결혼식을 치르지 않기로 합의하는 이들도 많아지고 있다. 선배들이 하나같이 “결혼식이 기쁜 이유는 곧 이 지긋지긋한 식이 끝나기 때문”이라는 이야기, 준비하는 과정에서 파혼에 이르는 사례도 많이 봐서 우리나라 결혼식 문화가 문제가 있다고 여긴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양가 부모가 벌이는 ‘파워게임’을 떠올리면 스트레스이다. 결혼식 준비를 통해 양가의 ‘민낯’을 보게 된다는 점도 노웨딩 열풍의 원인으로 꼽힌다. ‘웨딩의 주인공은 신부’라는 공식에 거부감을 가진 이들도 적지 않다. 여자는 드레스 등 화려한 결혼식을 꿈꾼다는 편견이 싫다는 것이다. 결혼식에서 신부를 인형처럼 대하는 걸 보고 진저리를 치는 예비 신부들도 많다. 결혼식은 엄연히 부부 공동의 날인데 신부만 주인공으로 부각시키는 것이 불편하다. 혼자서 제대로 움직일 수도 없는 불편한 드레스를 입고 전시하고 싶지 않다.
결혼식을 치르더라도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우선 부부의 은사나 부모의 지인 등에게 부탁하던 주례는 사실상 사라지는 추세이다. 두 사람에게 큰 의미 없는 사람을 주례로 세우기보다는 양가 부모의 편지나 덕담, 친구들의 축사로 대체하는 경향이 강하다. 식장과 청첩장에 부모 이름은 생략하고 신랑신부 이름만 내세우기도 한다. “이 결혼의 주인공은 우리고, 누군가의 아들·딸이 아닌 한 개인으로서의 독립”이라는 선언이다. 가족·친지만 참석하는 스몰웨딩은 점점 인기를 얻고 있다. 시청 등 공공시설도 새로운 선택지로 떠오르고 있다. 식 규모가 작은 스몰웨딩이 더 저렴하다는 것은 아니다. 호화스럽기로 작정하면 일반 결혼식보다 비용이 더 들 수도 있다. 규모의 경제를 이룬 웨딩홀 결혼식보다 모든 것을 스스로, 소규모로 준비할 경우 단가가 더 높기 때문이다. 호텔업계도 이런 트렌드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스몰웨딩은 호텔의 새로운 먹거리로 떠올랐다.
이처럼 새로운 결혼문화가 자리 잡게 되면서 문제로 인식되는 것은 청첩장, 축하금, 주택자금대출 등의 현실적인 사안들이다. 어느 부부는 가족·친지 20여명만 조촐하게 식사만 하기로 했지만 일단 청첩장은 맞췄다. 회사에서 결혼축하금을 받으려면 청첩장을 제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혼으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부분의 서비스들은 결혼식을 한다는 전제를 갖고 있다. 이는 정부가 제공하는 신혼부부 혜택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예컨대 버팀목 전세자금대출은 대출신청일로부터 3개월 이내 결혼 예정자에게도 혜택을 주지만, 청첩장 또는 예식장 계약서를 제출해야 한다. 스몰·노웨딩족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청첩장을 만들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최근 극소량의 제출용 청첩장만 제작하는 업체도 나타났다.
스몰·노웨딩을 치르면서 혼란스럽기도 하다. 축의금 전달 여부를 놓고 40∼50대들이 모여 논의하는 진풍경도 벌어진다. 주변에 물어봐도 의견이 반반으로 갈려 도움이 되지 않는다. 보통 결혼식에 가든 안가든 청첩장을 받으면 축의를 하는 편인데 이런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난감하다. 집들이 문화도 사라졌는데 그냥 ‘축하한다’ 한마디로 정리해도 되는지 눈치가 보인다. 축의금은 부모 세대에서도 문제이다. 스몰·노웨딩을 선언한 자녀들에게 “지금까지 뿌린 축의금을 회수할 생각이 없느냐”고 묻기도 쉽지 않다. 지금까지 주변 사람들 결혼식에 꼬박꼬박 참석한 데는 내 자식 결혼식을 염두에 둔 것도 있는데 축의금을 안 받자니 아쉽다. 이처럼 달라진 결혼풍속에 우리는 어떤 자세로 임해야 옳은가? 달라진 세태에 다르게 대응해야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이렇게 달라진 세태에 우리의 마음도 달라진다. 이렇게 달라진 세태에서도 함께 살아가는 소중한 마음만은 달라지지 말았으면 좋겠다.

/한승진 교육학박사
(익산 황등중 교목·교사)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0년 01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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