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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6> 명당이야기

고인에게 명복을 빌고
후손에게
발복을 기원하는
숭조화목의 정신으로
각자 몸을 가다듬어
집안을 일으키고
세상에 무엇인가
보탬이 되는 삶이 되고자
노력할 때,
또 하나의 명당이
탄생되어지는 것이
아닌가 한다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0년 02월 16일
ⓒ e-전라매일




인류는 오래 전부터 아무 곳에서나 살지 않았다. 하늘을 나는 새나 땅에서 사는 짐승들도 마찬가지다. 그래서인지 예부터 우리 조상들은 볕 좋고 물 좋은 곳에 터를 잡고 이를 배산임수(背山臨水) 명당(明堂)이라 여기고 살아 왔다.
이러한 명당 선호는 풍수사상에서 비롯되었다. 풍수(風水)라는 말은 ‘장풍득수(藏風得水)’에서 온 말이다. 곧 바람을 막아 잘 갈무리하고 물을 얻을 수 있어 어머니 품속처럼 포근하고 아늑한 곳에 생기(生氣)가 모여 중화(中和)를 이룰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집 앞이 높고 뒤가 낮으면 고아나 과부가 나오고, 좌우측이 낮고 집만 높으면 집안이 불안하다. 소가 누워서 되새김질하는 와우혈(臥牛穴)에 묘를 썼으니 의식이 풍족하고, 안산(安山) 앞으로 냇물이 도도하게 흘러 관운이 좋고, 물소리가 시끄럽게 들리니 우환이 그치지 않으며, 청룡과 백호혈이 약하니 재물이 귀하다는 등, 산세(山勢)의 기복과 수구(水口)의 흐름에 따라 그 영험 또한 천태만상이라 보았다.
묏자리를 잘 써서 곧 운이 트여 복을 받았다는 인장묘발(寅葬卯發)에 관한 이야기가 하나 있다. 어느 산골에서 머슴살이를 하는 노총각이 있었는데 엄동설한에 노모가 갑작스레 세상을 떴다. 곤궁한 살림이라 날이 새기 전 동네 뒷산에 몰래 묻었다. 그런데 그 곳이 공교롭게도 주인 영감이 선친을 모시려 몰래 구해 놓은 명당 자리였다. 아무리 자기 땅이라 해도 이미 묻은 시신을 다시 파내게 할 수는 없는 일이기에, 주인은 그 머슴을 사위로 삼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 완주 대둔산
ⓒ e-전라매일

문자 그대로 인시(寅時)에 하관하여 묘시(卯時)에 발복한 인장묘발(寅葬卯發)의 명당자리가 아닌가. 아무리 돈이 많고 권세가 높아도 3대가 적선을 하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다는 게 명당이라 하니 물각유주(物各有主) 적선지가봉길지(積善之家逢吉地), 만물에는 주인이 따로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이러한 풍수사상이 자칫, 자신의 노력에 의한 대가보다는 위력에 힘입어 요행을 기대하려는 의타심으로 변질될 염려 또한 없지 않다. 그러나 나는 내 어린 시절 나의 손목을 이끌고 성묘 길에서 들려주셨던 집안 어른들의 명당에 관한 이야기를 잊지 않고 있다. 누구네는 묘 자리를 잘 써서 잘 되는데, 누구네 집안은 묏자리를 잘 못 써서 망했다며, “이 묘는 네 5대조 묘인데 그게 숙호혈(宿虎穴) 명당이라서 몇 십 년 후에는 우리 집안에서도 큰 인물이 난다고 황 풍수께서 말씀하셨단다.”이런 말씀들이 어린 날의 나를 숙연하게 압도하곤 하였다. 그래 나도 무엇인가 되어야 했다. 그리하여 집안을 일으키고 세상에 쓸모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지금껏 살아오고 있다.
십여 년 전 한식날이었다. 그동안 명당을 찾아 각지에 흩어져 있던 조상님들의 산소를 고향 인근에 있는 대종중 선산으로 모셔왔다. 한 곳에 모셔 놓고 보니 보살피기에도 편해 좋았다. 말하자면 새로운 명당이 마련된 셈이다.
밝고 따뜻한 지맥의 기운은, 마치 사람의 몸속에서 피가 흐르듯, 그곳에서 좋은 에너지가 발생하여 우리 몸에 새로운 활기를 준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오늘도 우리는 배산임수, 남향동문의 주택과 풍광도 좋고 접근성도 좋은 상가나 아파트 로얄층을 찾는다. 그러고 보면 풍수지리는 미신이 아니라 인문지리이며 종합과학인 셈이다. 그래서인지 예부터 우리 조상들은 지형의 높낮이나 주변 환경에 따라 길흉이 바뀐다고 믿어 같은 값이면 명당을 찾아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길인주처시명당(吉人住處是明堂)’이란 말도 있다. 산 좋고 물 좋은 곳에만 명당이 있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어진 사람이 사는 곳도 바로 명당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고 보면 명당이란 그 어디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의 마음속에서 새롭게 만들어져 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고인에게 명복을 빌고 후손에게 발복을 기원하는 숭조화목의 정신으로 각자 몸을 가다듬어 집안을 일으키고 세상에 무엇인가 보탬이 되는 삶이 되고자 노력할 때, 또 하나의 명당이 탄생되어지는 것이 아닌가 한다.

/김동수 시인
본지 독자권익위원회 회장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0년 02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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