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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와 관심, 이에 따른 다문화가정

중요한 것은
머리카락
색깔이 아니라
어떤 이야기를
누구와 어울려
만들었느냐
하는 것이다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0년 02월 20일
ⓒ e-전라매일


서로 충돌하는 두 음이 동시에 연주되면서 음악작품을 앞으로 밀고 나아가듯이, 우리의 생각과 아이디어와 가치의 불협화음은 우리로 하여금 생각하고, 재평가하고, 비판하게 만들기도 한다. 그렇다. 서로 다른 생각이 마주쳤을 때 충돌과 불협화음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다름을 인정하고 나누는 대화를 통해 흩어진 음을 조율하고 매만지면서 우리는 하나 되어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 갈 수 있다. 숲에 앉아 귀 기울이면 새들 중에도 음치가 있다. 헤엄이 서툰 물고기, 키가 자라지 않은 나무 덜 예쁜 꽃, 빠른 거북이와 느린 토끼……. 세상 어디에나 다름과 차이가 존재한다. 서로 돕고 사랑해야 한다. 숲길을 자주 걷노라면 때때로 정말 ‘음치 새’를 만나게 된다. “새소리 맞아?”하며 가는 웃음이 피어난다. 그러나 그 음치 새소리 때문에 숲속의 음악은 더 다채롭고 화려해진다. 크고 작은 나무, 그 나무들을 스치는 바람 소리와 어울려 살아있는 생명의 음악소리로 가득 차오른다.
10년 전 대학교 기숙사에서 있었던 일이다. 같은 방을 쓰는 친구끼리 사소한 말다툼이 벌어졌다. 같은 고향 출신의 친한 친구 사이라 특별히 같은 방을 배정받은 학생들이었는데, 함께 생활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다툼이 일어난 것이다. 소동에 놀란 다른 학생들이 두 사람을 붙잡고 말려 싸움이 되는 것은 막았지만 화가 풀리지 않은 듯 서로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싸움의 원인은 슬리퍼 때문이었다. 문 앞에 슬리퍼를 벗어둘 때, 한 사람은 슬리퍼 앞쪽이 문 쪽을 향해야 했고, 다른 한 사람은 실내 쪽을 향해놓아야 마음이 편하다는 것이었다. 고작 이런 일로 친했던 두 사람이 이렇게까지 말다툼을 해야 하는지 모두가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때 상급생 한 명이 그 자리를 지나가자 두 학생은 서로 자신의 편을 들어달라고 상급생에게 말했다. 상급생은 두 사람을 쳐다보며 시큰둥하게 말했다. “나는 내방에서 슬리퍼 안 쓰고 맨발로 다녀. 그런 나는 제정신이 아닌 사람인가?” 그렇게 다투던 두 학생은 상급생의 말에 얼굴을 붉히고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풍자소설『걸리버 여행기』에 등장하는 소인국 릴리퍼트와 블레푸스크는, 삶은 달걀의 껍데기를 깨는 순서가 다르다는 이유로 전쟁을 벌인다. 이를 단순히 웃고 넘길 풍자로만 볼 수 없는 것이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곳에도 이와 비슷한 일이 자주 발생한다. 먼저 다름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문제이며 서로에게 배려심이 부족해서 생기는 일이다. 배려는 서로 하는 것이다. 한쪽이 한 발짝 물러설 필요는 없다. 서로가 반 발짝씩만 물러선다면 충분히 해결될 수 있는 다툼과 분쟁이 얼마나 많은지 생각해본다. 밀가루 장수와 굴뚝 청소부가 싸움하면 밀가루 장수는 검어지고 굴뚝 청소부는 희어진다. 이렇듯 생각을 좀 더 열린 시각에서 다름을 존중하고 배려하면 좋겠다.
국제결혼을 통해 형성된 다문화가정은 세계관의 차이, 언어와 문화의 차이 등으로 인해 심각한 사회 부적응을 겪고 있다. 실제로 이들 다문화가정이 겪고 있는 사회 부적응은 높은 이혼율, 가족 해체, 가정 내 폭력, 고부 갈등, 2세들의 정규 교육과정의 탈락, 빈곤의 고착화 등 여러 가지 문제들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국제결혼을 통해 우리나라에 이주한 여성들은 인권침해에 극명하게 노출돼 있다. 많은 경우 국제결혼중개업체를 통해 국내에 시집 온 외국인 여성들은 고부 갈등을 비롯해 문화적, 언어적 차이로 인해 발생하게 되는 여러 가지 갈등에 노출된다. 다문화가정에서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폭력은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시급한 사회적 문제이다. 결혼이주여성이 이주민으로서 사회 안에 통합되어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완전한 의미의 환대 차원에서 생각해야할 문제이다. 이주민 문제는 인권과 같은 보편적인 시각에서 접근해야한다.
단일민족이라는 역사관으로 오랫동안 고립되어 살아온 우리나라는 주변의 중국과 일본 외에 다른 인종이나 민족과 만나 교류할 기회가 없었다. 이러한 민족우월주의 인식이 다문화가정을 배려하지 못하고 차별하는 경향으로 나타나고 있다. 말과 문화가 다른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이주민과 결혼이민자들은 당혹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우리가 조금 더 적극적으로 이들에게 다가가 따뜻하게 환대할 필요가 있다. 결혼이주여성이 우리사회 안에서, 자신의 가정 안에서 더 이상 약자로 살아가지 않도록 우리 사회가 특별히 배려하고 포용해야 한다. 특별히 사회적인 정책과 구조, 제도 안에서 소외된 사각지대에 있는 결혼이주여성들과 가정 폭력에 노출된 여성들을 위해서 더욱 더 고민하고 그들에게 다가가야 할 것이다. 다문화가정을 배려하기 위해서는 결혼이주민들과의 인격적 만남도 중요하다. 이들과의 만남을 통해 이들이 필요한 것을 제대로 알고 도와줄 수 있기 때문이다. 언어와 문화가 다른 새로운 환경에서 사는 결혼이주여성을 포함한 이주민들이 모국에서 사는 것처럼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을 때 이들이 우리 사회 안에 통합될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머리카락 색깔이 아니라 어떤 이야기를 누구와 어울려 만들었느냐 하는 것이다. 여러 강물이 만나 큰 바다를 이루듯 대양(大洋)으로 나아가야 한다.

/한승진 교육학박사
(익산 황등중 교목·교사)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0년 02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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