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선생님-스승의 날을 맞이하며
5월이 푸르고 아름다운 것은 사람들의 마음에 참 스승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0년 05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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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둥굴레 꽃을 보면 어머니가 생각난다. 단아한 초록 잎 사이 치우친 한 쪽 줄기에 아롱아롱 하얀 꽃을 달고 있는 모습은 생전의 어머니를 닮았다. 아버지는 겨우 마흔인 어머니에게 고물고물 어린 7남매를 떠넘기고 뒤도 안 돌아보며 훨훨 다른 세상으로 떠나셨다. 그 때문에 평생을 한 번도 허리를 펴보지 못한 어머니의 세계는 젖은 행주치마처럼 고단하고 슬펐다. 어머니의 세상은 맑은 날보다 천둥치고 번개 울고 땡볕 내려 쬐는 무섭고도 절박한 안개 속 이었다. 자식들을 먹이고 입히고 가르쳐야 하니 넘어지거나 흔들리지 않기 위해 가슴에 쾅쾅 내리친 쇠못 같은 결의와 의지가 아니었으면 견디기 힘든 날들이었다. 힘에 부쳐 한 쪽으로 몸을 부린 둥굴레 줄기는 어머니고 그 줄기에 매달린 속절없이 예쁜 꽃들이 우리 자식들이였다고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어려움 속에서도 자식을 향한 정이 유난히 애틋하셨던 어머니는 당신에게 맡겨진 일을 다 마치시고 둥굴레 잎 지듯 지셨다. 여자 혼자 힘으로 견디기 힘들었을 차가운 세상에서 어쩌면 어머니는 자식들을 향한 꿈과 희망의 지경을 둥굴레 뿌리처럼 넓히며 살았을 것이다. 해마다 봄날이면 땅속에서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나 잎겨드랑이에 긴 대롱모양의 꽃을 피우는 별처럼 아름다운 둥굴레 꽃을 바라보고 있으면 아픔과 고난의 세월 속에서도 한없이 인자하시고 점잖으셨던 어머니가 많이 그립다. 봄꽃처럼 여리셨지만 겨울나무처럼 강인하셨던 어머니는 화려한 외형이 아닌 내면의 충실한 향기를 가르쳐 준 참 스승이었다. 그녀는 믹스커피처럼 달달하고 부드럽다. 세련된 체크문양의 면목도리처럼 따뜻하며 비빔밥처럼 고소하다. 비눗방울처럼 발랄하고 웃음이 많은 순수한 그녀의 매력은 단연 자신감이다. 소극적이고 소심한 성격의 필자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 항상 열정적인 그녀를 보며 때론 힘겹고 낯설어 더욱 움츠려 들기도 했다. 그럴수록 잠자는 자아를 깨워주고 안에만 갇혀 살지 말고 문을 열고 세상 밖으로 나오라고 끊임없이 부축이고 토닥여 주었다. 그 시절 나는 변방의 외로운 영혼 이였고 높고 고귀한 문학의 세계를 알기엔 한없이 부족한 사람이었다. 그 세계에 이름을 올리고 반듯하게 설 수 있었던 것은 덥석 내 손을 잡아 준 그녀 덕분이다. 문학을 한다는 것은 “목련꽃 그늘 아래서 베르테르의 편지를 읽“는 경이롭고 아름다운 일로 여겨졌다. ”벌써 아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을 불러주는 별이 되는 일이였다. 어느 시인은 “스물세 해 동안 나를 키운 건 팔 할이 바람이다”라고 고백했지만 한결같은 마음으로 마음을 닦아주고 무너지는 무릎을 세워 주며 정말 나를 나 되게 만든 건 그녀의 열정과 사랑과 응원 덕분이다. 못난 자아로 절망하고 방황할 때 위로하고 용기를 주고 동행해 준 사람. 조금이나마 삶의 통찰력과 이생의 안목을 키울 수 있었던 힘은 그녀의 바른 성품과 따뜻한 감성의 가르침 때문이리라. 나보다 더 나를 잘 알며, 나보다 더 나를 위하며, 나보다 더 나를 믿고 따뜻하게 응원해 준 고마운 스승이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건넛집 지붕위로 연보라 탐스러운 오동나무 꽃송이들이 활짝 웃는다. 마치 오동나무도 이맘때가 되면 고맙고 감사한 우주를 향해 풍성한 화환을 만들어 바치는 것 같다. 며칠 있으면 스승의 날이다. 5월이 푸르고 아름다운 것은 사람들의 마음에 참 스승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고맙고 사랑하는 마음들이 모이고 쌓여서 아름다운 안부가 되기 때문이 아닐까. 이번 스승의 날에도 어머니는 천국에 그녀는 다른 도시에 머물고 있을 것이다. 간절하게 때로는 철없이 그립고 감사하다.
/최윤옥 시인 |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0년 05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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