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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칼럼

유월이 갔다

아직도 6·25의 상흔
이 깊이 남아있는
한반도에 민중보다
정쟁과 이념으로
체제와 권력 유지를
앞세우는 당쟁의
현상을 보며 사회학
적 존엄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0년 07월 02일
ⓒ e-전라매일
대한민국의 오뉴월은 나의 오뉴월과 별반 다르지 않다. 녹음이 진해지는 계절이지만 내겐 빚진 계절이기도 하고, 뙤약볕에서 울분과 충성심을 두 주먹에 불끈 감아쥐고 노래로 다짐했던 열렬한 계절이기도 하다. 우연히 아주 우연히 스마트폰으로 6·25 한국전쟁 70주년 기념식을 보았는데 문재인대통령이 노병들과 함께 ‘6·25의 노래’를 부르고 있을 때, 울컥하였다.
“아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날을/조국을 원수들이 짓밟아 오던 날을/맨주먹 붉은 피로 원수를 막아내어/발을 굴러 땅을 치며 의분에 떤 날을…”
내 나이쯤 되는 사람은 남녀를 막론하고 이런 경험이 있었을 것이다. 전교생이 선생님의 친절한(?) 안내를 받아 학교운동장에서 아침 햇살을 듬뿍 받으며 이 노래를 합창했다. 이보다 더 앞서 현충일기념 노래도 불렀다. 유월은 학교운동장에서 산천을 울렸다.
달력에는 수많은 기념일 적혀있다. 사월, 오월, 시월이 비슷하게 많고 다음이 유월이다. 그러나 특이하게 오월과 유월에는 대한민국 현대사에 획을 그은 날이 집중되어 있다. 5·16 군사쿠데타, 5·18광주민주화항쟁, 6·10 민주항쟁기념일, 6·25한국전쟁이 몰려있다. 그리고 5·11 동학농민혁명기념일도 추가해야 한다. 맨 늦게 재정되어 유감스럽지만 지금이라도 기념할 수 있어 다행이다. 독재 아래서 전쟁의 노래를 부르며 ‘자유’를 기념하며 찬양했지만 이념의 그림자를 만들어냈고, 그림자는 실체가 되어서 오랫동안 독재자가 시민을 지배했다. 내가 어렸을 적에 불렀던 노래를 대통령이 부르는데 유월의 그림자처럼 민족의 업보처럼 느껴져서 다짐보다 슬픔이 올라왔다. 나보다 앞선 세월부터 불렀던 노래일 텐데 대통령이 되어서 민족 비극의 시대를 벗어나려는 다짐일 것인데, 그 70년 세월의 업보가 무거워 보였다.
목숨의 존엄, 민주주의 존엄, 동학군, 광복군, 독립군과 의병과 의용군의 존엄을 밟은 6.25 전쟁!, 4·19학생운동과 오월과 유월에 쓰러진 존엄을 일으켜 세우고자 투사들이 혹은 앞선자들이 뜨겁게 땀과 눈물과 핏방울을 흘린 대한민국의 시간과 현재는 대통령의 노래로 항구적 전쟁을 없애는 일이 될 수 있을까. 아직도 6·25의 상흔이 깊이 남아있는 한반도에 민중보다 정쟁과 이념으로 체제와 권력 유지를 앞세우는 당쟁의 현상을 보며 사회학적 존엄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전쟁 없는 것이 평화의 기본이다. 남북한이 서로 군사적 적대관계인 우리 현실에서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할 것이 전쟁이다. 얼마나 많은 희생 위에 되찾아온 나라인가. 얼마나 많은 목숨으로 지켜낸 평화인가를 생각한다. 그 대가가 자유라면 자유는 우연히 발견된 서류와 같은 것은 아니지 않는가. 얼굴도 모르는 삼촌은 6·25 전쟁에서 전사하여 국립묘지에 안장되었지만 평생 동안 아파하시던 할머니를 기억한다. 산자로서 짙은 녹음의 유월에는 빚을 진 느낌을 감출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70년 전의 존엄이 짓밟히는 현상이 목도되고 있다. 남북의 정쟁, 남한에서의 정쟁, 그래서 정치는 생명의 존엄과 평화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고 간절하게 호소한다. 그래도 유월이 갔다. 아아, 유월이 갔다. 절명가를 남기지 않고 다시 한가득 차오를 달처럼 유월이 갔다.

/김현조
독자권익위원회 위원
전북시인협회 회장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0년 07월 0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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