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 아이들의 또 다른 친구

코로나 사태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습니다. 유아교육기관에서 방역수칙을 최일선에서 지켜야 하는 저는 추석 연휴에 부모님을 뵈러가는 것도 삼가야만 했습니다. 대신 유치원의 인형 친구들을 호출해서 세탁도 하고 살균 건조도 했지요. 옹기종기 모여 있다가 교실 바깥으로 오랜만에 인형들이 외출합니다. 모두 모이니 정말 각양각색입니다. 작은 흰색 생쥐부터 토끼 인형, 거북이 인형, 아기인형, 엄마인형, 무지개 인형, 각자 다른 이름을 가진 공룡들...
인형만큼 아이가 주변에서 친밀하고 쉽게 접할 수 있는 장난감은 없습니다. 그래서 인형은, 아이에게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가장 전형적인 매개체입니다. 최근에는 인형을 단순한 장난감이라고 보기보다는, 교육과 심리 및 치료의 차원에서 좀 더 넓게 인형의 기능을 바라보기도 합니다. 아이들로 하여금 인형에게 자아를 투사하게 하고, 현실에서는 이룰 수 없는 다양한 역할 연기로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게 하는 것이지요. 특히 미국의 교육학자 Edger Dale은 인형 매체의 교육적 기능으로, 감정 이입을 통한 조형 언어로 작용하는 기능을 들면서 유아들에게 그 심리묘사나 적절한 행동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여 사교성과 사회성, 도덕성을 습득하게 한다고 합니다.
유치원에서는 아이들로 하여금 동화적인 세계를 다양하게 경험시키고,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여 부드럽고 친밀한 정서를 함양할 수 있는 교수 매체의 하나로서 인형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발달 단계의 하나인 ‘전조작기’의 유아는 인형을 단순한 물체가 아니라, 하나의 생명이나 초월적인 존재로 상상하기도 합니다. 인형의 세계에 몰입하여 극대화된 유아의 상상력은 어휘의 발달, 자아 존중감과 친사회적 행동 등 사회적 기술과 정서능력을 활성화시키는 데에 도움이 됩니다.
인형이 건조되길 기계 앞에서 지켜보다, 며칠 전 솔잎향기반 동극활동에 초대 받은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꼬마 의자에 앉아 가만히 인형에게 속삭이는 아이들을 관찰하였지요. 인형은 아이들에게 있어 장난감이기도 하고, 배우이기도, 친구이기도 합니다. 교실에서 인형들은 종종 아이들의 판타지 세계 여행을 위한 가이드가 되기도 하지요. 아이들이 상상하는 세계는 등껍질이 아주 딱딱해진 100살 된 원로 거북이가 토끼에게 이런 저런 가르침을 주고, 그 옆에서 생쥐의 친구인 공룡이 느긋이 산책을 하는 아름답고 평화로운 세계입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한 장면처럼 그 세계에서 아이들과 함께 티타임을 갖는 상상을 하다가, ‘땡’, 알람 소리에 후딱 정신을 차리고 기계에서 쏟아져 나오는 인형들에게 속삭여 봅니다. ‘너희들을 통해 우리 아이들이 환상의 세계로 떠났다 돌아오는 행복을 알게 하기를, 아이들이 너희에게 어른들이 알지 못하는 꿈과 상상을 전달하고, 그로 인해 아이들의 삶에 새로운 탐색과 통찰이 이어지기를’...

/안장자 교육학박사
군산하랑유치원이사장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0년 10월 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