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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이름으로

이제 세상의 힘에
끌려가는 타율적
나의 삶이 아니라
내가 나를 끌고 가는
자율적 오도의 길,
나를 비우고
나를 절제하여
그 속에서 오히려
충만해진 나로
되돌아가고 싶다.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0년 11월 29일
ⓒ e-전라매일
조용히 있고 싶을 때가 있다. 그것도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종일 사람에 시달리고 갖가지 정보와 공해에 이리 끌리고 저리 흔들리다 보면 어느 새 하루가 가고 만다. 이런 번잡한 일상의 급류에 휩쓸려 흘러가고 있다.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돌아 볼 겨를도 없이 세상은 빠른 속도로 변해 가고 있다. 그 변화의 흐름 속에서 나도 휩쓸려 가고 있다. 그러지 않고서는 현실에서 낙오되기 때문에 그 속도를 놓치지 않기 위해 과도한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다.
빠른 것은 편리하다. 그것은 우리에게 물질의 풍요도 안겨 주었다. 그러나 속도와 소비를 향해 과도하게 달리다 보니 잃은 것도 많다. 경주마(競走馬)처럼 앞만 보고 달리다가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들을 놓치고 말았다. 무한 경쟁의 자본 시장에서 다투어 달리다 보니 상대를 배려하는 법, 진득하게 기다리는 법, 우리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자기 성찰의 시간들을 놓치고 말았다. 빨리 빨리, 그것은 결국 아름다운 가치들을 놓치는 가시적 추종일 뿐 결코 행복의 지름길이 아니었다.
현대문명은 날로 속도를 더하면서 그 부산물로 우리에게 소비와 편리를 안겨 주었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의 영혼을 메마르게 할 뿐, 더 이상 삶의 완성이 아니었다. 속도를 좇다 우리들은 고향을 잃어 버렸다. 풍요 속에서도 평온을 얻지 못한 존재의 빈곤들, 그래서 오늘도 우리의 집, 영혼의 쉼터를 잃고 유목민들처럼 변방(邊方)을 떠돌고 있다. 나만의 시간이 그립다. 일상에 부풀린 나를 잠재울 수 있는 그리하여 그 속에 가려져 있는 진정한 나의 모습과 한 번 독대(獨對)하고 싶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열차에서 내려 이제 들녘을 굽이 돌아 흐르는 장강(長江)처럼 지나온 세월을 되돌아보면서 흘릴 것은 흘리고 가라앉힐 것은 가라앉혀 알몸의 나로 되돌아 가보고 싶다.

나는 이제야 내가 생각했던
영원의 먼 끝을 만지게 되었다.
그 끝에서 나는 눈을 비비고
비로소 오랜 나의 잠을 깬다.
-김현승, 「절대고독」에서

고독 때문에 어딘지를 서성이는
고독한 남자들과 허무한 이별
그 중 특별하기론 역시 고독 때문에

때로 골똘히 죽음을 생각하는
고독한 여인네와 이렇게들 모여
사는 멋진 세상에서

머리를 수그리고 당신도 고독이 아쉬운 채 돌아갑니까?
-김남조, 「가난한 이름에게」에서

사람은 고독하고 불안한 존재다. 혼자서 세상에 나왔다. 떠날 때도 혼자서 떠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산다는 것은 고독 속에서 고독을, 불안 속에서 불안을 홀로 견디어내는 일이다. 이러한 고독 속에서 진정한 자아를 발견한 김현승은 신(神)을 만나 비로소 삶의 안정과 평온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김남조 시인 또한 한시적 (限時的)으로 세상에 방기(放棄)된 인간을 ‘가난한 이름’ 이라고 규정하고 그 속에서 영육합일(靈肉合一)의 완전한 존재를 지향한다. 그러나 끝내 그 고독한 이름 하나를 만나지 못해 어딘지를 서성이는 ‘외로운 자아’, ‘가난한 자아’, 그게 바로 김남조 시인이 일컫는 ‘가난한 이름’이 아닌가 한다. 사람은 혼자서는 살 수 없는 사회적 동물이다. 더불어 살면서 인간은 사회 속에서 모든 것을 다 배울 수 있다. 그러나 내가 나의 영혼을 만날 수 있는 것은 다만 고독뿐이다. 그러기에, 이제 세상의 힘에 끌려가는 타율적 나의 삶이 아니라, 내가 나를 끌고 가는 자율적 오도(吾道)의 길, 나(ego)를 비우고 나를 절제하여 그 속에서 오히려 충만해진 나로 되돌아가고 싶다.
우주와의 관계 속에서 내 삶의 시원(始原)과 끝이 어디로 이어져 있는 것인지 생각해 보면서 현상 너머 어디엔가 있을 ‘본래의 나(self)’, 그 고독하고 가난한 내 안의 나를 만나 함께 거닐어 보고 싶다.
/김동수 시인
본지 독자권익위원회 회장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0년 11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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