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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칼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자식들도 부모의
그늘에서 벗어나
‘숲속에 있는 사슴이 먹이를 찾아 다니듯’ 자신을 등불로 삼아(自明燈)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야 한다

admin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1년 01월 31일
ⓒ e-전라매일
동물의 세계를 보면 쿨(cool)한데가 있다. 새(鳥)들도 그렇고 백수의 왕 사자도 그렇다. 목숨을 다해 제 새끼를 돌보는 에미의 사랑이 더 없이 숭고한 데가 있다. 하지만 그것들이 다 자라고 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새끼들을 미련 없이 떠내 보낸다. 참으로 냉정하기가 사람보다 더하다.
그러나 인간 세상에서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는 그렇지 못하다. 자식들이 이제 다 성장하여 독립할 때가 되었는데도 ‘자식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해 힘들어 한다. ‘놓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붙잡을 수도 없는 존재’ 오죽해야 부처마저도 「숫타니파타」에서, 자식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 가라’ 했겠는가?

자식이나 아내에 대한 집착은 마치
가지가 무성한 대나무가 서로 엉켜 있는 것과 같다.
죽순이 다른 것에 달라붙지 않도록
왕이 정복했던 나라를 버리고 가듯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 불교 초기 경전
「숫타니파타」 중에서

한국 사람들은 자식에 대한 집착이 유독 강하다.
서양 사람들은 대부분 자녀를 10대에 독립시킨다. 고등학생 때부터 부모의 품을 떠나 아르바이트를 하며 독립적으로 생활한다.
그런데 우리는 대학을 졸업하고 결혼까지 시켜 주었는데도 캥거루처럼 부모 곁을 맴돌며 부모에게 손을 벌리는 자식들이 아직도 부지기수다.
그런 자식들의 취직, 결혼, 그것뿐인가? 결혼을 시킨 후에도 부모와 자식으로 한 번 맺은 인연의 고리가 부채가 되어 평생을 간다. 부처는 이런 중생들의 고통을 일찍이 간파하시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 가라’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출가 수행자들에게 주는 이 법문의 본의는, 물론 독선적인 삶, 자기중심적인 삶을 살라는 뜻이 아니다.
세속적인 탐욕에 물들지 말고 깨달음을 향해 오롯하게 한 길로 정진하라는 말씀이었다. 그래서 그 길을 가는데 있어서, 설령 인정이나 연정, 혈육이 장애가 된다면 그것을 과감하게 버려서라도 탐욕과 번민이 사라진 진리의 길을 가라는 뜻이다.
무소(코뿔소)는 아프리카나 인도에만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인도 코뿔소만은 주둥이의 끝 위에 1개의 뿔이 달려 있다. 다른 뿔 달린 동물들은 뿔이 짝으로 있어 무리를 지어 다니는데 비해, 인도 코뿔소만은 뿔이 하나로 주로 혼자 생활을 한다고 한다. 그런 코뿔소처럼 곧고 단단한 마음으로 오롯이 수행에 정진하라는 뜻이었다고 한다.
어느 정도 자식들이 장성한 뒤에는 우리도 이제 석가모니께서 일찍이 말씀하신 ‘죽순이 다른 것(대나무)에 달라붙지 않도록, 왕이 정복했던 나라를 버리고 가듯’, 독한 마음으로 자식들을 내 보내야 한다.
자식들도 이제 부모의 그늘에서 벗어나 ‘숲속에 있는 사슴이/ 먹이를 찾아 다니듯이’ 누구에게 의지하지 말고 자신을 등불로 삼아(自明燈)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야 한다.
인생이란 어차피 홀로 떠나는 긴 여정이다. 그 사이에 모든 것이 인연에 따라 생(生)했다 인연이 다하면 멸(滅)하기 마련이다. 때가 되면 결국 제 길을 가기 마련이다. 언제나 누구와 함께 할 수도 없고, 더구나 오래 함께 할 수는 더 더욱 없다. 단독자로 왔다 단독자로 가는 게 생명을 가진 모든 것들의 일생이요 숙명이다.
인간이란, 태어나서 세상에 대해 조금씩 애착을 느끼며 일정 기간 그것을 끌어안고 사랑하다가, 어느 때가 되면 또 그것들을 하나씩 내보내며 마음을 비워가는 과정이 인생인 것 같다. 불교의 십우도(十牛圖)에서 말하는 반본환원(返本還源)의 세계처럼, 결국엔 공수래 공수거(空手來空手去), 본래의 나에서 시작하여 본래의 나로 되돌아오는 일련의 과정이 인생이 아닌가 한다. 나이가 들어 자식들을 하나하나 떠나보내면서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석가모니의 경구가 사람의 일생(一生)과 그 의의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김동수 시인
본지 독자권익위원회 회장
사)전라정신연구원장


admin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1년 01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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