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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끝

죽어도 죽지 않은
이 업보의 윤회
앞에서 하루하루를
즐겁게 그러면서도
보람되게 살아가는
것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책무가 아닌가 한다.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1년 08월 01일
ⓒ e-전라매일
인생의 끝은 죽음일까? 그 너머에 또 무슨 세계가 존재하는 것일까?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다”고 자탄했던 버나드쇼의 묘비명처럼, 내 인생도 어느 날 갑자기 그렇게 끝나고 마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 하는 날도 있었다. 인간은 누구나 죽기 마련이다. 한 번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면 영영 돌아오지 않는다. 그러니 삶의 끝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슬픈 눈으로 하늘을
쳐다봐도 알 수 있는 건
언제나 無 ....
우리가 살아있는 의미는
무엇인가
이것 또한 알 수 없는 것인가

아! 아! 존재 한다는 건
다른 삶을 예고하는 현실인가
뜻 없이 불어대는 새벽바람의
흔들림인가
-박순이 「인생의 끝은 어디인가」에서

끝을 모르니 시작을 알 수 없고, 시작을 알 수가 없으니 끝 또한 알 수가 없다. 그러기에 ‘하늘을 / 쳐다봐도 알 수 있는 건 / 언제나 無’ 아님 또 ‘다른 삶의 예고’인가 하고 박순이 시인도 그의 삶 앞에서 흔들리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윈스턴 처칠은 ‘인생의 끝은 죽음이기에 세상이 무너지는 시련이 닥쳐와도 마침표(.)만은 찍지 말고, 대신 쉼표(,)를 찍어두어야 한다고, 대상(大賞)이 언제나 마지막에 발표되듯 인생의 꽃 또한 가장 오래 견디는 자에게 주어지는 선물이니 끝까지 버텨 사는 데까지 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생에 대한 그의 불굴의 의지와 투지가 우리에게 위안과 힘이 된다. 그러나 처칠의 ‘쉼표론’은 어디까지나 생존이 지탱되었을 때의 이야기이지, 막상 죽음이 목전에 다다랐을 때에는 또 다른 문제가 아니겠는가.
불교(佛敎)에서는 죽음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또 다른 곳으로의 이사’(덕산 김덕권)로 보면서 이러한 삼라만상의 전 과정을 생멸법(生滅法)과 윤회(輪廻)로 설명하고 있다. 만상은 인연에 의해 이루어졌다가, 그 조건이 사라지면 함께 사라진다고 본다. 연기법에 따라 태어나는 것은 반드시 죽기 마련이니 영원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것이 나(生)면 반드시 죽게 되는 세상의 순리이고 자연의 질서다. 그러기에, 생하고, 멸하는 이별의 법칙을 겸허히 수용하게 된다면, 이별의 고통과 두려움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죽음’이 결코 우리의 삶과 분리돼 있거나 그것으로 그냥 끝나는 게 아니다는 점이다. 어디론가 그냥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이 모이고 쌓여 무엇으로 다시 태어나 윤회를 거듭하게 된다는 것이다.
만해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별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만남의 시작’이라 역설하고 있다. 선인선과(善人善果)요 악인악과(惡人惡果)다. 생시에 선덕을 쌓으면 다음 생에 좋은 곳에 태어나고 악행을 많이 저지르면 고통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인과응보인 셈이다.
세상의 모든 끝은 새로운 시작을 가지고 온다. 춘하추동의 순환도 이러한 원리에 의해서 운행되고 있다. 5월부터 음(陰)이 시작하여 10월에 사그라지고, 11월부터는 양(陽)이 다시 시작하여 9월에 사그라진다. 이처럼 하나가 다하면 그 자리에서 곧 다른 생이 시작된다.
티베트의 배리커진 스님(달라이라마의 주치의)도 ‘죽음으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 아니고 업에 따라 다시 돌아오기에 현세에 수행을 멈추지 말고 선행을 많이 베풀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기에 진정 두려워야 할 것은 죽음이 아니라 오늘 하루하루 ‘삶의 과정’을 두려워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생의 끝은 어디일까? 피할 수 없는 이 화두 앞에 그게 죽음이든 영생이든 간에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마침표’가 아니라 ‘쉼표’라는 것, 그리고 죽음은 결코 무(無)가 아니라, 그 이후에도 어떠한 형태로든지 이어져 가고 있다하니 오늘 우리의 하루하루가 경건한 삶이 아니 될 수 없다..
죽지 않은 생명은 없다. 살아간다는 것은 결국 죽어간다는 것이기도 하다. 그것은 ‘죽은 자의 살아 있는 목소리를 듣는 일이고, 산 자의 죽어가는 목소리를 보살피는 일’일 것이다. 죽어도 죽지 않은 이 업보의 윤회 앞에서 하루하루를 즐겁게 그러면서도 보람되게 살아가는 것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책무가 아닌가 한다.

/김동수 시인
본지 독자권익위원회 회장
사)전라정신연구원장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1년 08월 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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