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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의 바람은, 형우제공(兄友弟恭)

비록 이권이
첨예하게 대립하여 법적 다툼이
비일비재한
물신숭배의
사회일망정
모습조차
같은 형제
딴마음 먹지 말고 영원히 복락을
함께하는
형우제공이
생활신조가
되었으면 한다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2년 11월 30일
ⓒ e-전라매일
“형아 아우야 네 살을 만져 보아라/ 누구에게서 태어났기에 모습조차 같은 것이냐/ 같은 젖을 먹고 길러졌으니 딴마음 먹지 마라”// 강원도 관찰사로 있던 마흔다섯 살의 정철(1536~1593)이 지은 연시조 ‘훈민가’다. 총 18수 중 셋째 연의 내용이다. 평이하면서도 정감이 잔뜩 우러나는 그러면서도 형제간의 우애를 강조하는 시조다. 강원도는 문화적 혜택을 받지 못한 산간 지역인 관계로 백성들의 유교적 윤리 실천을 목적으로 지은 설득력 있는 순수 우리말 노래체다. 사실 송강의 가사가 아니어도 “자식이 부모를 사랑하고 아우가 형을 따름은 타고난 양지 양능이다(주자).” 사람의 본성이자 보편적 양심이라는 얘기다. 그런 부모 형제가 강녕하심을 맹자는 군자가 누리는 최고의 즐거움이라고 했으니, 하늘 아래 이보다 더 큰 축복이 또 있을까?
그럼에도 우리는 이를 망각하고 살아감이 일반적이다. 늘 곁에서 함께 하기에 그 고마움을 모르고 산다. 마치 공기나 물이 흔한데다가 손쉽게 취할 수 있기에 그들의 존재감을 잊고 사는 것과도 같다. 경우에 따라서 마구 사용하며 함부로 대하는 정도를 넘어 인간의 도리를 해치면서 사는 형제간도 보게 된다. 특히 권세나 이권과 관련이 될 때는 더욱 비겁하고 치열하게 싸운다. 마침내 죽고 죽이는 살극을 부르고 만다. 위나라 조조의 아들, 당 고조 이연의 자식, 주나라 무왕의 형제들과 진시황의 아들이 그 주인공들이다. 동생에게 왕권을 뺏길 뻔한 것에 분개하여 아비 조조의 장례를 치르자마자 조식을 부른다. 일곱 걸음 안에 시를 짓지 못하면 죽이겠다고 협박한다. 그래서 형 조비에게 바친 소위 ‘필보시(七步詩)’가 탄생한다. 그 시 덕분에 겨우 목숨은 건졌지만 계속 감시와 견제가 뒤따랐다. 연금상태에서 불안한 생활을 하다가 변방 진(陳) 땅에서 41세의 나이로 죽음을 맞이한다. 또 당나라 건국에 큰 공을 세웠음에도 형 이건성을 태자로 세운 것에 불만을 품은 둘째 이세민은 형과 동생 이원길을 궁궐 현무문에서 주살하고 만다. 소위 ‘현무문의 변’이라고 불리는 왕자의 난인 셈이다. 그가 안시성 양만춘 장군의 백우시에 왼쪽 눈을 잃고 병사한 당 태종이었다.
그리고 주나라를 건국한 무왕의 형제 관숙과 채숙은 주공에 대한 유언비어를 날조하여 반란을 꾀하다가 죽임을 당한다. 소위 ‘삼감의 난’이라 칭하는 살육극이 그것이다. 또 통일 천하를 이룬 진시황의 유언장을 위조하여 권좌에 오른 2세 황제 호혜도 있었다. 부소를 태자로 삼으라는 유언에도 간신들과 결탁하여 형을 죽이고 자신이 황제가 됨으로써 통일 15년 만에 나라를 멸망시키고 말았다. 그리고 후백제의 신검도 동생을 죽이고 아비를 유폐시키면서까지 왕위에 올랐는가 하면, 조선의 이방원이나 수양대군도 마찬가지였다. 2차에 걸친 왕자의 난과 계유정란을 통해 피를 부르며 등극했기 때문이다. 권력은 부자간에도 나눌 수 없다고 하는데 하물며 형제간이나 숙질간이랴? 하긴 신의 후손 카인도 동생 아벨을 죽였으니 우리 인간들이야?
이처럼 권력과 이끗에 대한 욕심은 인간을 실험하는 최고의 함정이었고 이는 현재도 미래에도 계속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는 달리 그러한 상황에서도 더욱 형제애를 과시했던 미담도 전해 온다. 주나라 태왕의 장자 태백이나, 고죽국의 백이와 숙제의 얘기, 조선 세종대왕의 형제애 등은 진한 감동 그 자체다. 막내 동생 계력(季歷)에게 왕의 재질이 있음을 알고 그에게 양위하려 하자 부친의 뜻을 알고 동생 중옹(中甕)을 데리고 남쪽 오나라로 숨어버렸던 장자 태백(泰伯, 태백편 1장)이었다. 왜 동생에게 양보했는지도 사람들이 알지 못하게 되었고 또 부친이 죽었음에도 자신들은 오랑캐라고 하여 돌아오지도 않음으로써 동생이 권좌를 확실하게 할 수 있게 하였다. 많은 칭송이 따랐음은 물론이다.
또 부왕이 숙제에게 권좌를 물려주려 하자 마땅히 장자인 형의 몫이라며 사양하자 형 백이는 아비의 명을 거역할 수 없다며 끝까지 동생에게 양보한 두 형제애는 늘 따라다니는 귀감이다. 세조의 아들 양령과 효령은 모두 총명한 충령이 왕이 될 자질이 있다며, 양녕은 미친 척하며 풍류객이 되고 효녕은 관악산 연주암으로 숨는다.
그 결과 세종대왕은 세계에서도 그 유래를 찾기 어려운 독자적 글자 훈민정음을 창제하는 등 엄청난 업적과 함께 태평성세를 이룬다. 우리 역사에서 이런 호시절이 없을 정도였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외에도 충남 예산의 ‘이성만 이순 형제의 우애와 효제비’, 우연히 주운 금덩이 때문에 우애를 상할까 봐 한강에 버렸다는 ‘투금탄(投金灘) 이야기’는 지금까지도 민간에 널리 칭송되는 아름다운 미담들이다. 이렇듯 형제간에 우애하면 부모는 매우 흡족하며 기뻐할 것임에 분명하다. 부모에게 효도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형제간에 우애하며 잘 사는 것이 더 부모가 바라는 바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형우제공’을 유언한다고들 한다. “형은 아우보다 먼저 태어났으니, 아우 되는 이는 형을 반드시 공경하라. 아우는 형보다 뒤에 태어났으니, 형 되는 이는 반드시 아우를 사랑해야 한다. 형제간엔 재물을 잊어버리고, 언제나 마음을 천륜에 두어야 한다. 만약 이해를 따지면, 불화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퇴계가훈).” “형제는 수족과 같고, 부부는 의복과 같다. 의복은 찢어지면 새것으로 바꿔 입을 수 있으나, 수족은 끊어지면 다시 이을 수 없다(장자).” “한 알이라도 반드시 나눠 먹고 ~(중략)~ 형제간에 어려운 일이 있으면 근심하고 구원해 줄 것을 생각하라(사자소학).” “오늘의 모든 사람 중에 형제만한 이가 없도다(시경).” 모두 형제애의 중요성을 가르치는 경구들이다.
비록 이권이 첨예하게 대립하여 법적 다툼이 비일비재한 물신숭배의 사회일망정, 모습조차 같은 형제 딴마음 먹지 말고 영원히 복락을 함께하는 형우제공이 생활신조가 되었으면 한다. 어떤 상황이든 간에.

/양 태 규
옛글 21 대표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2년 11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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