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소외된 이웃들에게 온정의 손길이 절실해지는 연말연시가 되면 곳곳에서 사랑을 나누는 훈훈한 소식이 들어온다. 전북지역을 중심으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사)굿월드가 국내를 넘어 필리핀 최대 빈곤지역 중 하나인 산페드로시를 찾아 사랑 나눔 행사를 펼쳐 주위를 훈훈하게 하고 있다. 이달 초 필리핀에서 펼쳐진 국경을 넘어선 사랑나눔 현장으로 들어가 봤다.〈편집자 주〉
필리핀 최대 빈곤지역 중 하나로 일명 ‘쓰레기마을’ 산페드로시에 사는 5살 소년 에드손에겐 작은 소원이 하나 있었다. 맛있는 햄버거와 꿀벌모양의 ‘졸리비(필리핀 최대 패스트푸드 체인점)’ 캐릭터 장난감을 선물로 받는 것이다. 물론 대도시로부터 나온 쓰레기 더미에서 재활용품을 수집해 생계를 꾸리는 에드손의 가정형편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한국 전북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사)굿월드 문덕 데이케어센터가 5살 빈곤층 소년의 꿈을 이루게 해줬다. 한국의 어린이 구호단체 굿월드 자선은행(대표 양종헌)이 직접 설립 , 운영하고 있는 굿월드 스테파논 데이케어 센터, 굿월드 문덕 데이케어센터, 굿월드 명궁 데이케어센터에서 약 500명의 어린이들과 1,000명의 주민들을 위한 크리스마스 파티를 개최했다. 필리핀은 인구의 80% 이상이 가톨릭을 믿는 국가다.즉 크리스마스는 이들에게 중요한 명절이다. 이미 TV와 라디오엔 온통 크리스마스 캐럴이 흘러나오고 주요 번화가와 도심은 벌써부터 들뜬 분위기다.
ⓒ 전라매일·제이엠포커스
집집마다 형형색색의 트리를 대문 앞에 장식하고 크리스마스가 다가오길 기대하고 있다. ‘크리스마스를 위해 1년간 돈을 번다’고 할 정도라고 하니 얼마나 크리스마스를 기다리고 있는지 짐작케 한다. 다만 열악한 환경에 처해 하루 먹기 살기도 힘든 ‘쓰레기마을’ 빈민가 아이들에겐 크리스마스 파티란 언감생심(焉敢生心)이다. 바로 이들에게 한국 NGO가 직접 산타클로스가 돼 기쁨을 전달한 것이다. 이미 행사장엔 한국에서 온 산타를 기다리는 아이들과 마을 주민들로 북적였다. 양종헌 굿월드자선은행 이사장과 김규환 사무국장, 김영훈·김창석·김성운 후원자 등이 모습을 드러내자 진심 어린 미소로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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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는 음악에 맞춰 산타 모자를 쓴 아이들이 귀여운 율동을 펼치며 무대를 꾸몄다. 특히 4세·5세 반별로 그간 갈고 닦은 실력을 뽐내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다소 엉성한 동작이지만 이렇게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는 것 자체에 모두가 즐거운 축제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그토록 기다렸던 꿀벌 분장을 한 졸리비 캐릭터가 무대에 등장하자 아이들의 함성소리는 더욱 커졌다. 양종헌 이사장과 후원자들은 햄버거와 치킨도시락 장난감 등 선물 꾸러미를 건넸고 아이들은 함박웃음으로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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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뿐만 아니라 필리핀 정부와 마을 주민들도 감사인사를 전했다. 파티마 필리핀 보건복지국장은 “매년 어려운 환경에 처한 아이들을 위해 크리스마스 파티를 열어주는 굿월드자선은행의 은혜를 잊지 않고 있다”며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교육사업을 비롯해 항상 따뜻한 온정을 베풀어줘 고맙다”고 말했다. 4살 된 딸과 파티에 참여한 프레스(32)씨는 “올해에는 아이들에게 멋진 크리스마스를 선사하고 싶었다”며 “형편이 좋지 않아 고민했었는데 이렇게 좋은 파티를 열고 멋진 선물을 전달해줘 행복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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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종헌 굿월드자선은행 이사장은 “빈민가 아이들에게 작은 도움을 주기 위해 찾아왔지만, 오히려 이들의 미소를 보면서 많은 힘을 얻고 돌아가는 것 같다”며 “앞으로도 주변 상황에 치우치지 않고 더 많은 이들이 좋은 세상에서 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따로 인터뷰 할 만큼 특별히 잘한 일도 아닙니다. 어려운 환경에 처한 아이들이 행복해하는 일에 작은 힘이라도 보탤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라고 덧붙였다. 이번 굿월드자선은행이 개최한 크리스마스 파티를 후원한 김영훈 김창석 김성운 씨는 인터뷰 요청에 이와 같이 답하며 당연한 일임을 재차 강조했다. 각각 법무사 사업가 세무사인 이들은 오랜 친구이다. 이 세 사람은 굿월드자선은행이 운영 중인 스테파노 데이케어센터와 문덕·명궁 데이케어센터에서 진행된 크리스마스 파티 진행 비용을 지원하며 필리핀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웃음과 희망을 전달했다. 세 명의 후원자 모두 ‘지속성’을 강조하는 굿월드의 활동 방향성에 입장을 같이했다. 김영훈씨는 “굿월드는 고액의 정기후원자보다 적은 금액이지만 끊지 않고 지원하는 후원자들이 더 많은 걸로 알고 있다”며 “이는 곧 꾸준히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즉 한 번의 도움으로 생색내지 않고 계속 힘이 돼주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역설했다. 김창석 씨는 직접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주며 많은 것을 깨닫고 간다고 말했다. “많은 인원이 모여 혼란스러운 상황임에도 아이들이 질서 정연하게 줄 서 있더라고요. 또한 오랜 시간이 줄을 서고 있는데도 어느 하나 짜증내는 친구가 없었습니다”라며 “오히려 행복한 얼굴로 합장하며 공손히 인사하는 모습에서 작은 것 하나에 감사하는 어린 친구들에게 정성스러운 마음을 배우고 갑니다”라고 전했다. 바라는 바 없이 행하면서 오히려 더 많은 것을 배워간다는 이들의 따뜻한 마음 덕분에 굿월드의 느리지만 알찬 발걸음이 오늘도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