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전라매일 신춘문예 시 당선작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0년 01월 01일
박스를 접다 송현숙 빈 박스를 접다 보면 오래된 주소가 비어 있거나 찢어져 있다 슬쩍 돌아가거나 뒤돌아섰던 지번들 한 개의 각이 접힐 때면 몇 해의 계절이 네 모퉁이를 거쳐 돌아온다 박스를 접다 보면 면과 면이 만나고 절벽이 생기고 작별하는 순간이 온다 박스를 접다 보면 나는 세상의 문을 하나씩 닫고 있다 검은 벽을 타고 가는 떠난 사람의 뒷모습처럼 우리는 서로 부딪히지 않는다 박스를 풀다 보면 지나가는 하루를 버스 손잡이에 보름달을 걸어두고 입석으로 지나가는 달의 노선을 돌면 동쪽과 서쪽이 포개지는 주소 없는 저녁까지 도망 와있다 한 사람이 박스를 열고 나간 뒤 오래된 박스만 남아 있다 네 개의 각도가 이웃처럼 쓸쓸하게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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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0년 01월 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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