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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주원 작> 봉하노송의 절명 제11회-눈 먼 부엉이가 운다 ⑪


서주원 기자 / 입력 : 2018년 11월 08일
대통령께서는 이미 이 사건에 관하여 보고를 받고 계실 것입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 이처럼 많은 문제점이 있다는 사실까지는 보고를 받지 못하셨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사건은 많은 문제가 있습니다. 저는 대통령께서 이 사건을 다시 한 번 보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는 통상적인 보고 라인이 아니라 대통령께 사실과 법리를 정확하게 말씀드릴 수 있는 다른 전문가들에게 이 사건에 대한 분석과 판단을 받아 보실 것을 권고 드리고 싶습니다.

다시 살펴보아야 할 중요한 점은 다음과 같은 것들입니다. 검찰이 막강한 권능으로 500만 불을 제가 받은 것이라고 만들어내는 데 성공을 한다고 가정하더라도, 과연 퇴임 사흘 남은 사람에게 포괄적 뇌물이 성립할 것인지, 과연 박 회장의 베트남 사업, K은행 사업, 그 밖의 사업에 대통령이 어떤 일을 했는지, 무슨 일을 했다면 그것이 부정한 일인지, 이런 문제들에 관하여 신중하게 살펴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박차대 회장이 2007년 6월 저와 통화를 했다면 검찰은 그 통화기록을 확보했는지, 그렇지 않다면 그 이유도 확인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보도를 보면 통신회사의 기록 보존 기한이 지났기 때문에 찾기가 어렵다고 하는 것 같습니다만, 오늘날 디지털 기술은 통신 서브를 폐기하지 않은 이상 복구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힘을 가진 기관은 검찰뿐입니다. 그러므로 이 통화기록은 반드시 검찰이 찾아서 입증을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검찰은 이 기록을 성의 있게 찾고 있는지 물어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검찰이 이 사건에 관한 단서를 언제 처음 알았는지, 왜 지금까지 수사를 미루어 왔는지, 그동안에 박 회장의 진술이 어떻게 변화하여 왔는지, 지금 검찰이 박 회장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권능을 이 사건 수사를 위하여 남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런 사정도 살펴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러면 이 사건 수사가 많은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문제들을 해소하는 방법은 수사팀을 교체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것은 오로지 대통령님만이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물론 형식적 절차는 법무부 장관의 소관일 것입니다만, 대통령의 결단이 아니고는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저는 저와 제 주변의 불찰로 국민을 실망시켜 드린 점에 대하여는 이상 더 뭐라고 변명을 드릴 염치도 없습니다. 부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거듭 사죄드립니다.

이제 저는 한 사람의 보통 인간으로서 이 청원을 드립니다. 형식 절차에서 자기를 방어하는 것은 설사 그가 극악무도한 죄인이거나 역사의 죄인이거나 가리지 않고 인간에게 보장되어야 하는 최소한의 권리입니다. 제가 수사에 대응하고, 이 청원을 하는 것 또한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최소한의 권리라는 점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2009년 4월. 봉하노송’

봉하노송은 이 청원서를 청와대에 보내기 전, 남정청송 등 사저 참모진과 맞앉았다. 참모진의 의견 수렴에 앞서 그는 청원서를 준비한 취지를 설명했다.

“검찰 수사팀 교체는 법무부 장관 소관입니다만 대통령의 결단이 아니고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청와대에 수사팀 교체를 요구하려고 이 청원서를 준비했는데, 여러분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참모진의 좌장격인 남정청송이 무겁게 입을 뗐다.

“노송님의 판단이 옳다고 봅니다. 그렇긴 합니다만 지금 이 상황에서는 구태여 청원서를 보낼 까닭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봉하노송은 남정청송을 말끄러미 바라보았다. 서글픈 눈길로 오도카니 앉아 있는 봉하노송에게 남정청송이 그 이유를 덧붙였다.

“이 마당에 청원서를 보내는 것은 참으로 모양새가 좋지 않습니다. 만약 노송님이 청와대에 이런 청원서를 보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국민이 어떻게 생각하겠습니까? 좋게 받아들이지 않을 겁니다. 한 가지 더 고민해 보실 점은 청와대가 노송님의 청원서를 접수해서 메이히로 대통령에게 전달한다고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저는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남정청송의 얘기가 끝나자 봉하노송은 줄담배의 고뇌에 빠져들었다. 한 참 뒤, 봉하노송이 꽉 다물었던 입술을 힘겹게 열었다.

“알겠습니다. 청와대에 이 청원서를 보내지 않겠습니다.”

이렇게 해서 청원서 문제는 일단락되었다.

그런 일이 있은 지 약 한 달이 지났다. 봉하노송과 남정청송은 사저의 서재에서 S본부가 단독보도라며 터트린 논두렁 시계사건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던 중이었다.

“노송님, 오늘이라도 당장 기자들을 만나 보겠습니다.”

봉하노송은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 이후, 남정청송은 기자들 앞에 섰고, 논두렁 시계사건과 관련해 봉하노송과 봉하부인의 입장은 떳떳하다고 밝혔다.

하나 언론은 남정청송의 말을 흘려들었다. 언론은 S본부가 날조한 가짜뉴스를 밑천 삼아 물 만난 고기처럼 날뛰었다.

‘…로또마을 봉하마을에 집결하자고 인터넷이 시끌시끌…네티즌들 2억짜리 시계를 찾으러 봉하마을로 가자고 아우성…버렸다, 찢었다, 궁색해지는 봉하노송의 변명…’

검찰이나 경찰의 공소 전이라 피의사실을 미리 공표하면 처벌을 받는 규정이 있다. 그런데도 특히 보수 언론은 이 점을 아랑곳 여기지 않았다. 보수 언론의 펜 끝은 봉하노송에게 먼저 언론과 국민 앞에 무릎을 꿇고 사죄하라고 요구했다. 그런 다음 고분고분 교도소로 들어가서 콩밥을 먹으라고 떼를 쓰는 꼴이었다. (계속)
서주원 기자 / 입력 : 2018년 11월 0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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