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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주원 작> 봉하노송의 절명 제30회-오래된 생각이다 3


서주원 기자 / 입력 : 2019년 01월 17일

봉하노송의 자평을 인정한다는 듯 OM뉴스 대표기자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노송 대통령님은 정말 행운아가 맞는 모양입니다. 지금까지 살아오시면서 친일을 할 수 있는 시간도 없었고, 임기 동안에 독재를 하거나 분열의 정치를 할 필요도 없었으니 말입니다.”

봉하노송은 OM뉴스 대표기자의 말에 맞장단을 쳤다. 그러면서 대통령 임기 동안 어떤 마음가짐으로 국정에 임했는지 설명했다.

“그렇습니다. 앞서서 청와대에 머물렀던 대계거송 대통령이나 후광거송 대통령과 달리 저는 일제나 독재정권의 속박에서 많이 비켜 난 시대에 대통령을 꿈꾸고, 그 꿈을 이뤄 청와대에 들어 온 덕분이라고 여겨집니다. 그리구요. 기자님이 인정하실지, 아니면 인정을 안하실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한국 정치 문화와 정치적인 전통에 누를 끼친 적 없습니다. 그리고 저는 적어도 정치인이 지켜야 할 도덕적 명분을 한 치의 오류도 없이 지금까지 철저하게 견지하고 있습니다. 그 점에서는 자신 있습니다.”

“임기 말의 짱짱한 힘이 어디서 나오는 것이냐?”는 OM뉴스 대표기자의 질문에 봉하노송은 첫 번째 이유를 이렇게 끝맺음했다. 청와대 모처의 탁자 위에 있는 찻잔의 차를 한 모금 마신 뒤 그는 두 번째 이유를 덧붙였다.

“제가 임기 말인데도 이렇게 짱짱한 두 번째 이유는 말입니다. 대계거송 대통령이나 후광거송 대통령과 달리 정권방어는 물론 자기방어도 잘 한 덕분입니다.”

이에 OM뉴스 대표기자는 이런 질문을 던졌다.

“세상 사람들은 노송 대통령님의 정치적 아버지가 대계거송이라고 말합니다. 정치적 밀월 기간은 비교적 짧았지만 노송 대통령님을 정계에 입문 시켜 준 사람은 대계거송이잖습니까?”

이 말을 부정하지 않겠다는 듯 봉하노송은 성글벙글댔다. 그 웃음의 뒷맛은 씁쓰레하게 느껴졌다.

“대계거송이 대선에 출마하려고 3당 합당을 하자 노송 대통령님은 정치적 아버지로 알려져 있는 대계거송과 결별한 뒤, 후광거송과 한 배를 탔었죠?”

봉하노송은 이 말에 동의한다는 듯 생글댔다. 그 웃음의 뒷맛은 개운하게 느껴졌다.

“대통령님은 후광거송 대통령의 업적을 어떻게 평가하시죠?”

“정치적으로 큰 업적을 남겼지만 그 분의 대통령 임기 말에 북문이 뻥 뚫렸습니다.”

후광거송은 아들 문제로 임기 말이 영 편찮았다. 이를 봉하노송은 “북문이 뚫렸다.”고 표현했다. 최후의 방어선이 무너졌다는 의미다.

사실 후광거송과 대계거송의 임기 말은 꾀죄죄했다. 이들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어떻게 추락했는지 봉하노송은 잘 알고 있었다. 그런 전철을 밟지 않으려고 그는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가족과 참모들도 그런 노력을 거들었다. 덕분에 봉하노송의 임기 말은 당당했다. 자신감도 넘쳤다. 그는 스스로 정치적으로나 개인적으로 성공한 대통령이라고 자신했다.

“까놓고 이야기해서 대한민국에서 정치인 하면 대계거송과 후광거송을 꼽지 않습니까? 언론을 다루는데도 두 분은 달인 아닙니까? 그런데 두 분은 임기 말에 언론에 맞아 죽었다고 할 만큼 당했지만 저는 살아남았으니까, 대통령으로서 국정 운영은 그 분들 보다 제가 더 잘 한 것 아닐까요? 허허허!…”

OM뉴스 대표기자에게 이런 말을 하면서 봉하노송은 겸연쩍게 웃었다.

“저는 그 분들 스스로에게 큰 잘못이 있었다고 보진 않지만 두 분 다 언론의 공격을 제대로 방어하지 못했거든요. 방어를 못해서 임기 말에 정치적으로 타살 당한 것이거든요. 저는 방어를 잘 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 만큼이라도 해야 제가 청와대에서 나갈 때 걸어 나갈 것 아닙니까. 저는 청와대에서 기어나가지 않을 겁니다. 송장이 돼서 안 나가고 반드시 멀쩡하게 걸어서 나갈 겁니다.…”

이렇게 큰소리를 쳤던 봉하노송은 실지로 청와대 안에서는 송장이 되지 않았다. 청와대에서 기어 나오지 않고 걸어서 나왔다. 그런데 청와대에서 나온 지 채 1년도 안 돼 그는 깊은 늪에 빠졌다. 허우적거릴수록 더 깊이 빠져 드는 그런 늪이었다.

봉하노송이 청와대에서 OM뉴스 대표기자와 심층 인터뷰를 한 지도 약 17개월이 지났다. 봉하마을의 사저에 찾아 온 유정상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행방을 찾아 봉하노송은 주방에서 나와 안채로 걸어가는 중이다. 청와대 흉지론을 떠올려보던 그는 속으로 이런 생각을 했다.

‘청와대에서 OM뉴스 대표기자와 인터뷰를 할 때, 전직 대통령
두 분의 임기 말을 거론하면서 북문이 뚫렸다느니, 언론에 맞아 죽었다고 할 만큼 당했다느니, 방어를 못해서 정치적 타살을 당했다느니, 정말이지 기고만장하게 이런 말을 거리낌없이 내뱉은 적 있는데, 혹시 내가 그런 꼴을 당할 때가 되었단 말인가?…”

불길한 예감에 휩싸여서 그런지 그의 발걸음은 꽤 무거워 보였다.
지난 해 12월 2일, 봉하노송의 집안엔 큰 시련이 닥쳤다. 둘째 형인 편백 씨에게 검찰의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혐의였다. 검찰은 J골프장 대표 등과 공모한 편백 씨가 농협의 S증권 매각 과정에 개입해서 돈을 챙겼다고 판단했다.

‘아버지는 보물이요, 형제는 위안이며, 친구는 보물도 되고 위안도 된다.’는 명언이 있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로 불리는 벤자민 프랭클린이 남긴 말이다. (계속)


서주원 기자 / 입력 : 2019년 01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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