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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주원 작> 봉하노송의 절명 제40회-오래된 생각이다 13


서주원 기자 / 입력 : 2019년 03월 03일
ⓒ e-전라매일
“방울이 애비야, 니는 무슨 근거로 그리 말을 하노?”
그미가 호걸에게 물었다.
“아버지가 대검찰청에 다녀오신지 훌쩍 3주가 지났잖아요.”
“그건 그라제”
“근데 검찰은 지금까지 아무 조치를 못하고 있잖아요.”
“와 조치가 없노? 이 사람 저 사람 소환도 하고, 몇 몇 사람은 구치소에 집어넣기도 하잖노?”
“그렇긴 해두요. 우리 가족이나 사저 참모들의 신변엔 아무 이상이 없잖아요. 그러니 걱정 마세요. 검찰이 어머닐 다시 또 소환하진 못할꺼니!”
확신에 찬 호걸의 말을 듣고 난 그미가 지그시 눈을 감았다.

“혹시 지난 12일 호연이가 검찰에 불려가서 조사를 우째 받았는지 들어봤나?”
감았던 눈을 크게 뜨며 그미가 호걸에게 이렇게 물었다. 그러자 봉하노송의 눈이 더욱 커졌다.
“들었습니다. 검찰이 첫 번째로 확인한 것은 호연이가 미국 아파트를 계약하면서 집주인에게 건넨 계약금 45만 달러 가운데 40만 달러가 박차대 회장이 홍콩에서 자금세탁을 거쳐 미국 은행의 계좌로 보낸 돈이 맞는지였구요. 2007년에 계약금만 지불한 상태서 더 이상 아파트 구입에 진척이 없었는지를 호연이한테 추궁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검찰은 그 계약금을 호연이가 미국 집주인한테 돌려받았는지도 따졌는데요. 이 대목에서 호연이는 계약금은 돌려받지 못했지만 계약은 파기되지 않았고 그냥 정지된 상태라고 답변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검찰은 또 호연이가 잔금 115만 달러를 어떻게 조달하려고 했는지도 추궁했다는데, 호연이는 이렇게 대답했다고 들었습니다. 잔금은 어머니가 주실 것으로 기대했다고 말입니다.…”
호걸의 대답이 끝나자 그미는 다시 또 눈을 지그시 감았다. 봉하노송은 눈을 끔벅거리면서 긴 한숨을 내뱉었다.

호연이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고 온 다음 날인 지난 13일, 검찰은 박차대 게이트에서 새로운 돈을 찾아냈다고 주장했다. 호연이 아파트 계약금을 치르느라고 받은 박차대 회장의 돈 40만 달러와 봉하부인 청와대에서 받은 박 회장의 돈 100만 달러는 각각 다른 돈이라고 밝혔다.
이런 검찰의 주장에 남정청송이 반박하고 나섰다. “검찰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박차대 회장이 홍콩에서 미국의 호연 씨한테 보낸 돈 40만 달러는 박 회장이 사람을 시켜 청와대 봉하부인에게 건넨 100만 달러의 일부다.”라고 밝혔다.

“어머니 제가 죄송합니다.”
호걸이 빈 잔에 맥주를 따라 한 모금 마신 뒤 말했다.
“뭐가 죄송하다카노?”
“사실 어머니가 미국에 집을 사려고 했던 까닭은 따로 있었잖아요?”
그미가 반쯤 남은 맥주잔을 비운 뒤, 호걸을 바라보았다.
“어머니는 제가 한국서 사는 것 보단 미국서 사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셨는데, 저는 그 판단이 옳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미는 대꾸하지 않고 고개를 푹 숙였다.

“저도 어머니처럼 현직 대통령의 아들이든, 전직 대통령의 아들이든, 한국서 사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나이는 어리지만 저 역시 어머니처럼 역대 대통령의 아들들이 걸었던 그 불행한 길을 똑똑히 봤거든요.”
그미는 짧게 한숨을 토해냈다.
“어머니는 물론 아버지도 잘 알고 계시겠지만 뉴저지주는 제가 다니던 LG전자 미국 본사가 있던 곳이죠? 당초 어머니가 뉴저지주에 아파트를 살려고 했던 것은 호연이가 아니라 저 때문이라고 알고 있는데요. 아마 어머니는 이런 생각을 하셨을 겁니다. 아파트 계약금 45만 달러만 어머니가 먼저 해결을 해주시면 나머지 잔금은 제가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입니다. 제가 MBA 과정을 밟기 위해 한동안 휴직을 했던 직장에 복직을 하면 아파트 잔금을 치르는 일은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을 겁니다. 근데 일이 꼬이고 말았습니다. 유학이 끝난 뒤 복직을 했는데, 발령이 났지요. 뉴저지주서 샌디에이고로 발령이 났습니다. 이 통에 일이 복잡하게 꼬인건데, 제가 뉴저지주에 아파트를 구할 필요가 없어진겁니다. 어머니, 돌이켜보니 모든 게 저 때문에 벌어진 일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호걸의 눈에 맺힌 그렁그렁한 눈물을 훔쳐보던 그미의 눈가에도 살짝 눈물이 고였다.
“방울이 애비야, 니는 대한민국의 권력이 어데 있다고 생각하노?”
그미가 분위기를 바꿔 보려고 묻는 질문인 듯 했다.
“글쎄요. 권력은 청와대 대통령에게 있는 것 아닐까요?”
“내는 그리 생각지 않는다.”
“그럼 어머니는 권력이 어디 있다고 생각하시는데요?
그미는 우측의 1인용 소파에 앉아 있는 봉하노송의 표정을 힐끔 훔쳐본 뒤, 대답을 내놓았다.
“내 보기에 권력은 돈하고, 언론하고, 검찰에 있는 것 같드라.”
“아니 어머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권력이 돈하고, 언론하고, 검찰에 있다니요?”
“정치인들은 먹고 살 것도 없으면서 허구헌날 큰소리만 뻥뻥 치잖어? 돈도 없고, 힘도 없으면 말이다. 근데 가만 보면 정치인들은 걸핏하면 검찰에 불려가고, 감옥에 들어간다. 긴 세월 동안 느그 아버지 뒷바라지를 해오면서 뼈저리게 느낀 거다만 참 한심하고 불쌍한 사람들이 바로 정치인이 아닌가 싶다.”
<계속>


서주원 기자 / 입력 : 2019년 03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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