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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 요일별 특집 종합

<서주원 작> 봉하노송의 절명 제41회-오래된 생각이다 14


서주원 기자 / 입력 : 2019년 03월 07일
ⓒ e-전라매일
그미는 지난 4월 중순 경, 봉하노송에게 이런 말을 한 적 있다. 지난 달 11일은 호걸이 미국에서 귀국한 날이다.
그 날 그미는 부산지검에 비공개로 소환됐다. 참고인 신분으로 출두해서 그 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조사를 받았다.
그렇게 비공개 조사를 받고 귀가 한 뒤 그미는 봉하노송에게 이런 푸념을 늘어놓은 바 있다.
그 뒤 약 한 달이 지났다. 그미가 다시 또 이런 말을 꺼내자 봉하노송은 참견을 하고 싶은 듯 입을 씰룩거렸다. 그러나 그의 입안에서는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다만 그는 그미와 호걸의 얼굴을 번갈아보면서 생글거렸다.

‘호걸아, 네 어머니의 말에 난 동의할 수 없단다. 나는 정치권력은 기본적으로 공권력과 돈 그리고 정보에 의해서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민주주의가 발달하고 정보화 사회가 되면서 평범한 시민도 정보를 공유할 수 있고, 대항매체도 만들 수 있다. 이런 방법을 통해 시민도 권력을 만드는데 참여할 수 있다. 결국 민주주의는 시민들의 행동 속에 있다고 생각한다. 궁극적으로 시민의 행동 속에 권력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도저히 그 권력을 이길 수 없다.
내가 다른 정치인과 다른 점은 정치권력을 최고 정점으로 생각하지 않는 다는 점이다. 정치권력은 하나의 권력일 뿐이고 하나의 과정일 뿐이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권력은 시민들의 머릿속에 있다고 본다.’
이렇게 속으로 혼잣소리를 마친 봉하노송은 그미와 호걸의 취중 대화에 다시 귀를 기울였다. 한 마디의 객쩍은 소리라도 놓치고 싶지 않아서다. 오늘 밤은 생애 마지막 날 밤이기 때문이다.

‘우리 아들도 제법 컸구나. 그래, 듬직해서 좋다.…’
봉하노송이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해보는 것은 술자리를 이끌어가는 호걸의 말솜씨가 흡족했기 때문이다. 호걸은 박차대 게이트가 현재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어쩌면 아버지 봉하노송 보다 더 큰 눈으로 보고, 더 열린 귀로 듣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앞으로 박차대 게이트가 어떻게 흘러갈지 제대로 감을 못 잡은 사람 같은 취중 객담도 늘어놓는다. 그 이유는 분명해 보인다. 검찰에 재소환 될지 모를 봉하부인의 불안감을 조금이라도 누그러뜨리려는 의도일 것이다.

“아버지, 술잔이 비었네요!”
호걸이 탁자 위에 있는 봉하노송의 빈 술잔에 맥주를 따랐다. 호걸이 맥주가 가득 채워진 술잔을 건네자 봉하노송은 거절하지 않고 받아 들었다.
“아버지! 몇 가지 궁금한 게 있는데요. 여쭤 봐도 될까요?” 봉하노송이 한 모금 마신 뒤, 술잔을 탁자 위에 올려놓기 무섭게 호걸이 던진 질문이다.
“그래 말을 해 보거레이!”
“제가 초등학교 다닐 땐데요. 아버지가 손바닥으로 제 엉덩이를 심하게 때리신 적 있지요?”
“글쎄다!…”
봉하노송은 기억이 나지 않는 모양이다.
“아버지! 대선을 앞두고 봉하노송 상식, 혹은 희망이라는 책을 펴내셨는데, 기억 나세요?”
‘봉하노송 상식, 혹은 희망’이라는 책은 2002년 3월 5일 초판이 발간됐다. 봉하노송이 제16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면서 펴낸 이 책에 글을 실은 사람은 여러 명이다. 호걸도 그 중 한 명이다.
호걸이 쓴 글의 제목은 ‘지극히 평범한, 그러나 평범하지 않은’이다. 아들 호걸이 쓴 아버지 봉하노송에 대한 짧은 평전이다. 그 글 속에 호걸은 어린 시절 아버지한테 엉덩이를 맞았던 기억도 적어 두었다.

“저는 아버지한테 큰 불만은 없습니다만 사실 아버지가 다른 집 아버지들처럼 자상하고, 배려심 많고, 잔정이 뚝뚝 넘치는 분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이 점은 인정하시죠?”
봉하노송이 빙긋 웃었다.
“제가 유년기에 겪었던 일 가운데 아직도 잊지 못하는 가슴 아픈 추억이 하나 있는데요. 어느 해 여름날에 아버지한테 엉덩이를 심하게 맞은 일이거든요.”
“그 때가 몇 살이었제?”
“몇 살 때 일인지는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데요. 아마도 초등학교에 막 들어간 뒤였거든요.”
“부산 남천동에 살 땐가?
“아마 그럴 겁니다.”
“남천동에 살 때면 니가 아홉 살이나 열 살 쯤 되었을끼다.”
“제 생각도 그런데요. 그 때 남천동 집은 마루가 좀 넓었죠?”
“넓었지. 그래 한여름엔 우리 가족들이 시원한 강바람과 바닷바람이 불어오는 마루에서 잠을 자곤 했잖노?”
“네, 바로 그 때문에 벌어진 일인데요. 그 날도 무지무지 더웠거든요. 그날 밤 집에 아버지 손님들이 여러분 찾아 오셨는데, 그 손님들이 앉아 있는 자리에서 제가 잠을 자야 된다고 마구 떼를 썼거든요.”

봉하노송은 그 때의 일이 떠오르는 듯 싱긋이 웃었다.
밤이 깊어 손님들은 돌아가셨구요. 아버지는 제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불이 나게 때리셨는데요. 그 때 마침 집안에 계셨던 외할머니가 말리신 덕분에 제가 덜 맞았거든요.”
“수십 년 전의 일이지만 내도 그 때의 일이 어렴풋하게 기억이 난다만 그래 그 얘길 오늘 다시 꺼내는 이유가 뭐노?”
“갑자기 생각이 나서 그런 건데요. 그 날 밤 저는 떼를 쓰다 엉덩이까지 맞으면서 차지한 그 마루에서 외할머니랑 잠을 자게 되는데, 잠들기 전 외할머니 품에 안겨서 한참을 울었거든요. 근데 안방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더라구요. 아버지는 어머니랑 안방으로 들어가서 주무셨는데, 글쎄 안방에서 아버지가 흐느끼는 것 같은 소리가 분명히 들렸거든요. 아버지, 혹시 그 때 저 때문에 속이 상해서 큰소리로 우신건가요?”
<계속>


서주원 기자 / 입력 : 2019년 03월 0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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