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주원 작> 봉하노송의 절명 제44회-오래된 생각이다 17
서주원 기자 / 입력 : 2019년 03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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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안하다, 호걸아! 그 어떤 일이 있어도 내 생전에 기어코 마무리를 하고 싶었던 진보의 미래 저술 작업을 왜 그저께 포기할 수 밖에 없었는지 그 이유를 대답해주지 못해서 정말 미안하다.’ 눈을 감고 고개를 숙인 봉하노송은 이렇게 속으로 호걸에게 미안함을 전했다. 잠시 뒤, 그는 고개를 들고 눈을 떴다. 그가 고개를 들고 눈을 뜨기 무섭게 호걸이 다시 또 술 냄새 풀풀 나는 입을 열었다. 호걸의 목소리는 다시 또 떨렸다. “아버지!” 봉하노송은 대답 없이 호걸을 바라보며 눈을 끔벅거렸다. 질문이 있으면 더 해보라는 눈짓이다. “진보의 미래 저술 작업을 끝내 중단 하셨던 그저께, 아버지는 목서방과 전화통화를 하셨죠?” 봉하노송의 눈이 더욱 크게 떠졌다. 흡사 도둑질을 하다가 들킨 사람의 눈빛이다. 봉하노송은 그저께 호연의 남편 목서방과 전화 통화를 했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사저 비서관인 김경남 뿐이다. 그날 김경남은 봉하노송의 핸드폰으로 목서방에게 전화를 걸었다. 봉하노송의 지시로 전화를 연결한 김경남은 핸드폰을 봉하노송에게 넘기고 잠시 자리를 떴다. 때문에 김경남은 봉하노송과 목서방의 통화 내용을 알지 못한다. 그렇기는 하지만 호걸이 봉하노송이 목서방과 전화통화를 한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니 봉하노송이 깜짝 놀랄 수밖에 없는 일이다. “아버지, 세상에 비밀은 없다는 것 아시죠?” 봉하노송은 가타부타 말이 없다. “아버지가 목서방과 전화 통화를 한 사실을 제가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는 묻지 마시구요. 왜 진보의 미래 저술 작업을 중단하시던 그 날, 뜬금없이 목서방과 전화통화를 하셨는지 그게 궁금해서 여쭤보는 겁니다.”
봉하노송은 여전히 말이 없다. “그리고 또 궁금한 것이 있는데요. 목서방과 전화통화를 했던 그날, 아버지는 진보의 미래 저술 작업을 중단하셨고, 사저 비서실 직원들에게 더 이상 출근하지 말라고 통보도 하셨는데요. 그날 그렇게 중차대한 일 두 가지를 중단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호걸이 이렇게 물었지만 봉하노송은 아무 말이 없다. 그는 다시 또 눈을 감고 고개를 숙였다. ‘호걸아, 미안하다! 네가 내 일거수일투족을 꼼꼼하게 살피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난 오늘 밤 너의 몇 가지 질문에 그 어떤 대답도 해줄 수가 없다. 네가 눈치를 챘던 채지 못했던 이 기나긴 고통의 밤이 지나고 나면 난 사저를 나서서 부엉이바위에 올라야 된다. 너와 네 어머니도 눈치를 채지 못하게 내일을 거사일로 택일해 놓은 것은 오래전의 일이다. 물론 내일 거사를 치루기로 최종 결심을 한 날은 바로 그저께다. 너와 네 어머니까지 속이면서 끔찍한 일을 꾸몄고, 그 일을 결행하려고 이 순간에도 남몰래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다지고 있는 나를 용서해다오.’ 봉하노송은 이렇게 속으로 말을 하고 난 뒤, 다시 고개를 들었다. 호걸과 봉하부인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봉하노송을 예의주시 했다. 봉하노송이 거사를 고심하기 시작한 건 오래전의 일이다. 그는 자신이 죽어야 이 모든 일이 해결된다고 판단한 지 오래다. 그래서 이미 오래전에 주말이자 음력 사월 그믐날인 내일을 거사일로 택일해 두었다. 그렇지만 거사를 감행해야 될지, 아니면 포기해야 될지는 이틀 전까지만 해도 하루에 수백 번 씩 고심했다. 물론 오늘 이 순간에도 봉하노송은 메이히로 정권이 쏜 독화살을 피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박차대 회장의 100만 달러를 봉하부인이 받았지만 자신은 법적인 책임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메이히로 정권과 벌이고 있는 이 장기적인 혈전에서 자신이 법적으로 이기고 지는 문제가 관건이 아닌 시점에 이르고 말았다.
지난 2월, 봉하노송은 박차대 회장의 돈 100만 달러의 실체를 알게 되었다. 그렇지만 이 돈 문제와 관련해서 메이히로 정권이 그 어떤 공격을 하더라도 자신은 송장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서서히 그 확신이 무너져 내렸다. 단지 도덕적인 책임만 짊어지고 있다지만 자신이 버티면 버틸수록 가족은 물론 측근들이 감당해야 될 고통이 더욱 심해지는 상황이 된 탓이다. 봉하노송의 심신은 많이 망가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얼토당토아니한 조작사건인 명품시계 사건까지 터지고 말았다. 그런 와중에 딸 호연이 다시 또 검찰에 소환됐다는 소식도 들렸다. 역시 심신이 많이 망가져 있는 봉하부인의 재소환이 임박했다는 소문도 떠돌았다. 지난 15일 오후 1시 30분께, 봉하마을에서는 한바탕 난리가 났다. 봉하노송의 구속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보수단체 회원 10여 명이 봉하마을로 몰려왔다. 이를 저지하려고 봉하마을 주민들이 나섰다. 보수단체 회원과 봉하마을 주민 사이에 집단 충돌이 벌어졌다. 거친 몸싸움 등으로 30여 분 간 봉하마을 입구가 난장판으로 변했다. 보수단체 회원들의 기자회견을 막아보겠다고 봉하마을의 아낙네들은 팔을 바싹 끼고 스크럼까지 짰다. 흥분한 일부주민은 차량 트렁크에서 농기구를 꺼내 보이며 보수단체 회원들을 위협했다. 한 주민은 트랙터를 몰고 나와 보수단체 회원들의 발길을 가로 막았다. 어떤 주민은 고무호스를 끌고 와서 보수단체 회원들을 향해 물을 뿌리기도 했다.(계속) |
서주원 기자 / 입력 : 2019년 03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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