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칼럼-시인의 눈>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0년 06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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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을 볼 때면 까미유 끌로델이 수식어처럼 따라온다. 스승과 제자로 만나 연인이 된 그들의 예술과 사랑에 대한 고뇌는 한 세기를 넘어 예술계를 떠도는 비운의 주인공이다. ‘생각하는 사람’이 보여주는 사색의 깊이에서 두 사람의 어긋난 사랑을 엿본다. 끌로델의 예술적 천재성과 아름다움에 매료된 로댕은 24년의 나이 차이를 극복할 만큼 사랑하는 스승과 제자였다. 이미 ‘생각하는 사람’으로 조각가의 반열에 오른 로댕은 작품 활동 및 예술행사에 클로델을 동행하여 19세기 남성주의의 사회 속에 여성으로서 예술적 기반을 구축해주었다. 그러나 로댕에게는 그의 아들을 낳은 로즈라는 여인이 있었고 배우자로서 예술가의 동반자가 되기를 원했던 끌로델과의 사랑은 오래가지 못했다. 로즈와 끌로델 사이에서 만남과 이별을 번복한 로댕의 방랑적 기저는 임신까지 한 끌로델에게 이별을 선택하게 했고, 홀로 유산까지 감당하게 하여 결국 끌로델과의 십년 세월을 배신하고 말았다. 로댕과 이별 후 더욱 열정적으로 완성한 작품마다 로댕 작품과의 모방 여부, 심지어 로댕의 작품이라는 의심까지 받았으며, 그녀의 예술적 재능에 경쟁심을 갖게 된 로댕은 프랑스 문화성으로부터 주문받은 작품을 철회하게 압력을 넣기도 하여 끌로델의 예술과 영혼까지 짓밟 는 비정한 스승이 되었다. 냉담한 후원자들의 틈에서 예술적 결핍은 페미니즘을 낳고, 로댕을 붙잡고 싶은 마음을 표현한 ‘중년’은 변질한 사랑 앞에 피폐해진 그녀 모습과 닮아있다. 일과 사랑을 유린당한 클로델은 망상에 사로잡혀 로댕의 집에 돌팔매질하다 1943년 가족들의 요청으로 정신병원으로 입원, 30년간 갇힌 정신병원에서 죽은 후에야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1917년 부와 명예를 얻은 로댕과 결혼한 로즈도 2주 후 사망, 몇 달 후 로댕 역시 홀로 눈을 감는다. 사랑이었고, 스승이었고, 뮤즈였던 로댕에게 열아홉 꽃송이를 던져버린 끌로델, 마치 두 사람의 운명을 예견한 듯한 ‘생각하는 사람’은 회한으로 잠긴 로댕 자신의 모습이 아닌가 싶다. 귀하게 얻고 쉽게 버려지는 사랑의 통속으로 자신의 입신을 위해서는 신의쯤은 언제든지 버릴 수 있는 우리의 삶을 한 번쯤 들여다볼 일이다. 사랑은 함께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지켜나갈 때 삶이 풍요로워진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
/정연정 시인 전북시인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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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0년 06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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