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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칼럼-시인의 눈> 용머리 고개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0년 07월 05일
ⓒ e-전라매일
인생길은 고갯길의 연속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꽃이 피고 새가 울어 아름답고 정겨운 고개가 있는가 하면, 굽이굽이 힘겹던 마음속의 고개, 험한 산길을 걷고 또 걸어서 어제도 오늘도 또 내일도 걸어야 할 땀과 눈물의 길도 있다.
산업이 발달하기 전 논과 밭에서 거둔 곡식만으로 끼니를 해결할 수밖에 없었던 부모님 세대, 그래서 곡식이 떨어지면 보리 이삭이 여물기까지는 굶기를 밥 먹듯이 했다는 우리 국민이 넘어 온 슬픈 고개가 보릿고개이다. 또한 고개 위 바위틈에 숨어서 임을 기다리던 가곡 속의 애틋한 고개도 있다.
내가 사는 평화동 사거리와 교회가 있어 머물곤 하는 ‘용머리고개’는 흉흉한 욕으로 불리기도 한다. ‘용머리 고개 넘다가 강도에게 맞아 죽을 놈’이란 말로 토박이 전주 사람들이 기억하는 아주 심한 욕 중의 하나라고 한다. 못된 사람들을 일컬어 내뱉는 저주의 말이었다고 한다. 그 ‘용머리 고개’는 구 도청에서 효자동으로 넘어오는 외길이다. 이 길을 걸어야 집으로 갈 수 있었던 김제나 정읍 등의 시골 사람들이 소를 팔거나 장사한 돈을 한 몫 챙겨 들고 으슥한 고개를 넘다가, 진을 치고 숨어 있던 강도들에게 돈을 뺏기고 더러 맞아 죽기까지 했다고 한다. 주변이 온통 묘지와 과수원으로 덮여있고 돌투성이 좁다란 길이 꼬불꼬불 이어져 있었다는 으슥한 고갯길 저편, 그 기억 속의 거리는 지금은 흔적도 없어졌다. 새하얗고 웅장한 건물들이 하루가 다르게 거리의 면모를 바꾸어 가는데 조금만 눈을 돌리면 낡은 대장간과 점집 거리로 불리는 이 고개만큼은 문명을 외면한 채 고집스럽게 세월을 돌아앉은 채로 여전히 우중충하다. 그 옛날 원통한 일들을 당했던 사람들의 한이 서려 그런 것일까.
바라건대 언제일지 모르겠지만 무슨 개발의 바람이라도 불어, 용머리고개가 산뜻한 모습으로 변하기를 바란다, 그렇게 되는 날, 나는 허름한 대장간 한곳을 리모델링해서 찻집을 열어야겠다. 나를 아는 사람들이 수시로 들러 차도 마시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로 언제나 훈훈한 곳. 벽에는 좋아하는 시도 몇 점 걸려 있겠지. 헛꿈일지언정 어쩌면 요즘 꾼 꿈 중에서 가장 그럴듯한 꿈이 아닐까 싶다.
/김은숙 시인
전북시인협회 부회장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0년 07월 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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