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칼럼-시인의 눈> 남원의 여름은 소리와 향기로 온다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0년 07월 0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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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원의 여름은 지리산과 섬진강 그리고 시내를 관통하는 요천에 밤에는 달의 궁전으로, 낮에는 달뜬 태양이 느린 걸음의 풍류로 온다. 무더위쯤은 고수의 북소리 장단에 불과하다. 동편제 판소리의 발상지이자 국악의 성지답게 남원엔 국립민속국악원과 남원시립국악원이 있어서 여름에는 광한루원, 지리산 달궁 등, 밀폐된 공연장에서 천혜의 자연으로 뛰쳐나온 공연들이 많다. 더 안전하고 충만하게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코로나 19 이전부터 그래 왔다. 운봉 가야의 무대이자 생명체가 살기에 가장 좋다는 450~550m 고원지대 운봉 분지는 지리산 서북 능선이 눈앞에 쭉 늘어서 있어 집집마다 정원이 되어주고 있다. 철쭉의 명소 바래봉 아래 지리산 허브밸리의 각종 꽃은 영원히 탈색되거나 휘발되지 않는 추억으로 가슴에서 영원히 피고 진다. 특히, 허브복합토피아관 마당에 있는 꽃을 든 남자와 마주 보고 있는 여자의 거대한 철제 조형물에서는 똑같아 보이지만 모두 다른 꽃송이처럼 많은 이야기를 본다. 저마다 품고 있는 사랑의 이야기를 듣는다. 조형물을 보고 있자니 아이러니하게도 배경이 되어주고 있는 지리산의 슬픈 역사가 떠오르기도 한다. 아, 어느 시대 누구에겐들 아름답지 않은 사랑이, 설레지 않은 연인이 있을까? 그래서 잠시 코끝이 찡해진다. 남원은 사랑의 성지이다. 신분과 시대를 뛰어넘은 춘향과 이몽룡의 사랑, 같은 날 같은 시간 같은 동네에서 태어난 하립과 김삼의당의 운명적인 사랑, 변강쇠와 옹녀의 불꽃같은 사랑까지, 남원의 오작교에서는 모두가 가슴 절절한 견우이고 직녀이다. 영화 <일 포스티노>에서 시성 파블로 네루다가 시를 배우고 싶어 하는 집배원에게 “먼저 네가 살고 있는 이곳 섬의 아름다움을 찾아보라”고 주문한다. 자기가 사는 고장의 아름다움을 모르면 시를 쓰거나 읽을 자격이 없다. “늘 보던 풍경인데요.”라고 말하는 사람은 시를 모르는 사람이다. 새롭게 보려는 사람만이 날마다 달라지는 경이로운 풍경을 볼 수 있다. 가슴 속에 ‘훅’하고 치밀어 오르는 열기에 실린 땅 냄새를 맡을 수 있다면, 그리하여 여름이 꼭 무더운 계절만은 아니라면 누구나 시인이다.
/김영기 시인 전북시인협회 회원 |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0년 07월 0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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