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고을 문학산책] 대식이 결석계
admin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0년 07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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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전라매일 |
| 선상님 대식이 오늘 결석시켜야것어라 한 참 농번기 철인디 동상도 보고 농삿일도 거들어야 히서요 야는 핵교는 꼭 가야헌다고 눈물 찔끔거리더만 핵교 가면 돈이 나온대유 쌀이 나온대유 이웃집 노총각 서울 좋은 대학 나왔다는디 집에서 맨날 강아지똥이나 치고 있당게요 우리 대식이는 핵교 쪼꼼만 보낼라고요 저그 아버지가 지게 하나 맞춰준다고 혔응게로 일찌감치 머리 바람들기 전에 일을 배워야지요 무시도 바람들면 못 먹잔어유 전번에 동시 잘 지어 상 받었다고 가져왔던디 사람 방거청이 만들기 딱 좋은 것이 시 씀네 글 씀네 허는 사람들인디 대식이가 시인이 되것다고 허는디 그게 무신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당가요 농사 지면 쌀도 나오고 직불금도 나오고 살만허당게요 말만 앞세우는 글쟁이는 늘 배고픈 것잉게요 좌우간 사설이 길었는디 대식이 오늘 결석이고요 선상님 시 잘 지었네 시인이 되면 어쩌내 당최 바람 넣지 마시오 잉 등짝에 땀 마를 새 없어도 보리꽃 나락꽃 핀 들판길을 걸으며 흥얼흥얼 사는 삶이 최고 아니당가요 선상님 꼭 부탁혀요
<시작노트> 어렵고 힘든 세상이 되었다. 직장을 갖고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기르는 것을 당연히 생각하던 세상에서 자란 우리는 행복한 세대이다. 부모님으로부터 학원가라거나 공부하라거나 하는 말씀을 들어본 기억이 별로 없다. 마을에 전화도 없던 시절, 모내기하는 날이면 결석하는 날이었다. “대식아 결석계 쓰거라, 오늘 핵교 못간다고”“선상님이 학교 결석은 안된다고 혔는디”“그럼 어쩔 것이냐 핵교 작파허고 꼴머심 사는 아이도 있는디, 아버지더러 지게 하나 맞춰주라 할까”하시며 눈웃음을 지으시던 어머니, 아 그때가 그립다. 높은 학교는 못 다녔어도 벗들은 다 자수성가를 하고 지금은 그만그만한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었다. 버스기사가 된 철수, 마을이장이 된 칠성이, 소를 기르는 학수, 책 읽기 좋아하던 나는‘그 나물에 그 밥’인 시나 쓰고 있다. 어디선가 어렵고 힘든 또 다른 결석계를 쓰고 있을 세상의 모든 대식이의 꿈을 응원한다.
/김대식 전북시인협회 회원 |
admin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0년 07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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