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칼럼-시인의 눈> 비 내린 후의 단상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0년 08월 30일
|
|
|
ⓒ e-전라매일 |
| 비가 내린다. 장마철에 계속 내리는 비는 사람을 낭만에 물들게도 하지만 우울하게도 만든다. 모든 것을 눅진하게 만드는 계절이다. 폭우에 태풍까지 다녀가니 하루 잠깐 소강상태를 보일 때 그 맑음은 때로 신선함까지 준다. 가슴까지 맑게 트이니 말이다. 동네 형님 두 분께서 모처럼 콜이다. 안성의 용추폭포엘 가보고 싶단다. 비 갠 신선한 오후, 나 또한 가고 싶었다. 물이 굉음을 내며 쏟아진다. 폭포 뒤쪽 먼 산은 구름 띠가 선명하다. 역시 풍광이 가관이다. 그런데 이게 웬일? 소용돌이치고 있는 한쪽에 어디서 흘러들어왔는지 각종 쓰레기가 둥둥 폭포 회오리밖에 머물고 있지 않은가. 스티로폼 조각들, 과자봉지들 볼썽사나운 풍경이다. 풍경을 걱정하기에 앞서 환경이 걱정된다. 무주군 덕유산 줄기, 금강의 상류에 저런 쓰레기가 있다니 청정지역이라는 자부심 하나로 사는 무주사람들인데 이 물이 흘러 바다에 도달하면 어떤 상태가 될까 염려가 된다. 산드라 크라우트바슐이 지은 <우리는 플라스틱 없이 살기로 했다>라는 책을 접하고 우리와 동시대에 살고 있는 오스트리아 여인의 고민을, 책을 읽는 동안 내내 서로 환담하듯 동질감으로 괴로워했다. 과연 ‘우리는 그렇게 살 수 있을까?’ 그 책의 제목부터 ‘나는?’이라는 죄책감이 들었었다. 우리 주변의 냉장고, 세탁기, 컴퓨터, 칫솔, 각종 포장용 비닐봉투들까지, 우리 실생활에 필요한 어느 것 하나 플라스틱 재질 아닌 게 어디 있는가. 그래도 환경을 염두에 두고 살면 비닐봉투 한, 두 장이라도 아끼게 된다는 사실을 너무 잘 안다. 정식 ‘환경운동가’가 아니라도 머릿속에는 항상 자손에게 물려줄 환경을 생각한다. 우리는 불완전한 인간이므로 더 이상 실천되지 않을 환경을 말하고 싶지는 않다. 모처럼 나간 형님들은 내심 즐거움에 들뜬 모양이다. 폭포 가까이에 카페가 있어 그리로 향했다. 사시사철 꽃이 피는 4500여 평의 정원에 마침 감미로운 비발디의 사계가 흐른다. 주말이라 많은 사람들이 정원의 귀한 꽃들을 보느라 취해 있다. 조금 후 탁자 위에 나온 커피에서 검은 케냐 여인들의 피부처럼 검고, 매끄럽고 그 체취처럼 강한 향을 느낀다. 또 쓰고 신 고유의 산미를 음미한다. 한낮의 잔잔한 시간이 조용히 숨어든다.
/전선자 시인 전북시인협회 회원 |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0년 08월 30일
- Copyrights ⓒ주)전라매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
|
오피니언
가장 많이본 뉴스
요일별 기획
|
인물포커스 |
|
|
교육현장스케치 |
|
|
기업탐방 |
|
|
우리가족만만세 |
|
|
재경도민회 |
|
기획특집
포토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