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칼럼-시인의 눈> 당신의 찰라 ‘판도라의 상자를 여세요’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0년 09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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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 원고지를 앞에 놓고 흐르는 침묵의 순간 ㅡ 나는 그 ‘찰라’를 좋아한다. 시를 쓴다는 것은 쉬운 일이면서도 매우 어려운 일이다. 무엇을 쓸지 정해놓고 시작하면 더더욱 어렵다. 시인의 시선은 보통 사람들과는 사뭇 다르다. 사물을 거시적이고 입체적이며 객관적으로 봐야 한다. 엘리엇(Eliot,T.S.)에 의해 처음 사용된 “객관적 상관물”을 반영한다. 내가 알고 있는 시는 기쁘거나 슬프거나 혹은 그립다거나 분노하거나 우리의 감정을 노래하며 공감을 통해 위안을 받는다. 위안을 받는 그 순간, 우리 모두는 독자이며 동시에 시인이 되는 것이다 시란, 단순히 감정의 표현만은 아니다. 쉼 없이 변해가는 시대를 반영하기도 하고, 그 시대가 추구하는 이상을 승화시키기도 하고, 사건 사고를 표현하기도 한다. 그러기에 시인은 냉정한 이성을 가지고 사물을 촘촘히 관찰해야 할 것이다. 물론, 글을 쓰는 모두에게 요구되는 것은 “객관성”이지만 매우 “주관적”이기도 하다. 이것은 매우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 맛에 한 번 빠지면 쉽게 빠져나올 수 없다. 내 방에는 판도라의 상자가 있다. 어떤 것들이 튀어나올지 모르는 보랏빛 상자 안에 들어 있는 수많은 의미들이 매우 대단하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매 순간 느껴지는 사소한 감정들이 가지는 의미가 바로 시(詩)다. 나는 애송이 시인이다. 마음껏 노래하고 싶다. 새벽에 불현듯 내리는 비를 좋아하고 바람결에 흩어지는 커피 향에서 느껴지는 쓸쓸함을 즐긴다. 맨땅을 밟는 발바닥과 뜨거워지는 새끼발가락의 꼼지락거림을 좋아한다. 이러한 것들이 바로 나의 ‘찰라’다. 온몸으로 느껴지는 전율 때문에 나는 멀미하고, 놓치고 싶지 않는 순간순간을 누구나 가지고 있는 눈으로 들을 수 있고, 마음으로 그릴 수 있고, 온몸으로 쓰여 지는 단 한 줄을 만나는 기쁨을 당신과 함께하기를 소망한다.
/정량미 시인 전북시인협회 회원 |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0년 09월 0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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