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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칼럼-시인의 눈> 시(詩)가 지나는 길목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0년 09월 20일
ⓒ e-전라매일
개망초꽃이 눈부시게 아름다운 때가 해 질 무렵이다. 석양과 함께 천변이 어우러지면서 아기 손톱만 한 흰 꽃들이 무더기로 밭을 이루며 지국총지국총 박새까지 불러들이는데 거기에 빠지지 않을 사람이 없다. 감사하기 그지없는 순간에 머물고 있다는 걸 깨닫기에 늘 역부족인 나는 어김없이 멍한 무념의 시간을 보낸 뒤에야 세상의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줄기 하나에 꽃 하나가 독립적으로 촘촘히 박힌 꽃 무리 한 가족이 여럿 모여 이웃을 이루고 그 이웃이 손을 잡고 천연덕스럽게 천변을 걷는다. 높낮이가 없는 평등한 세상이 조금씩 꽃밭을 밀어 올리며 마을 쪽으로 나아가 한 풍경을 이루고 그 풍경을 사람들은 벤치에 앉아 느긋이 바라본다.
끊긴 지 오래된 기억이 이어지면서 잊었던 스무 살 먼 옛적부터, 혹은 오늘 아침 문득 사단 되어 잠시 집에 놓아두고 나왔던 슬픈 대화가 오고 가고, 우울이 찾아들고, 눈물이 포개지고, 그래서 이쯤 되면 공상의 무대인 이 꽃밭에 발을 담그고서 자신도 모르게 따뜻한 대답을 기다리게 된다. 물론 대답을 얻기까지 무수한 생각이 오고 가겠지만, 적어도 지금 앉아 있는 벤치에서 꽃들이 펼치고 있는 풍경의 한 일원으로 동참하고 서성이는 것만 가지고도 행복은 배가 된다.
억새에 숨어있는 환한 여울이고, 시냇물 소리이고, 가만한 바람이고, 여우 꼬리 마냥 길어진 산 그림자이고, 이런 것들이 이 꽃밭에 들어있으니 더욱 시(詩)를 아는 이라면 명치 끝을 슬며시 밀고 올라오는 울컥거림, 그 울컥거림을 쭉 따라가면서 무엇을 만날까 서두르지 않는다. 차분차분 이것을 읽고 나서 저것을 읽고, 저것을 버리고 나서 이것을 버리고 나면 그곳에 갈 수 있는 뭔가를 만난다. 사무사(思無邪)의 꼭짓점, 시(詩)의 마을에 이르게 될 것이다. 그 마을에서 성자 같은 혹은 강철 무지개 같은 시가 서성이다가 불쑥 손을 내밀 것이다. 그러면 잡으면 그만이다. 기회는 거듭 오지 않는다.

/곽진구 시인
전북시인협회 회원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0년 09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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