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날짜 : 2024-04-26 03:06:45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 PDF원격
검색
PDF 면보기
속보
;
뉴스 > 요일별 특집

<문학칼럼-시인의 눈> 시(詩)가 지나는 길목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0년 09월 20일
ⓒ e-전라매일
개망초꽃이 눈부시게 아름다운 때가 해 질 무렵이다. 석양과 함께 천변이 어우러지면서 아기 손톱만 한 흰 꽃들이 무더기로 밭을 이루며 지국총지국총 박새까지 불러들이는데 거기에 빠지지 않을 사람이 없다. 감사하기 그지없는 순간에 머물고 있다는 걸 깨닫기에 늘 역부족인 나는 어김없이 멍한 무념의 시간을 보낸 뒤에야 세상의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줄기 하나에 꽃 하나가 독립적으로 촘촘히 박힌 꽃 무리 한 가족이 여럿 모여 이웃을 이루고 그 이웃이 손을 잡고 천연덕스럽게 천변을 걷는다. 높낮이가 없는 평등한 세상이 조금씩 꽃밭을 밀어 올리며 마을 쪽으로 나아가 한 풍경을 이루고 그 풍경을 사람들은 벤치에 앉아 느긋이 바라본다.
끊긴 지 오래된 기억이 이어지면서 잊었던 스무 살 먼 옛적부터, 혹은 오늘 아침 문득 사단 되어 잠시 집에 놓아두고 나왔던 슬픈 대화가 오고 가고, 우울이 찾아들고, 눈물이 포개지고, 그래서 이쯤 되면 공상의 무대인 이 꽃밭에 발을 담그고서 자신도 모르게 따뜻한 대답을 기다리게 된다. 물론 대답을 얻기까지 무수한 생각이 오고 가겠지만, 적어도 지금 앉아 있는 벤치에서 꽃들이 펼치고 있는 풍경의 한 일원으로 동참하고 서성이는 것만 가지고도 행복은 배가 된다.
억새에 숨어있는 환한 여울이고, 시냇물 소리이고, 가만한 바람이고, 여우 꼬리 마냥 길어진 산 그림자이고, 이런 것들이 이 꽃밭에 들어있으니 더욱 시(詩)를 아는 이라면 명치 끝을 슬며시 밀고 올라오는 울컥거림, 그 울컥거림을 쭉 따라가면서 무엇을 만날까 서두르지 않는다. 차분차분 이것을 읽고 나서 저것을 읽고, 저것을 버리고 나서 이것을 버리고 나면 그곳에 갈 수 있는 뭔가를 만난다. 사무사(思無邪)의 꼭짓점, 시(詩)의 마을에 이르게 될 것이다. 그 마을에서 성자 같은 혹은 강철 무지개 같은 시가 서성이다가 불쑥 손을 내밀 것이다. 그러면 잡으면 그만이다. 기회는 거듭 오지 않는다.

/곽진구 시인
전북시인협회 회원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0년 09월 20일
- Copyrights ⓒ주)전라매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오피니언
사설 칼럼 기고
가장 많이본 뉴스
오늘 주간 월간
요일별 기획
인물포커스
교육현장스케치
기업탐방
우리가족만만세
재경도민회
기획특집
살아서 돌아오라, 살려서 돌아오라!  
김제시, 안전한 식·의약 환경조성과 감염병 예방 집중  
군산시민을 위한 일자리가 뜬다  
남원시, 스프링피크 맞아 자살 사망 예방 집중관리 총력  
초록물결 ‘제21회 고창 청보리밭축제’ 로 오세요  
깊은 고민으로 공간에 입체감 입혀… ‘희망의 장수’로 새단장  
‘드론실증’ 통해 남원형 드론 활용서비스 모델 구축  
공감과 소통으로 민원서비스 듬뿍! 민원만족도 채움  
포토뉴스
전북대, ‘글로컬대학 비전선포식’ 개최
전북대는 25일 국제컨벤션센터 컨벤션홀에서 ‘글로컬대학 비전선포식’을 개최했다. <사진>이날 비전선포식에는 양오봉 총장을 비롯해 교 
국립전주박물관, ‘문방사우를 찾아라’
국립전주박물관(관장 박경도)은 누리과정(5~7세)과 연계한 단체 교육프로그램 문방사우를 찾아라를 4월부터 7월까지 총 10회 운영한다. &l 
한국전통문화전당, 전통문화 세계화를 위한 발판 마련
한국전통문화전당(원장 김도영, 이하 전당)은 지난 4월 3일부터 10일까지 프랑스 파리와 영국 런던을 방문해 ▲세종학당재단의 유럽거점과의 전통 
국립군산대학교 김정숙 교수, 개인전 ‘숨’ 개최
국립군산대학교 미술학과의 김정숙 교수가 오는 4월 17일부터 28일까지 전북특별자치도 도립미술관 서울분관에서 개인전을 연다.이번 전시회는 전북 
전통문화전당 전주공예품전시관 공예주간 전라도 일반참여처 모집
한국전통문화전당(원장 김도영)이 ‘2024 공예주간’ 행사에 함께할 전라도 지역에서 활동하는 공예 작가와 단체 등의 일반참여처를 오는 17일까 
편집규약 윤리강령 개인정보취급방침 구독신청 기사제보 제휴문의 광고문의 고충처리인제도 청소년보호정책
상호: 주)전라매일신문 / 전주시 덕진구 백제대로 555. 남양빌딩 3층 / mail: jlmi1400@hanmail.net
발행인·대표이사/회장: 홍성일 / 편집인·사장 이용선 / Tel: 063-287-1400 / Fax: 063-287-1403
청탁방지담당: 이강호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미숙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전북,가00018 / 등록일 :2010년 3월 8일
Copyright ⓒ 주)전라매일신문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