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칼럼-시인의 눈> 텃밭에 대한 단상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0년 10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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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시절의 텃밭은 내 인생 최초의 학습장이었다. 그곳에서 작은 씨앗에서 일어나는 엄청난 팽창과 신비를 보았고 벌과 나비의 끈질긴 격정을 보았고 여린 꽃들의 아름다운 순응을 보았고 옥수수가 바람에 휘어지는 부드러운 반응을 보았고 넓은 토란잎이 작은 물방울도 흡수하지 않고 내미는 정갈한 대응을 보았다. 그리고 어느 순간 쓸모없는 잡초의 생존을 알았고 배추벌레와 쐐기와 무당벌레의 음흉한 착취를 알았고 그것을 감내하며 푸른 생을 가꾸어 가는 식물의 의연함을 알았고 생존을 위한 거미의 아찔한 곡예 끝에 얻어지는 한 움큼의 행복이 비정한 세상의 단면임을 예감했고 꽃들의 화려한 웃음 뒤에 오는 쓸쓸한 퇴장도 알았다. 그리하여 밝음과 어두움, 주는 자와 뺏는 자, 아름다움과 추함이 이중주를 연주하는 두 개의 세계를 알았다 그것이 우주의 순환이며 질서라는 것도. 변화무쌍하고 오묘한 자연현상 속에서 순응하고 반응하고 대응하며 그들은 자연스럽게 살아갔다. 별빛과 달빛에 얼굴을 씻고 아침을 열어 햇빛에 출렁이는 생명의 약동에 온몸을 불사르고 장렬한 죽음과도 같은 노을빛 환희에 하루를 마감하며 숭고하게 키워온 빛나는 일생을 절정의 순간! 송두리째 주고 떠나는 성자와 같은 그들의 뒷모습은 심장의 복판에 꽃을 피우는 내 인생학습 최고의 백미였다. 우주는 0년 0월 0일 0시에 태어났고 지구는 지금 2020년 7월의 중순을 훌쩍 넘어가고 있다. 아직도 다 보지 못했을 텃밭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어쩌면 신께서 보내는 은유의 메시지이며 우주가 품고 있는 생명체의 진실을 알리는 작은 교향시이리라. 나는 그 소리에 귀 기울이며 진리에 눈을 뜨고 국화꽃 향기에 가슴을 적시는 위대한 시인이고 싶다.
/김진숙 시인 전북시인협회 회원 |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0년 10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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