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칼럼-시인의 눈> 경제성장과 욕구 상승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0년 11월 0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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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날에는 교복이며 운동화, 체육복이 작아지면 동생이 받아내려 입기를 했다. 그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불평도 하지 않았다. 학교에 가보면 항상 새 옷에 새 가방에 예쁜 구두를 신고 다니는 친구가 있었다. 보기에는 예뻐 보였지만 그렇게 부러워하지는 않고 지난 것 같다. 위로 언니가 네 명이나 있으니 난 항상 언니의 모든 것을 이어받았다. 가방도 내려받았는데 가방의 모서리가 닳아서 속이 조금 보이는 것도 안을 밖으로 해서 뒤집어 들고 다니다가 아버지께 가방을 사달라는 말씀을 드렸다. 그러자 아버지는 “왜 그 가방이 어때서”라는 단호함으로 눈물이 핑 돌게 하셨다. 무엇이든 자식들이 요구하면 바로 들어 주시지 않으셨던 아버지. 어느 날엔가 우리 집이 북적거렸다. 아버지께서 직원들의 임금을 배당해 주시고 많은 돈을 가져 오셨다고 하셨다. 그때 헌 가방을 잊지 않고 계시던 아버지는 가방가게를 가시더니 가방을 고르라고 하셔서 어린 마음에도 이름난 크OO 가방을 고르지 않고 값이 저렴한 가방으로 골랐다. 그래도 난 참 행복했다. 아버지가 한없이 고마웠다. 그 후 우리 집은 사업이 점점 좋아져서 윤택한 생활을 하게 됐다. 그런데 변해가는 것은 우리 형제자매들의 마음과 눈이었다. 유행하던 운동화며 가방이며 시계며 사 달라고 하는 요구사항이 부쩍 늘어난 것이었다. 하지만 아버지께서는 항상 무엇이든지 그 즉시 사 주시지 않고 며칠이 지나거나 아니면 “있는 것이 아직도 새것인데 다음에 사거라”하시는 것이었다. 그럴 때마다 어린 마음에 입을 삐죽이 내밀고 눈물을 보이곤 했지만 이해했었던 것 같다. 지금 사회는 각 가정이나 국가나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사람들의 욕구가 늘어나는데 경제성장의 속도보다 욕구 상승의 속도가 앞서니 바로 그게 문제이다. 앞서 달리는 욕구 상승의 끝은 바로 파산으로 이어질 것이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버지께서 그 즉시 해결해 주지 않았던 방법이나 다른 방안으로 대처해 주셔서 마음을 자제할 수 있는 절제능력을 키워 주신 거였다. 요즈음의 젊은 부모들이 자녀가 요구하기도 전에 최고 브랜드로 사 주고, 갖고 싶다는 말이 떨어지자마자 바로 사주는 행태를 보면 씁쓸하다. 자라면서 부딪힐 수많은 풍랑을 견디고, 복잡다단하고 빠른 속도로 바뀌어 가는 세상에서 살아남을 방법은 어려서부터 절제하는 훈련으로 욕구를 자제하고 자신의 마음을 다스릴 줄 알아야 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자기 자녀의 행복으로 연결되는 길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하겠다.
/배순금 시인 전북시인협회 익산지역위원장 |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0년 11월 0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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