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칼럼-시인의 눈> 정인아, 미안해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입력 : 2021년 01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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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딘 겨울이 찾아와 보란 듯이 맹위를 떨치고 있는 오후, 진안 부귀면 메타세콰이아 길을 찾았다. 답답한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면 가끔 찾아가는 그 길은 연둣빛 봄을 알리는 속삭임으로 시작해 청량함으로 땀을 씻어주기도 하고 붉은 갈색의 처연하도록 아름답던 가을의 절정을 보여주던 곳이었다. 이제는 눈길을 끌던 모든 화려함의 색을 내려놓고 가슴 서늘하도록 매운바람 앞에서 당당히 서 있는 모습, 보지 못했던 민낯의 얼굴에 고개가 숙여진다. 깊숙이 내린 뿌리의 끝에서 올라와 눈부셨던 황홀한 그 절정의 끝은 땅을 보듬고 있었다. 어쩌면 눈꽃으로 많은 이의 시선을 돌리고 튼실한 중심으로 견디며 제 몫을 묵묵히 하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한파에 양지쪽 철모르던 꽃눈이 눈에 덮였다. 생후 16개월 어린 아기가 학대로 숨을 거두었다. 어린 아기의 죽음 앞에 많은 단어가 검색어로 실린다. 입양, 양부모, 목사, 친모, 자녀 학대, 살인, 기관의 방치... 그 많은 검색어를 피해간 목소리들이 겨울 한파처럼 매섭다. 500여 일 살다간 시간보다 차가운 눈으로 덮인 조용한 지금이 어린 아기에겐 더 평온하고 따뜻하지 않을까. 자녀 학대가 아니고 입양아 학대가 아니다. 한켠에서 입양 자녀를 둔 가슴이 또 상처를 입고 있는지도 모른다. 스쳐간 부주의에 무관심에 울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제는 차분히 학대의 끝을 모르는 우리의 민낯을 살펴야 할 시간이다. 부모라는 이름으로 한정된 사랑에 갇혀서 살았던 건 아닌지, 강아지 목에 줄을 매어 쥐불놀이하듯 하는 학대의 선상 어디에 우리가 서있는 것인지. ‘정인아, 미안해’ 챌린지도 고맙고 진정서 쓰기 독려도 고맙다. 남아있는 희망이 고맙다. 그러나 오늘은 제몫을 해줄 사법부를 믿으며 16개월 어린 아기 정인이를 가슴에 안고 민낯을 살피며 내 스스로 진정서를 쓸 것이다. |
전라매일 기자 / 00hjw00@hanmail.net 입력 : 2021년 01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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