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e-전라매일 |
| 달빛이 흰 눈처럼 쌓였다. 적요한 마당. 숲길에 발자국을 찍는 산 노루 울음소리 들리고 찬이슬 소리 없이 풀잎에 내린다. 달길 따로 별길 따로 만날 수 없는 하늘 밤이 얼마나 통절할까. 몇 광년 달려온 달빛을 안고 싶어 마당에 섰는데 출렁이는 바다에 떠있는 듯 꼬리치는 생각들 치어 떼처럼 반짝인다.
<시작노트> 같은 달도 가을밤에 보면 다르다. 가을 달빛은 누군가의 울음소리를 듣게 하고, 무통이 그리움을 아프게 하고, 무수한 생각을 번득이게 한다. 가을이다. 달 만나기 좋은 밤. 이슬에 발걸음을 적시듯 달빛에 마음을 적셔본다. 삶의 오붓한 길이 떠오르는 기쁨을 발견하리라 믿는다.
/구 연 배 전북시인협회 부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