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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내 코드 한 줄이 누군가의 세상이 되는 곳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5년 08월 28일
김민주 원광대 게임콘텐츠공학과

얼마 전, 나는 내 이름으로 된 첫 특허 출원을 마쳤다. ‘다중 모드 데이터를 이용한 예측적 심리 중재 시스템’. 누군가에겐 그저 딱딱한 기술 용어의 나열이겠지만, 내게는 밤새 고민했던 코드 한 줄, 한 줄이 모여 만들어진 소중한 꿈의 조각이다. 이 기술은 세상과 단절된 채 고통받는 조현병 환자들이 스스로 마음을 다스리고 다시 세상과 연결될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이다. 환자의 불안한 음성과 생체 신호를 AI가 먼저 감지해 진동으로 알려주고, 가상현실 속 AI 트레이너가 곁에서 차분히 대화를 걸어주는, 기술에 마음을 담은 작은 약속이라 표현하고 싶다.
나는 게임콘텐츠를 공부하는 학생이다. 흔히들 게임은 현실과 다른 가상의 세계를 만드는 일이라고 말한다. 화려한 그래픽과 자극적인 재미로 사용자를 유혹하는 오락거리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나는 모니터 속 가상 세계를 설계하며 늘 다른 질문을 품었다. ‘이 세계가 스크린 너머 누군가의 현실에 따뜻한 위로가 될 수는 없을까?’ 게임 속 NPC(Non-P_badtags Character)에게 생명력을 불어넣고, 플레이어와 상호작용하는 규칙을 설계하는 치밀한 과정속에서, 나는 기술이 단절된 마음을 이어주는 가장 진보된 언어가 될 수 있음을 보았다. 내가 출원한 특허는 그 믿음의 첫걸음이었다.
그러던 며칠 전, 심장을 뛰게 하는 뉴스를 접했다. 내가 사는 이곳, 전주가 1조 원 규모의 ‘피지컬 AI(Physical AI)’ 실증도시가 된다는 소식이었다. 피지컬 AI, 내가 칼럼에서 ‘현실의 플레이어’라 불렀던 바로 그 존재가 이제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제가 발 딛고 선 이 땅의 현실이 된다는 선언이었다. 거대한 자본과 기술이 우리 도시로 모여든다는 사실보다 제 가슴을 벅차게 한 것은 따로 있었는데, 그것은 나의 작은 방에서 상상했던 ‘사람을 향한 기술’이 드디어 뿌리내릴 수 있는 거대한 둥지가 생긴다는 예감이었다.
피지컬 AI는 단순히 움직이는 로봇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의 삶 속으로 들어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우리의 필요를 이해하며 물리적으로 돕는 존재이다.
내 특허 속 시스템처럼, 사용자의 떨리는 손을 감지하는 웨어러블 기기가 될 수도 있고, 외로운 이의 곁을 지키는 따뜻한 반려 로봇이 될 수도 있으며, 위험한 재난 현장에서 인명을 구조하는 용감한 플레이어가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이 새로운 플레이어의 ‘심장’을 어디에 둘 것인가, 그 행동 규칙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전주가 AI 실증도시가 된다는 것은, 우리에게 바로 그 ‘심장’과 ‘규칙’을 디자인할 기회가 주어졌다는 의미이다. 이는 단순히 기술을 테스트하는 실험 도시를 넘어, ‘인간과 기술이 어떻게 조화롭게 공존할 것인가’라는 시대적 질문에 가장 먼저 대답하는 도시가 된다는 뜻이다.
나는 이제 더 이상 교실과 집에서 코드를 짜는 학생만은 아닐 것이다. 나는 내가 사는 도시와 함께 성장하며, 내 기술로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미래를 설계하는 ‘빌더(Builder)’가 될 것이다. 내 특허 속 가상 트레이너가 누군가의 마음을 안정시키듯, 전주에서 실증될 수많은 피지컬 AI들이 우리 사회의 아픈 곳을 치유하고 소외된 이들을 보듬는 따뜻한 플레이어가 되기를 꿈꾼다.
기술의 거대한 파도가 우리 곁으로 밀려오고 있다. 하지만 두렵지 않다. 그 파도의 목적지가 ‘사람’이라면, 우리는 길을 잃지 않을 것이다. 내 코드 한 줄이 누군가의 세상이 될 수 있다는 믿음. 나는 그 믿음이 현실이 되는 도시, 전주에서 미래를 항해하고 있다.
우리가 배우는 기술의 언어는, 마침내 한 사람의 가장 깊은 어둠을 밝히는 한 줄의 시가 될 것이기에.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5년 08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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