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이 낳은 출향 문화예술인 시인 강민숙
서주원 기자 / 입력 : 2018년 12월 27일
사흘 뒤의 노을은 2018년의 모든 일들을 역사의 뒤안길에 묻어두고 올해의 마지막 어둠 속으로 살아질 것이다. 단 사흘밖에 남지 않은 2018년. 매년 이맘때가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사다난했던 지난 한 해를 어떻게 해야 잘 마무리하고 희망찬 신년 새해를 맞이할 것인지 생각하기 마련이다. 이런 세밑에서 한 번쯤 만나 보면 좋을 성 싶은 전북이 낳은 출향 문화예술인 강민숙 시인이 있어 소개하려 한다. 부안군 백산면 출신의 여류시인이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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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라매일·제이엠포커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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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 속에 당신을 묻고 2 - 강민숙
혼자 눈 뜨는 푸른 새벽에 문득 당신이 나를 버렸음을 알았습니다 세상이 나를 버렸음을 알았습니다 두드릴 곳도 매달릴 곳도 어디 없어 우두커니 혼자가 되고 말았습니다 이제는 내가 당신을 잊어야 합니다 나를 잊음으로 하여 당신을 잊을 수 있다기에 내 이름과 나이 가슴 속 바윗덩이와 바위 속 파란 응어리까지 훌훌 풀어버리렵니다
‘노을 속에 당신을 묻고’는 20여 년 전, 강민숙 시인이 펴낸 시집이다. ‘레디이경향’ 2005년 11월호에 ‘남편과 사별, 나 홀로 소송에서도 희망을 노래하는 시인 강민숙’이란 제목으로 실린 글을 간추려서 정리해 본다. 이 시집을 펴냈을 때, 강 시인은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남편의 사망신고와 아들의 출생신고를 한 날 한 시에 해야 하는 운명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 뒤 더 기구한 일이 벌어졌다. 강민숙 시인의 시 ‘노을 속에 당신을 묻고’가 베스트셀러가 되자 방송사의 제안으로 다큐멘터리가 제작되었는데, 이후 영상물을 재편집돼 보험회사에 팔렸다. 강 시인은 전혀 모르는 일이었다. 더 큰 문제는 내용이 조작되었고, 보험회사의 홍보용 동영상으로 둔갑했다는 사실이다. 그 뒤 강 시인은 우리나라 가장 큰 로펌을 상대로 고법에서도 승소했지만 보험사들이 대법원까지 끌고 갔으나 결국 그들은 폐했다. 국내 유명 보험회사들을 상대로 변호사도 없이 홀로 소송을 보낸 시간은 길기만 했다. 강민숙 시인은 ‘레디이경향’ 2005년 11월호에 이런 인터뷰를 남겼다. “남편이 세상을 떠난 후 세월이 약이라는 사람들의 얘기가 정말 듣기 싫었어요. 그런데 15년이 지난 지금 세월의 힘이 대단하다는 것을 느껴요. 아프고 응어리진 것들을 풀어주고, 많은 기억을 지우고 용서하더라고요. 상처를 아물게 하고, 마음의 치유를 해주고… 세월이 흙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제 마음들이 시로 모아졌고 다시 시집을 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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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 ‘꽃은 바람을 탓하지 않는다’ 시집 발표
강민숙 시인이 지난 2005년 발표한 시 ‘꽃은 바람을 탓하지 않는다’를 잠시 음미해본다. 꽃은 바람을 탓하지 않는다 - 강민숙
색이 없다는 것은 자기의 색깔이 없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그래서 꽃은 색의 의미를 안다 색을 고르기 위해 뿌리는 어둠 속에서도 잠들지 않는다 노랑, 빨강, 분홍 옷감을 고르기 위해 꽃은 자기의 목숨을 건다 그러나, 꽃은 결코 어둠의 옷을 입지 않고 땅 속 어둠을 어둠으로 피워 내지는 않는다 보이지 않는 어둠은 향기가 아니라는 것을 꽃은 안다 눈이 오면 눈이 되고 비가 오면 비가 되는 몸부림으로 돌 틈 바위 틈서리 부둥켜안고 혼자 목울음을 운다 어둠을 뽑아 살아 있는 빛을 피우기 위해 바람의 푸른 눈망울 앞에 이 시집이 나올 때 해설을 맡았던 신경림 시인은 이렇게 말했다. “강민숙 시인의 시는 독자가 긴장이나 특별한 노력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고 일상적인데서 소재를 취한 경쾌하고 재미있는 시를 표방하고 있다” 강민숙 시인이 이 시집에서 던진 시적 화두는 도시에 살고 있는 소시민의 애환이다. 도시인들의 삶 속에서 느껴지는 황량함, 어두움, 외로움 등의 이미지가 가득하다. 동시에 시인의 자기 고백적 시도 포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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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학의 성지 부안군 백산면이 낳은 여류 시인
강민숙 시인은 부안군 백산면에서 태어났다. 숭의여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한 뒤, 중앙대학교와 동국대학교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고 명지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마쳤다. 1992년 ‘문학과 의식’ 시 부문 신인상, 1993년 ‘아동문학’ 동시 부문 신인상을 수상했다. 시집 ‘노을 속에 당신을 묻고’, ‘그대 바다에 섬으로 떠서’, ‘꽃은 바람을 탓하지 않는다’ 등을 펴냈다. ‘노을 속에 당신을 묻고’는 34만부가 팔렸고, ‘그대 바다에 섬으로 떠서’와 ‘꽃은 바람을 탓하지 않는다’ 역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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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강문학’ 발행인이기도 한 강민숙 시인은 난고문학상(‘난고’는 김삿갓 김병연 선생의 호임)을 제정했고, 현재 ‘아이클라 문예창작, 영화 연출 학원’을 운영하고 있다. 몽골의 울란바트르 한국어과 초빙교수로 현대시를 강의하고 있는 강민숙 시인은 문단 등단을 지도해서 약 110명의 문학인을 배출시켰다. 시집 ‘노을 속에 당신을 묻고’의 독자 팬클럽인 ‘참솔 어머니회’의 회원은 3,500명이다. 한편 강민숙 시인은 오지 트래킹 전문가이기도 한데, 시집 ‘노을 속에 당신을 묻고’로 보험사들과 법적 다툼이 있을 때,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트래킹을 선택했다. 인간의 이기심이나 대기업의 윤리나 도덕 또는 기업 정신이 깨지고 그저 돈이 되는 것만 추구하고 개인의 불행까지 상술로 생각하는 사회가 싫어 선택한 것이 트래킹이었다. 강 시인은 길에서 상처 치유를 하고자 걸었다. 걷고 또 걸으며 자연과 대화를 했다. 강 시인이 그렇게 걸었던 곳은 네팔의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A.B.C, 에베르스트 칼라 파타르, 랑팡, 그리고 차마고도, 일본의 후지산, 중국의 황산 서해협곡, 뉴질렌드의 밀포드 트랙, 알프스 산맥, 아프리카 킬리만자로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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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경림 시인이 강민숙 시인의 시집 ‘꽃은 바람을 탓하지 않는다’의 뒤표지에 남긴 글을 옮겨 본다. “강민숙 시인의 첫 시집 ‘노을 속에 당신을 묻고(1994)’는 30만부가 넘는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크게 화제가 됐다. 그 시집이 베스트셀러가 된 데는 독자를 사로잡을 만한 충분한 흡입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당시 강민숙 시인의 시가 바르게 발전한다면 어떤 의미에 있어 우리 시에 숨통을 터주지 않을까 라는 기대 같은 것을 가졌다. 역시 이번 시집에서도 강민숙 시인의 시는 천박하지 않는 대중성을 확보하고 있다. 앞으로 이런 특성을 건강하고 발전적으로 살려 나간다면 강민숙 시인의 시는 우리 시의 지평을 넓히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
서주원 기자 /  입력 : 2018년 12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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