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킷리스트 실행하기
전라매일 기자 / 입력 : 2024년 01월 08일
병실에 갇혀 빛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떨어지는 링거액만 하염없 이 바라보고 있는 환자들의 단절된 삶을 위로해 주고 싶은 마음으로 저들에게 흥미를 갖게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를 생각하다가 한 가지씩 소원 들어주기를 제안하게 되었다. 그래서 버킷리스트를 작 성해보도록 하였다. 먼저 자신을 위한 것으로 해보고 싶은 것은 무 엇이고, 보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 갖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그 리고 내가 아닌 누구를 위하여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나누어 주 고 싶은 것은? 해주고 싶은 것은? 라고 물었었다. 그 가운데 몇 가지 를 정리해본다. 집에 가기, 집을 떠나 병상생활을 한 지가 여러 해 되시는 분에서 부터 짧게는 여러 달이 되어 집에 가보고 싶다는 분들이 많았다. 한 분은 담당 의사 선생님께 말씀드려 한 번 다녀오시도록 도움을 주었 다. 휠체어로 이동이 가능하시기에 주사약은 먹는 약으로 바꾸어 가 시게 하였다. 집이 엘리베이터가 없는 5층 아파트이기에 가족들의 도 움을 받아 집에 어렵게 다녀올 수 있었지만 마음이 그렇게 편하고 좋 았다 하신다. 이 방 저 방 들여다보고, 안방에 덜렁 누워보기도 하고, 30여 년이나 베란다에서 보아왔던 창 밖 풍경도 내다보고 아직은 살 아있다는 생각에 안도의 깊은 한숨을 쉬었다 하신다. 집에 한번 다녀 오신 것으로 만족하신다는 것이었다. 고향 찾아가기, 사람에게는 태어난 고향이 있다. 고향에는 부모님 과 일가친척과 친지들이 있다. 명절이 오면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찾 아간다. 연어가 넒은 바다에서 살다가 고향을 찾아 돌아오듯이 사람 도 마지막에는 고향을 찾는다. 어릴 적 살던 집이며 고샅 길, 뒷동산 을 둘러보아도 좋다. 그리고 지난날에 다녔던 초등학교와 중학교, 고 등학교도 한 번쯤 찾아가 볼 만한 곳이다. 옛 추억이 있는 과거로 돌 아가 친구들을 생각하며 아름다웠던 지난날을 떠올려볼 일이다. 짧 은 시간이지만 함께 하였던 친구들, 붉은 벽돌의 교정을 돌아보며 회 상에 젖어본다. 추억은 아름다운 것이다. 바다에 가기, 한 분은 바다가 보고 싶다고 하셨다. 일어나 앉아 있지도 못하고 침대에 누워계시는 환자이신데 파도가 밀려오는 바닷가에 가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간 답답한 병실에 계시는 것이 오죽 갑갑했으면 그러시겠냐 싶어 보호자에게 말씀을 드려 해결하여 주었 다. 엠블런스에 간호사 선생님까지 딸려 수액주사를 그대로 꽂은 채 다녀오셨다. 부안 격포 채석강으로 가셨는데 바닷바람이 차가워 오 래 계시지는 못했지만 돌아오셔서 보고 싶었던 바다를 보았으니 이 제 눈감아도 원이 없다고 하시는 것이었다. 닫힌 작은 공간에서 생활 을 하시다가 문 밖도 아닌 활짝 열린 바다와 하늘이 맞닿은 수평선 을 보고 오셨으니 얼마니 마음이 시원하셨을까? 그 뒤 편안히 계시 다가 눈을 감으셨다. 먹거리 사먹기, 가을에 내장산 단풍 구경 다녀오신 분도 계시다. 식도락가이신 환자 한 분은 때때로 음식을 주문하게 하는 것이었다. 자장면이 먹고 싶으니 이곳의 맛 집에서 쟁반자장면을 부르게 하시 고, 일품향의 야끼만두를, 어느 때는 백화점 지하식당의 왕만두를 시 키는 것이었다. 그러나 막상 음식이 오면 당신은 맛만 보는 정도로 얼 마 드시지 못하시고 주변 환자나 보호자들과 나누어 먹으면서 만족 해 하셨다. 이와 같이 환자들의 마지막 소원은 소박한 것들이다. 우리들에게 는 평범한 일상이 환자들에게는 소중한 버킷리스트가 되는 것이다. 환자들이 처한 죽음의 두려움에서 벗어나 평안과 안식을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우리들의 몫이다. 환자의 인생 이력서에 행복했던 기억 한 줄을 추가해 주고 싶었다. 100만원 쓰기, 100만원이면 크다면 큰돈이고 작다면 작은 돈이 다. 전 같으면 백만 원이 있는 백만장자라 하였는데 요즘에는 화폐단 위가 커져 100만원 가지고 시장에 가도 마땅히 살만한 것이 적고 가 전 매장에 가면 살만한 품목이 없다고 한다. 그런데 살림살이하는 가 정주부가 자신의 품위를 위해 통장에서 100만원을 꺼내 쓰기란 쉽지 가 않다. 한 달 생활비에서 아이들 학원비 등을 생각하면 정신이 번 쩍 든다는 것이다. 그러한 백만 원이다. 유방암 56세 김O숙씨의 이야기다. 암 수술을 받고 항암치료까지 하여 몸이 호전되는 듯하다가 다시 몸이 무거워지고 힘이 들더란다. 우울증 증세까지 나타나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 벌떡 자리에서 일어 나 걷기 시작하였는데 지금까지 살아온 자신이 너무 비참하다는 생 각이 들더라는 것이다. 아이들 키우고 살림하느라 여행 한번 제대로 가지 못하고, 제철에 어울리는 옷 한 벌 사 입지도 못하고, 맛있는 음 식점에도 가지 못한 채 어쩌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눈물이 왈 칵 쏟아졌다고 한다. 이렇게 가기에는 자신의 인생이 불쌍하다는 생 각에 집에 들어가 가방 하나 덜렁 메고 나와 은행 CD기에서 100만원 을 인출한 뒤 가출을 하였다 한다. 가장 먼저 금은방에 들러 평소 봐두었던 목걸이를 35만원에 사 목 에 걸고, 미용실에 들러 머리 하는데 10만원을 썼다 한다. 머리를 바꾸고 갖고 싶었던 목걸이를 목에 걸으니 기분이 업 되더란다. 룰루랄 라 날아갈 듯한데 막상 나와 보니 혼자 갈 곳도 마땅치 않아 동창생 을 불러낼까 생각하다가 가까이 사는 언니를 불러내 묻지 말고 1박 2 일을 함께하기로 하였다. 언젠가 TV에서 본 대로 화성 제부도항에 가서 30만원에 요트를 빌 려 바다를 한 바퀴 돌고 낚시를 하였는데 제법 큰 놀래미가 잡혀 횟 집에 가서 저녁식사를 하는데 15만원을 쓰고, 바다가 보이는 언덕의 펜션을 빌려 언니와 오랜만에 회포를 푸는데 15만원, 얼추 합산을 해 보니 그렇게 자신만을 위하여 아낌없이 100만원을 썼다 한다. 그렇게 기분이 좋았다는 것이다. 하룻밤, 말없이 사라져 집의 가족들은 한 바탕 난리를 치르게 했지 만 자신만을 위하여 하루의 시간과 돈을 사용하였다고 생각하니 죽 지 않고 오래 살아야겠다는 욕심이 나더라는 것이었다. 이제 자신은 눅눅한 삶에 지지 않고, 몹쓸 암에 지지 않고 열심히 살아보자고 파 이팅을 외쳤다는 것이다. 그녀의 눈빛이 빛났다.
/김영진 시인 |
전라매일 기자 /  입력 : 2024년 01월 0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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