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형
육신, 높다란 제단에 바쳐질 때야 온전히 푸른빛을 발한다 살이 내린 몸은 하늘이 투과하여 핼쑥한 얼굴에 맑은 구름이 흐른다 달력에 붉은 칠을 하는 날은 하늘에 예를 갖추는 날이다 그날을 잊지 못해 쓰러지면서도 글자를 써 내려간 다 마지막에 찍은 붉은 점은 뚫어지게 바라보면 태양이다 흰 종이에 까만 머리카락이 떨어진다 몸무게를 뜯어내다 보면 반짝이는 대머리가 될 것이다 아무런 소음도 들리지 않는 아득한 해골의 하얀 꼭대기 모든 걸 빨아들이는 절정 붉은 새가 날아오른다 신의 재단으로 날아갈 것이다 태양의 신전에 바쳐져 한낱 재가 되어 날리면 새는 목이 쉬도록 울 것이다 부리 모아 한없이 절제된 소리를 낼 것이다
□ 정성수의 詩 감상 □
시는 죽음을 향해 날아가는 붉은 새를 상징적으로 그려낸다. 육신을 하늘에 바치면서 영혼의 푸른빛을 발하고, 살아온 세월을 글자로 써 내려가는 과정을 묘사한다. 시인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신의 재단에 바쳐질 것이라고 기대한다. 붉은 새를 태양의 신전에 바쳐 재가 되어 날리는 모습으로 비유하며, 새의 울음소리를 절제된 소리로 표현한다. 또한 시인은 자신의 육신을 하늘에 바치는 것을 희생이나 비극으로 보지 않고, 오히려 높은 목적과 의미를 가진 행위로 보고 있다. 자신의 삶을 글로 남기면서, 자신의 정신과 영혼을 불멸하게 만들고자 한다. 뿐만 아니라 붉은 새를 자신의 상징으로 삼아, 태양과 신과 연결되는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시인은 새의 울음소리를 절제된 소리로 표현함으로써, 자신의 죽음에 대해 평온함과 담담함을 나타낸다. 붉은 새라는 상징을 통해 죽음에 대한 감정과 사상을 풍부하게 표현한다. 또한 시인은 붉은 새를 통해 자신의 육신과 영혼, 삶과 죽음, 인간과 신, 세상과 하늘 사이의 관계와 의미를 탐구한다. 시인은 붉은 새를 통해 죽음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고, 오히려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따라서 이 시는 시인의 죽음에 대한 독특하고 깊이 있는 관점과 표현력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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