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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수 시인
희뿌연 안개 서기처럼 깔리는 굴헝. 새롬새롬 객사기둥만한 몸뚱어리를 언뜻언뜻 틀고, 눈을 감은 겐지 뜬 겐지 바깥소문을 바람 결에 들은 겐지 못 들은 겐지 어쩌면 단군 하나 씨때부터 숨어살아 온 능구렁이. 보지 않고도 섬겨 왔던 조상의 미덕 속에 옥 중 춘향이는 되살아나고 죽었다던 동학군들도 늠름히 남원골을 지나가고 잠들지 못한 능구렁 이도 몇 점의 절규로 해 넘어간 주막에 제 이름 을 부려놓고 있다. 어느 파장 무렵, 거나한 촌로에게 바람결에 들었다는 남원 객사 앞 순 대국집 할매. 동네 아해들 휘동그래 껌벅이고 젊은이들 그저 헤헤 지나 치건만 넌지시 어깨 너머로 엿듣던 백발 하나 실로 오랫만에 그의 하 얗게 센 수염보다도 근엄한 기침을 날린다. 산성(山城) 후미진 굴헝 속, 천년도 더 살아 있는 능구렁이, 소문은 슬 금슬금 섬진강의 물줄기를 타고 나가 오늘도 피멍진 남녘의 역사 위에 또아리치고 있다.
▲약력 . 월간『詩文學』으로 등단(1981년), . 시집:『하나의 창을 위하여』,『말하는 나무』,『그림자 산책』등 . 저서:『한국현대시의 생성미학』,『시적 발상과 창작』 등 . 수상: 시문학상, 한국비평문학상, 조연현문학상, 목정문화(문학)상 등 수상. . 백제예술대 명예교수, U.C. 버클리 대학 객원교수, . 캘리포니아 국제문화대학 초빙교수, 완주문화대학장, 전라문화대학 이사장 . 『온글문학』· 『미당문학』 발행인, 계간『씨글』 편집주간, 사)전라정신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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