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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 장례식


전라매일 기자 / 입력 : 2024년 03월 11일
생전 장례식은 살아있을 때 장례식을 치루는 것으로 ‘사전 장례식’ 이다.
최근 일본에서는 슈가츠(생전에 죽음을 준비하는 활동) 운동이 활발 히 전개된다고 한다.
안자키 사토루에 의해 시작된 것인데 자신이 말 기 암으로 판명이 되자 남은 생명이 길지 않다는 것을 인지하고 그간 알고 지내던 친지, 친구, 지인 1,000여명을 초청하여 생전 장례식을 치 렀다고 한데서 비롯된 것이다. 죽음 자체를 준비하는 것보다 죽음 너 머의 영원한 생명을 준비한다고 볼 때 지혜로운 선택으로 보여진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생소하지만 우리도 생각해 볼 일이다. 지인의 부음소식을 듣고 장례식장에 조문을 가는 경우가 종종 있 다. 검은 옷차림과 경건한 마음으로 찾아가 영전에 인사를 드리고 상 주와 몇 마디 말을 건넨 뒤 음식을 먹거나 식사를 하게 된다. 조용하 고 조금은 엄숙한 가운데 고인에 대한 덕담을 나누기도 한다.
그런데 상가에서 큰소리가 나오고, 웃어대고 고스톱 치며 소란스러울 때가 있었다. 참 좋으신 분이셨는데, 서둘러 가신 것이 안타까운 일이라면 서 총총 걸음으로 나오던 일들이 생각난다.
내가 간 뒤의 장례식에는 누가 오고 무슨 말들을 남기고 갈 것인 가? 몇 명이나 찾아와 위로의 조문을 할 것인가? 내가 볼 수 있다면 좋을 터인데 하다가, 우리도 생각을 바꾸어 일본에서 시작된 ‘생전 장 례식’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내가 살아 있을 때 손님들 을 초청하고 내가 저 세상으로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설명해주고, 찾아온 손님들에게 음식을 베풀고, 마지막 이야기를 남기는 것이다. 죽은 뒤에 장례식을 하는 것보다 살아 있을 때 하는 것이 의미가 있 을 것 같다.
먼저 나의 ‘생전 장례식’에 참석할 명단을 작성한다. 가족, 친척, 지 인, 교인, 친구, 제자, 직장동료 등 100여 명에게 초청장을 보낸다. 가급 적 필수 인원으로 한정하는 것이 좋다. 장소는 장례식장보다는 결혼 식장이 좋겠다. 시간은 저녁 5시로 하고 식사는 깔끔하고 맛있는 한 정식으로 정한다. 초청인들이 모이고 시작 시간이 되면 주인공이 앞 에 나가 간단한 인사와 함께 살아온 이력, 앓고 있는 말기암의 상황 을 10분 이내에 간단히 설명한다.
다음으로 이어 자녀 중 한 사람이 나와 우리 아버지는 이런 분이었 다는 말과 함께 목사님의 위로의 말씀, 친구대표가 나와 한 마디, 제 자가 나와 우리 선생님은 이러한 분이셨다는 것을 각 5분 이내로 진행을 한다.
그리고 이어 맑고 경쾌한 클레식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저 녁 만찬의 시간을 갖는다. 저녁식사가 끝나면 여흥 시간으로 가능하 다면 먼저 주인공이 한 곡을 부르고, 소질이 있는 제자나 교인 가운 데 노래나 악기 연주가 있으면 좋겠다.
행사가 마쳐지게 되면 초청인들이 한 줄로 나와 앞에 준비되어 있는 비닐에 쌓인 한 송이 장미꽃을 들고 주인공에 다가가 한 사람씩 ‘사랑 합니다’라는 따뜻한 인사말과 함께 가벼이 포옹을 하고 자리에 돌아 간다. 일반적으로 장례식장에서는 하얀 국화꽃을 사용하지만 생전 장 례식이기에 살아있음의 빨간 장미꽃을 추천한다.
행사 마침 광고시간에 아들이나 가족대표가 나와 오신 분들에 대 한 감사 인사말과 함께 아버지가 암으로 고생하시고 있는데 통증 없 이 하루하루를 기쁜 마음으로 살아가실 수 있도록 기도하여 달라는 부탁을 한다.
사후에는 가족들이 목사님을 모시고 조촐한 가운데 장 례식을 치루고 오늘 오신 분들에게 메시지나 엽서로 사망 일시와 장 지를 알려드릴 것을 말씀 드린다. 그리고 가실 때 오신 분들에 대한 감사인사로 작은 선물인 타올이나 우산, 과자상자 등을 준비하여 드 리는 것으로 생전 장례식을 마친다.
이때 부의금은 받지 아니한다. 생전 장례식을 위하여 주인공이 장 례식장비, 저녁식사비, 선물비 등을 참작하여 미리 준비해 두어야 한 다. 친지와 지인들에게 언제 베풀 수 있겠는가? 오신 손님들이 부담 없이 다녀갈 수 있도록 한다. 그래야 오신 분들도 주인공의 처지와 병명을 알아 생각날 때마다 흔쾌히 기도하여 줄 것이고, 간절한 기도 의 힘으로 병세 또한 호전될 것이다. 사람은 한 번은 가야 한다.
시작 도 중요하지만 마지막 마무리도 중요하다. 어차피 가는 길이라면 새 로운 길을 선택하여 사람들의 마음속에 점 하나 찍어두고 가는 것도 생각해 볼 일이다.



/김영진
시인


전라매일 기자 / 입력 : 2024년 03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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