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규 전북수필과비평작가회의 회장 본지 객원 논설위원
군대에서는 FM이라는 말을 자주 쓴다. FM은 야전 교범(Field Manual)의 약자이다. 교범이라는 단어가 말해주듯 FM은 원칙이나 정석대로 해야 될 매뉴얼을 말한다.
흔히 조직에서 어떤 사고가 났을 때 일 처리를 FM대로 하였는지를 꼼꼼히 따진다. 뭔가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곳이 아닌 이상, FM을 완벽하게 지켰는데도 사고가 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문제는 실무적으로 도저히 감당이 안 될 정도로 업무 점검 규정이 많아 현실적으로 FM을 완벽하게 지키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데에 있다. 결국 사고가 나면 그 원인은 수많은 FM 중 하나를 누락했거나 FM대로 수행하지 못한 탓이다.
지난 6일 한미 연합·합동 통합화력 훈련 중이던 우리 공군의 KF-16 전투기 두 대가 MK-82 폭탄 4개씩, 모두 8개가 경기도 포천의 한 마을에 떨어지는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민간인 15명이 중경상을 입고 주택 여러 채가 파손됐다. 훈련 중인 군의 오폭으로 민간인이 다친 것은 초유의 일이다. 어떻게 이런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지 끔찍하다.
사고는 조종사의 좌표입력 실수 때문이었다. KF-16 전투기 조종사는 최초 폭격 좌표를 잘못 입력한 뒤 3차례 표적을 확인하는 절차도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1번기 조종사가 표적을 포함한 경로 좌표를 불러줬고, 2번기 조종사가 비행임무계획장비 컴퓨터에 입력했다. 이 과정에서 위도 좌표 7개 가운데 1개를 오입력했다. ‘05’를 ‘00’으로 입력했다는 것이다.
실수도 이런 실수가 있는가. 전투 대비나 훈련에는 한 치의 오차도 없어야 한다. 그래서 군법이 별도로 있다. 만약 폭탄이 북한지역에 떨어졌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렇다고 한다면 북한은 자기네들 선제공격이라 생각하고 우리 측에 미사일을 쏜다든지 즉각 대응 사격을 했을 것이다. 자칫 전면전으로 비화할 수 있는 일이었다.
군은 반복된 훈련을 통해 전투력을 증강한다. 그러므로 훈련은 실전처럼 해야 한다. 실전 훈련 없이 싸워 이기는 군대는 없다. 이번 전투기 오폭 사고는 FM을 안 지킨 훈련이었다. 군대라는 특수조직집단은 어떤 훈련이든 FM대로 해야 함에도 그렇지 않았다. 군 기강을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해이해진 군 기강을 바로잡는 일이 시급하다.
대한민국은 지금 국방부 장관이 없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은 내란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차관이 장관을 대행하고 있다. 군의 핵심인 육군참모총장도 구속 중이다. 특전사령관 등 특수부대 지휘관 여러 명이 구속됐다. 지휘관이 없는 군은 존재할 수 없다. 부대를 지휘할 주요 지휘관이 공석인 상태라 군은 그야말로 쑥대밭이다.
이영수 공군참모총장은 전투기 오폭 사고에 대해 “초유의 오폭 사고로 국민들의 평온한 일상을 무너뜨리고, 다치게 하고, 재산 피해를 입힌 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군은 매번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은폐 및 축소 의혹에 시달렸지만 제대로 실천될지 지켜볼 일이다.
우리가 어떠한 일을 할 때 규칙, 또는 원칙을 지키는 방식을 사용한다. 그러나 원칙적이되, 그것이 공평하고 논리적인 것인지를 따지는 것도 원칙주의에 해당된다. 이 원칙은 사회적인 원칙이 아닌 ‘자기 자신의 원칙’도 포함된다.
사회든 군대든 원칙(原則)을 지켜야 한다. 대충대충 하지 말고 FM대로 하라는 것이다. 원칙이란 어떤 행동이나 이론 따위에서 일관되게 지켜야 하는 기본적인 규칙이나 법칙을 말한다. 원칙은 우리 사회 구성원 간의 약속이다. 원칙이 무너지면 모든 것이 무너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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