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가 부활한 지 30년이 지났다. 하지만 아직도 ‘지방의 시대’에 제대로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겉으로는 자치와 분권을 말하면서도 실상은 중앙정부 중심의 통제 구조가 여전히 뿌리 깊게 남아 있다. 지방정부 역시 독립성과 창의성을 발휘하기보다는 중앙 의존적 행정에 안주하는 측면이 적지 않다. 특히 수도권 집중 현상은 갈수록 심화하고 있고, 지역 간 격차는 정치·경제·사회 전반에 걸쳐 균열을 초래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지방분권은 선택이 아니라, 국가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필수 과제다. 지난 27일 전북연구원 주최로 열린 ‘전북백년포럼’은 이러한 시대적 과제를 재확인하고, 실질적인 대안을 모색했다. 포럼에 참석한 지방정부 관계자와 전문가는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 지방주도형 균형발전 전략, 지역 고유문화와 K-컬처를 연계한 글로벌화 등 지역 주도형 국가운영 패러다임의 필요성을 강하게 제기했다. 이 같은 논의는 단지 이론적 제안이 아니라, 지역이 자율성과 책임을 바탕으로 스스로 생존과 성장을 도모해야 할 ‘현실의 절박함’에서 출발한 것이다. 무엇보다 지방분권의 핵심은 ‘재정’이다. 자치권은 곧 재정권이다. 재정이 뒷받침되지 않는 권한 이양은 껍데기에 불과하다. 현재 지방정부의 재정 자립도는 매우 열악한 수준이며, 대부분의 정책사업은 여전히 중앙정부의 승인과 지원 없이는 추진이 어렵다. 각 지역의 필요와 특성에 따라 예산을 설계하고, 자율적으로 정책을 시행할 수 있도록 구조를 혁신하지 않는 한, 지방분권은 요원한 꿈에 불과하다. 균형발전은 이러한 분권을 위한 토대이자 조건이다. 수도권에 모든 자원과 기회가 집중된 현실에서, 지방이 자립적인 성장을 도모하는 것은 한계가 명확하다. 따라서 단순한 예산 배분이나 인프라 구축을 넘어, 지역이 자체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문화, 산업, 교육, 복지 등 모든 영역에서 ‘지역 맞춤형 전략’이 필요하다. 지역은 똑같을 수 없다. 각 지역은 고유한 역사와 문화, 자연환경과 사회적 조건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모든 지역이 같은 방향, 같은 색깔로 발전을 도모할 수는 없다. 그런 정책은 결국 획일적인 ‘복제 도시’만 양산하게 될 뿐이며, 지역 간 경쟁력을 오히려 약화시킨다. 진정한 지역발전은 ‘다름’에서 출발해야 하며, 지역 정체성을 강화하고 특화를 통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이번 포럼에서 논의된 ‘자율 규제 특구’, ‘지역대학 중심의 기술개발’, ‘청년층 유입 정책’ 등은 그런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지역이 자율성과 창의성을 가지고 규제를 완화하고, 혁신을 추구하며, 지역의 인재와 산업을 연계할 수 있어야 한다. 중앙의 틀 안에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지역이 주체가 되어 국가의 혁신을 견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방정부 간 연대와 협력도 중요하다. 대도시와 중소도시, 특례시와 인구감소지역이 서로의 강점과 약점을 보완하는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지역이 서로를 살리는 협력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지방분권은 단지 행정의 분산이 아니라, 사고와 시스템의 근본적 전환을 요구하는 과제다. 지방정부는 더 이상 중앙의 정책을 전달하는 하부 기관이 아니라, 지역민의 삶을 혁신할 ‘주체’로 거듭나야 한다. 더 늦기 전에, 말뿐인 분권이 아니라 실질적이고 실행 가능한 지방자치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 지방이 바로 설 때, 비로소 국가도 지속가능한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