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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한국 경로당, 일본 살롱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5년 07월 27일
전대열 大記者 전북대 초빙교수

을사년 설을 지내면서 이제 한 살 더 먹었구나 하는 생각은 해봤지만 80중반을 넘어선 지금까지도 동네 경로당에 들른 적이 한 번도 없다. 일부러 안 간 게 아니라 사무실에 나가야 하니까 시간이 없기도 했고 별다른 볼 일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자연스럽게 스쳐 지나갈 뿐이었다. 몇 년 후배되는 지인이 의정부에 새로 지은 아파트로 이사를 했는데 거기서 경로당 회장으로 선출되었다는 얘기를 듣고 “자네 큰 출세를 했네” 하면서 격려한 일도 있긴 하다. 그 친구와 만나면 경로당의 운영과 관련된 자질구레한 여담을 들으며 웃기도 하지만 구체적으로 내용은 잘 모른다.
다만 경로당 회원의 자격 요건은 65세 이상이라는 정부에서 정해 놓은 ‘노인’이어야 하고 일정 회비를 내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방이 따로 구분되어 있다고도 한다. 경로당에 와서 밥도 같이 먹고 여러 가지 프로그램도 전개하고 있어 자식들이 모두 출근한 집에서 외롭게 지내는 것 보다는 훨씬 편안할 것은 물어보나 마나다. 바둑 장기 화투 같은 오락도 즐기고 때로는 외부에서 강사가 와 노래교실도 마련할 때가 있으니 그런 날은 경로당의 잔칫날이나 다름 없을 것이다. 경로당의 운영은 지방자치 단체의 지원이 가장 큰 재원이다.
전국에 수천 개의 경로당이 있으며 이들이 모여 기초단체 단위의 조직이 있으며 전국 단위의 큰 조직은 대한노인회다. 전 국민의 20%가 노인인 초고령 사회로 접어든 우리나라에서 노인을 공경하고 그들이 외롭거나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현실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려는 정부의 노력은 여러 형태로 도움을 주는 게 사실이다. 문제는 경로당이라는 명칭이 주는 약간 고리타분한 단어가 새로 노인 경지에 오른 사람들에게 큰 호감을 주지 못한다는데 있다. 지하철에도 경로석이 있지만 이제는 경로석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별로 없다. 중년의 여성들은 지팡이를 짚은 노인에게도 자리를 양보하지 않는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경로당을 살롱으로 부른다. 한자 문화권은 중국과 한국 일본이지만 한국은 이미 한글 전용국가가 된 지 오래고 종주국인 중국조차 간자체로 바뀌어 변형되었지만 아직도 전통적인 한문 한자를 고수하는 나라가 일본이다. 그런 일본에서 경로가 사라지고 살롱이라는 프랑스말로 경로당을 부른다. 사랑방 정도인 살롱의 본뜻대로 이 살롱은 노인들만 오지 않는다. 10세에서 100세까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올 수 있다. 손녀 딸 같은 어린 학생들과 노인의 대화는 아동교육에도 큰 도움이 된다. 근엄한 노인네들끼리 노는 것 보다 나이 차이 없는 대화를 나눈다는 것은 서로에게 축복이다.
한국의 경로당도 이름부터 바꿔야 할 필요가 있다. 옛날에 그렇게 많았던 다방이 이제는 눈을 씻고 봐야 찾을 수 있다. 모두 카페로 변했다. 꼭 외국어가 좋다는 말은 아니지만 지금 한국의 문화는 모든 것이 외국어 투성이다. 외국어로 절반을 섞어 써도 알아듣는 척이라도 해야되는 게 현실이다. 잘 팔리는 상품 쳐놓고 외국어 이름을 가지지 않은 게 별로 없지 않은가? 경로당 이름이 갖고 있는 낡고 오래된 이미지는 일본처럼 과감하게 떨쳐 내야만 할아버지 할머니 방에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국민의 방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남녀노소 구분없이 자유롭게 참여하는 새로운 모임체가 되었으면 싶다.


전라매일관리자 기자 / jlmi1400@hanmail.net입력 : 2025년 07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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