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날짜 : 2025-08-06 14:00:13 회원가입기사쓰기전체기사보기 PDF원격
검색
PDF 면보기
속보
;
뉴스 > 기획|특집

“전통은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것”

‘임실필봉농악보존회, 살아 있는 문화’로 계승되는 필봉농악
조경환 기자 / 입력 : 2025년 08월 05일
전북 임실에는 ‘붓끝을 닮은 마을’이라는 뜻을 지닌 400년 된 필봉마을이 있다. 이곳은 전통 농악의 맥을 잇는 대표적 지역 중 하나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임실필봉농악’을 중심으로 다양한 문화자원이 이어지고 있다. 단순한 예술이 아니라, 마을의 삶과 정서를 고스란히 담아온 공동체 문화를 형성해오고 있는 필봉문화촌의 양진성 임실필봉농악보존회 이사장을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필봉문화촌을 간단히 소개해 주신다면?
▲붓을 닮은 필봉산 아래 아름다운 자연을 품고 푸진 삶을 살아온 소박한 사람들이 400년 동안 신명으로 굿을 지켜온 넉넉하고 흥이 넘치는 곳입니다.
전설이 된 풍물굿을 축제로 만들고, 아버지의 업을 천직으로 이어가는 노동과 생활의 근심을 신바람으로 바꾸는 곳, 필봉!입니다.
필봉농악 발상지로서의 위상 정립과 우리전통문화의 전승, 교육, 전시, 체험 공간을 두루 갖춘 특성화된 관광 인프라 구축을 위해 조성되었습니다.
필봉농악의 역사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풍물전시관과 다양한 전통문화체험이 가능한 필봉한옥스테이(취락원)를 중심으로 농악경연대회, 문화관광상설공연, 한옥자원활용 야간상설공연 등 다양한 공연을 위한 야외공연장은 물론 내방객들의 편의시설 및 주차공간, 굿카페 등을 갖추고 있습니다.

-임실필봉농악보존회 뿌리 및 설립 배경은 무엇인가요?
▲임실군 강진면 필봉마을은 500여 년 넘는 세월 동안 농악의 맥을 이어온 전통 마을입니다. 필봉농악은 단순한 예술이 아닌 마을의 삶이자 의례였으며, 농악이 울리면 온 마을이 하나 되어 움직이는 공동체의 상징입니다.
이 전통을 지켜온 중심에는 고(故) 양자·순자·용자 선생님이 계셨습니다. 선생님은 국가무형문화재 보유자로서, 필봉농악의 단절 위기 속에서 1964년 ‘필봉농악보존회’를 설립하며 계승의 토대를 마련했습니다.
이후 1987년 필봉농악은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되었고, 1995년 선생님의 타계 후 제가 전통의 맥을 잇기 위해 귀국해 본격적인 보존 활동에 나섰습니다. 이러한 역사와 공동체 정신을 바탕으로 설립된 것이 현재의 필봉문화촌의 ‘임실필봉농악보존회’입니다. 전통을 미래로 이어가기 위한 문화적 거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임실필봉농악보존회의 구성원과 역할은 어떻게 되나요?
▲임실필봉농악보존회는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필봉농악의 전통을 계승·발전시키기 위해 다양한 구성원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보존회는 예능 보유자를 중심으로 전수조교, 이수자, 전수자 등 전승자 체계로 구성되며, 현재 약 103명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 중 약 70%는 임실과 전주 등 전북지역 출신이며, 나머지 30%는 서울 등 타 지역 거주자들로, 어린 시절부터 필봉농악을 접해온 이들입니다. 보존회의 핵심 역할은 필봉농악의 전통 가락과 춤사위를 원형 그대로 전승하는 데 있으며, 이를 위해 정기적인 교육과 공연 활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청년 활동가들이 참여해 필봉문화촌을 거점으로 체험형 프로그램, 전시, 워크숍 등을 기획함으로써 대중과 소통하고 전통을 일상 속으로 확장해가는 문화 기반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임실필봉농악회 전통문화는 어떻게 보존하고 계승해오고 있나요?
▲지역 주민들의 지속적인 교육과 참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월·화·목·금 주 4회 운영되는 ‘아카데미’를 통해 지역민들이 필봉농악을 배우고, 일정 숙련도를 갖춘 이들은 보존회의 공연단으로 발탁되기도 합니다.
임실 관내 12개 읍면을 중심으로 지역 농악단이 운영되고 있으며, 이들을 대상으로 정기적인 순회교육도 병행됩니다.
나아가 전주, 서울 등지에서도 지역 연합회를 통해 인재를 선발하고 있으며, 그 가운데 우수한 인재는 필봉농악보존회 활동에 직접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공연과 행사는 단지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접 참여하고 배우는 프로그램과도 연계됩니다.
계절별 주제와 지역 행사에 맞춰 다양한 공연 콘텐츠를 기획하며, 특히 외국인 방문자와 청년층이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필봉문화촌은 현재까지 60만 명 이상의 체험자를 배출했으며, 미국, 일본 등 해외에서도 연수를 목적으로 방문하고 있습니다.

-전통을 계승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은 어려운 점은 무엇입니까?
▲필봉농악의 정신적 지주였던 아버지의 부재는 단순한 가족의 상실을 넘어, 지역 전통문화의 맥이 끊기는 아픔으로 다가왔습니다. 무형문화는 사람 속에 살아 있는 것이기에, 기록되지 않으면 사라지기 쉽다는 현실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이후부터는 문화아카데미 기록 보존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됐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는 외부 여건까지 겹쳐 운영과 전승에 큰 어려움이 있었지만, ‘운명처럼 주어진 길’이라 여기며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30년 넘게 필봉 땅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오며, 전통을 지키고자 한 걸음씩 걸어왔습니다.
앞으로는 필봉농악이 미래 세대에게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교육과 아카데미를 강화하고 지역민과 함께 신명을 나눌 수 있는 장을 더욱 넓혀갈 계획입니다. 꽃은 다음 세대가 피우더라도, 지금은 그 뿌리를 단단히 다져야 할 시기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 해주신다면.
▲풍물굿의 미학은 ‘푸진 것, 나누는 것’ 입니다. 돈이 푸진 것이 아니라, 쌀이 푸진 것이 아니라, 사람이 푸지게 모여야 되고, 말(言)도 푸져야 하고, 악(樂)도 푸져야 하고, 술(酒)도 푸져야 합니다. 무엇보다 열심히 사는 사람들의 삶과 마음이 제일로 푸져야 합니다. 그 푸진 것들이 모인 사람들 모두의 것으로 나눠지는 곳이 판이고, 나눠지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풍물굿입니다. 그 어떤 물질 보다도 소중한 웃음을, 눈물을, 마음을 나눠 갖는 것입니다.
제가 꿈꾸는 필봉굿의 앞날은 한결같습니다. 바로 푸진 것을 만들고, 푸진 것을 나누는 사람이 더 많아지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어떤 물질이, 어떤 관계가 이보다 더 좋을 수 있겠습니까? 우리 필봉굿도 찾아주시는 여러분이 있기에 좀더 넓게 굿정신이 퍼날라지는 것 아니겠습니까? 우리 필봉농악보존회가 참다운 굿 정신을 나누는 구실을 잘 할 수 있도록 자주 찾아 와 지혜를 나눠주시기 바랍니다.


조경환 기자 / 입력 : 2025년 08월 05일
- Copyrights ⓒ주)전라매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스토리네이버블로그
 
오피니언
칼럼 기고
가장 많이본 뉴스
오늘 주간 월간
기획특집
전주 여름밤 치맥과 가맥으로 물든다  
“전통은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것”  
<김현철 군산소방서장> 항상 시민 곁에 따뜻하고 든든한 군산소방서가 될 것  
“천년의 자주정신, 오늘의 전주에 닿다”  
부안군, 체류형 관광으로 여름 피서객 맞이 준비 완료  
시민과 동행한 1년 제9대 후반기 군산시의회, 군산의 미래 시민과 함께 만들다  
김제시의회 후반기 1년, 시민의 삶을 바꾸는 위대한 동행  
“섬김의 철학으로 만든 물의 정원 아마존 아쿠아파크, 가족과 지역을 품다”  
포토뉴스
전주, ‘콩’으로 풀어내는 인문학
전주의 대표 식재료 ‘콩’을 인문학적으로 조명하는 특별한 프로그램이 시민들을 만난다. (재)전주문화재단(대표이사 최락기)은 오는 8월 12일, 
국립전주박물관, 광복 80주년 기념 ‘독도 스노우볼 만들기’ 체험행사
국립전주박물관(관장 박경도)이 광복 80주년을 맞아 우리 땅 독도의 아름다움과 의미를 창의적으로 표현하는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했다.오는 8월  
광복 80주년, 무형유산이 노래하는 빛과 저항의 서사
광복 80주년을 맞아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와 전통의 숨결이 무대 위에서 하나로 어우러진다. 국가유산청 국립무형유산원(원장 박판용)은 오는 1 
남원서 울려 퍼진 한·중의 화합… ‘2025 한중문화교류연주회’ 성황
전북 남원이 한여름 밤, 한·중 문화예술의 교차로로 변신했다. 지난 1일 오후 7시 남원춘향문화예술회관에서는 ‘2025 한중문화교류연주회’가  
“출근한 김에 전국일주” 도문화관광재단, 전국 공동 워케이션 프로모션
전북특별자치도문화관광재단(대표 이경윤)이 전국 지방관광공사·재단 협의체와 함께 연말까지 ‘워케이션(Work+Vacation)’ 전국 공동 프로 
편집규약 윤리강령 개인정보취급방침 구독신청 기사제보 제휴문의 광고문의 고충처리인제도 청소년보호정책
상호: 주)전라매일신문 / 전주시 완산구 서원로 228. 501호 / mail: jlmi1400@hanmail.net
편집·발행인: 홍성일 / Tel: 063-287-1400 / Fax: 063-287-1403
청탁방지담당: 이강호 / 청소년보호책임자 : 최미숙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전북,가00018 / 등록일 :2010년 3월 8일
Copyright ⓒ 주)전라매일신문 All Rights Reserved. 본지는 신문 윤리강령 및 그 실요강을 준